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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100 bytes / 조회: 5,541 / ????.07.13 01:12
[도서] 때늦은 도서관 책 날림 감상


지난달 하순.
예정에 없었던, 급히 부산에 갈 일이 생겨 직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을 하루 날 잡고 (이른바)'발췌독'했다. 발췌독의 목적은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도서관에 반납할 책, 이후 주문할 책, 여행에 동행할 책을 분류하려는 것.


『한국문학의 사생활』by 김화영
김화영 교수가 두 문인을 초대해 문인들의 작품 얘기와 그들의 생각을 듣는 대담집.
첫 번째 순서는 故김춘수 시인과 고은 시인인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老시인-고은이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안긴다.
먼저 김춘수 시인은 시적 언어가 가진 이미지를 해체하거나 그것의 재구성을 통해 언어를 드러내지 않고도 언어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굉장히 천착했음을 털어놓는다. 이어 고은 시인은, 고백하건데, 앞부분 대화 몇 개만 읽고도 이 老시인에게 반할 수 밖에 없다. 고작해야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미디어에서 오르내리는 국내시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이 시인은 너무나 젊고 생생하다. 
대담을 통해 느낀 건, 김춘수 시인이 평생을 詩昨을 놓고 고민한 천생 '직업인'이라면 고은 시인은 직업 바깥에서도 아주 재기발랄하고 박식한 '변사'라는 것. 고은 시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덧붙이면 이건 김춘수 시인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고은 시인이 지나치게 매력적이라는 의미. - 주문 확정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by 김화영
부산行 전, 주말동안 읽을 작정이었지만 앞 몇 페이지를 읽다 중지. 이유는 밋밋해서. 하지만 시간을 두고 여유를 가지고 읽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여지를 남겨둔다. 왜냐하면 김화영이니까.


『임화문학예술 전집 - 시』by 임화
이제껏 '임화' 하면 시인 백석만큼이나 어두운 시대를 발랄하게 활보했고, 자기 욕망에 어린아이처럼 덤벼들었으며, 잘생긴 외모에 걸맞게 허세가 넘쳤던 모던보이 문학청년이라는 게 그에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전체적인 인상. 그리고 한편 시대가 그의 끼를 수용하지 못해 겉돌아야 했던 불행한 극작가이자 배우이자 근대 작가 중 이상과 다른 의미로 문제적 인물이라는 게 서브 인상. 그리고 이제서야 처음 접하는 그의 시를 읽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고 목차를 확인하던 직후에 "아, 이런..." 소리가 절로...
해방전과 해방후로 나눈 목차는, 목차의 제목을 훑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직접 목격하게 한다. 특히 해방 이후의 시는 제목에서부터 모두 한결같이 '선동'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예로 시 제목 대개가 이러하다.「전선에로! 전선에로! 인민의용군은 나아간다」「'박헌영 선생이시여 우리에게로 오시라」...
일단 이 책에 수록된 임화의 시는 모두 이런 직접적인 선동을 담고 있다. 직전에『한국문학의 사생활』에서 시로 쓰여지는 언어에서 '말'의 사전적의미를 지우고자 그토록 애를 썼다는 시인의 육성을 본 후라 더 낯설었는지도 모르겠다. 목적시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어를 도구로 쓰는 그 순간 시인 역시 도구로 쓰였을 그 시대가 안타까웠다는 의미다.


 

임화
1908. 출생
1953. 중학교 중퇴 후 18살 때부터 문인 활동
1947. 월북
1953. 숙청 후 미간첩 혐의로 사형선고 - 총살 

 

한 시대에 수용되지 못하고 겉돌았던 문인의 비극을 강조하며 M에게 안타깝다 노래를 불렀더니 M은 기와 결만 있는 남자 특유의 결론을 툭- 던졌다.
"본인이 자청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자청한 경우라면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숙청당한 것이겠지."
진실이 무엇이든 시대가 그에게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할 터. 그래서 나는 그저 그가 안 됐다. 그냥 '인간'이라는 점에서...


『저주의 몫』
부산 도서관에 비치 확인. 부산에 머물 동안 대출해서 읽기로...
(*후일담 - 읽기는 개뿔. 도서관 구경도 못함.)


『헤럴드 블룸 독서 기술』
부산行 당첨. 열차에서 읽기로...
(*완독 감상 - 엄지 백만개!!!)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작 두 권
『손바닥 소설』에 결국 KO패 당하고 얌전히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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