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헌법13조를 위하여 <링컨>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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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977 bytes / 조회: 5,678 / ????.03.14 00:20
[영상] 수정헌법13조를 위하여 <링컨>


감독: 스티블 스필버그
주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웅으로 존경받는 실존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는 대체로 인물의 연대기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다.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 인물의 삶을 조명하는 것인데 책으로 치면 '평전'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인물을 통해 역사 혹은 시대를 읽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 인물은 '영웅적'으로 묘사된다.

 
반면 특정 역사 혹은 시대의 특정 사건을 통해 인물을 보는 방식을 취할 때도 있는데 스필버그의 2012년작 <링컨>은 이에 해당한다.

<링컨>의 특이점이라면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링컨이지만 영화 내용을 지배하는 진짜 주인공은 '수정헌법 13조'라는 것. 
영화는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링컨이 이 수정헌법 13조를 의회에서 통과시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만인의 평등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선언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링컨 앞에서 외우는 북군 병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첫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짧고 굵은 장면이 끝나면 영화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배경이 의회로 이동하면서 정치인 링컨이 등장한다.

영화 속 시점은 이러하다. 노예제도 완전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수정헌법 13조가 의회에서 통과되려면 과반표가 필요한데 압도적인 지지로 상원을 통과한 것과 달리 하원에선 1/3이 수정법안을 지지하는 상황. 그리고 링컨에게 필요한 건 20표. 그 20표를 확보하기 위해 링컨이 공화당 의원과 민주당내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노예해방이라는 업적을 이룬 링컨의 일대기는 비 새는 천장 때문에 빌려온 책이 젖었다거나, 어린 소녀의 충고에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던가 하는 잘 알려진 일련의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더해져 그동안 지나치게 인간적인 부분만 강조된 감이 없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을 단지 휴머니스트로만 보는 건 지나치게 동화적인 상상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냉소적인가?

실제로 영화를 보기 전, 정치인 링컨이라니 신선한데..., 했던 초기의 기대는 영화가 끝날 때쯤 그럼 그렇지 하는 실망으로 바뀐다. 노련한 정치라는 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협잡과 공작'이라는 수단과 이어져있다는 의미인데(정치판이라는 데가 원래 그렇다), 스필버그가 링컨을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평화롭다. 때로 등장하는 신경질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은 이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표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가 싶던 모습은 이내 노련한 정치 감각으로 이완된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내 기준에서는, 심심했다. 스포츠로 치면 한 방이 없고, 맛집으로 치면 대표 메뉴가 없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링컨>에서 흥미를 끌었던 장면은, 민주당내 급진파 의원인 스티븐슨(토미 리 존스)이 수정헌법을 놓고 링컨과 미묘하게 대치하는 부분인데 스티븐슨은 링컨의 수정헌법 13조가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입장은, 만인은 평범하다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의 차이인데 링컨은 후자.


이 장면은 미국 근대사에서 노예해방은 인도주의 측면이 아니라 미국내 산업 경제와 정치적인 이해 관계가 얽힌 복잡한 정치적 산물로 당시 그 중심에 있던 링컨의 정치적, 개인적 입장이 영화 속에서 소심하게나마 드러났던 유일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내가 놓쳤을 수도 있고... 하지만 두 번 보기엔 영화가 쫌- 많이- 지루해서...



- 덧.
오랜만에 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구두장이가 되겠다고 5년이나 영화계에서 은퇴했었다니...;;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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