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독서 감상기가 문학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는 건, 역시 문학을 매개로 작가 개인의 사유가 독자와 소통과 공감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말은 역으로 하면 독자와 소통을 못 하는 작가의 독서감상기는 개인의 감상에 머문다는 의미도 되는데, 그런 점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의『독서일기』는 후자에 속한다. 그러니까, 2002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 1년 간 매달 한 편 씩 그의 독서로 채워진 이 책은 소통을 기대하고 읽기엔 지나치게 사변적인 1인칭이다.
카사레스의『모렐의 발명』으로 시작하는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지나치게 개인의 사유에 머무르고 있어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는, 혹은 소설을 읽은 독자조차도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사담인지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멀게는 수 세기 전의 파피루스가 시대와 인종, 국경을 초월해 오늘날을 사는 독자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건 문학이 가진 보편성 덕분인데 한 개인의 감성 안에만 머무는 사유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그러한 보편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그런 의문이 들었다. 출간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간 글일까 하는. 만약 그렇다면 어지간히도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작가이고, 글이다.
『책 읽는 사람들』을 읽던 도중 국내에 번역된 망구엘의 책을 주문하면서 품절된 이 책『독서일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렸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대출해 책을 읽는 동안 그 때의 간절함이 조금 덜어졌으니 한편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이조차 여우의 신포도 심리인가 싶기도 하고...
(방금 전, 모니터 열기가 식기도 전에 이 책을 막 주문했다. 아! 전작주의...)
"나는 늘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해왔지만, 독자들(진심과 열정을 지닌 독자들)이 사라진 지금도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사실은 내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다."
- p.39, 본문
아이러니하지만 발췌문 중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다.'를 빌어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을 요약해본다.
덧붙여,『책 읽는 사람들』에 이어『독서일기』에서도 작가의 정치적인 사색, 정치적인 책 읽기가 눈에 띈다. 아르헨티나에서 출생해 스무살 이후 다른 나라를 떠돌며 집필했던 이력 때문인 듯 하다.
* 목차 중 첫 번째『모렐의 발명』만 읽고 쓴 것이라 이후 완독 후 감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