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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756 bytes / 조회: 3,917 / ????.08.10 20:39
[도서]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네 편의 소설과 한 편의 희곡, 시집 한 권을 남긴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은 어렵기로 유명한데 이유는 '열린 텍스트 구조가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기 때문'(문학동네. 진선주『더블린 사람들』)이라고 한다.

 

원제가 'Dubliners'인『더블린 사람들』은『젊은 예술가의 초상』『율리시스』와 함께 '더블린 3부작'으로 불리우는 단편소설집.

 

열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많은 화자들과 그 주변인들은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로 읽는 내내 인물들의 일관된 정서가 느껴진다. 그런데 단편집이라 가볍게 선택한 이 소설은 독서 시작 직후, 그러니까 열다섯 편의 단편 중 첫번째 단편「자매」를 읽은 직후부터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간단하게 말해 왜 이 단편의 제목이 '자매'인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목은 소설의 시작이자 완결이다. 특히 단편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자매'는 본문 내용과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뿐더러 이게 제목이어야 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었다. 결국 의문은 책 말미 해설을 통해서 풀렸는데, 순서상 마지막 단편인「죽은 이들」과 첫번째 단편인「자매」의 제목을 맞바꾸어도 무리가 없는 열린 구조 즉, 각각의 이야기가 순환되면서 하나의 연작으로 읽히는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단편「죽은 이들」은 '자매'가 제목으로 딱 제격이다.

 

『더블린 사람들』은 시기적으로 조이스의 첫번째 소설이어서인지 이후의 장편소설에 비하면 소설 자체는 그닥 난해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한 예로, '몸 전체가 갈색인 저도 있는 걸요' 라고 대꾸하는 '브라운 씨'(아마도 Mr. Browne일)의 농담 정도는 '영어몰입교육'을 정책적으로 미는 것이 전혀 안 이상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조이스式 언어 유희인 것. -「죽은 이들」중

 

문제는 이러한 언어의 내밀한 차이를 비영어권 독자들이 어디까지 수용 가능한가 하는 것인데, 조이스 스스로 '굉장히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추어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붙인,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율리시스(Ulysses)』나『피네간의 경야(혹은 밤샘)』 에 이르면 거의 난공불락의 성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경상도 사투리와 관련하여 우스개 소리 중 '가가 가가 가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이해 못하는 타지 사람들에겐 다음과 같은 설명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상도에서는요, 그 애를 줄여서 '가-'라고 해요. 그리고 의문형 어미로 '가'를 써요. 그러니까 '집이냐?'를 '집이가?' 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가가 가가 가가'는 '그 애가 가(씨 성을 가진) 가(집안)의 그 애냐?'는 말이에요."

이걸 같은 나라 타지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다른 언어권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해 보자. 한 발 더 나아가 이걸 문학의 형태로 구현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쯤 되면 '그냥 널리고 널린 다른 수많은 고전이나 읽을래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듯 조이스 문학이 어려운 이유는 그의 언어 사용에 있는데 획일적인 해석을 거부하는 열린 텍스트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영어권 독자들에겐 그의 독창적인 언어 유희로 가득한 문학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우리나라가 비영어권 국가 중 조이스의 장편을 번역한 네번째 국가라고 하니 더 말해 뭘할까.

움베르토 에코 정도면 가능하겠군, 싶었는데 책 말미 해설에 짤막하게 에코가 조이스 학회장이라는 얘기가 있어 웃었다. (국내에 에코는 소설가로 더 많이 알려진 듯 하지만 실제로 그는 매우 저명한 기호학자다.)

 

단편 중「가슴 아픈 사고」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강박적이다 싶게 인물의 성격에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조이스의 문체 특징이 잘 나타난 이 단편은 한때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던 여인과의 만남 전후를 시니컬하고 냉정하게 응시하는 남자의 내면이 돋보인다.

 

조이스 문학의 또다른 특징은 '의식의 흐름'이다. 나는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면 과장해서 경기 비슷한 걸 느끼는데 그러니까 프루스트나 울프 여사의 책은 펼치기만 하면 5분내 수면 상태가 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최근 읽으려고 펼친 책들이 죄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문학 속 '의식의 흐름' 기법은 아무래도 넘을 순 없더라도 반드시 올라야 하는 산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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