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Human과 It의 차이 <World War Z> 
이미지는 좀비로 뒤덮인 도시(뉴저지)에서 무사히 탈출한 제리네 가족이 태평양 위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장면.
영화에선 가장 안전한 장소이며 선택받은 자들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노아의 방주는 첨단과학의 지배를 받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통하는 아이템인 모양.
영화 뒷 얘기가 재미있다. 영화를 완성하고 간부시사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절망적이었고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각본가를 데리고 와서 후반 40여 분을 통째 새로 찍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려 <프로메테우스>의 각본가라는 거다. 허...;
내용을 보니 새로 찍은 내용이 훨~씬 낫다. 적어도 내 관점에선, 처음 찍은 엔딩 그대로 갔다면 이 영화는 아마 21세기판 저주받은 걸작이 됐을 확률이 매우 커 보인다.
좀비가 등장함에도 이 영화가 스릴러일 거라는 생각을 못 한 건 예고편의 느낌이 밀리터리 액션의 분위기가 강했고, 원작소설이 상황이 종료된 후 재건에 들어간 각 국(16개국)의 브리핑 형식의 서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스릴러가 엄청 '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좀비의 특성이 '소리'에 예민한 걸로 설정되어 있다. 소리를 죽이고 좀비들 옆을 지난다고 상상해보라. 염통이 절로 쫄깃해지지 않겠는가.
전쟁이 잔인한 이유는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극도로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WWZ에서 가장 잔인했던 장면은 제리가 연락두절되자 단 이틀 만에 제리가 사망한 것으로 간주, 제리의 가족을 안전한 항공모함에서 지상으로 내쫓는 장면이다. 제한된 공간에 수용 가능한 인원 역시 제한적이니 쫓아내는 자도, 쫓겨나는 자도 순순히 수긍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건 불가항력인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렇듯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럼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은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가.
인간성이란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WHO 본부장은 제리에게 좀비로 변하기 전엔 아내였던 어떤 '것' 즉 'it'이 아들을 죽였다고 한다. 인간의 껍데기를 썼으나 인간성이 사라진 그것은 더이상 인간이 아닌 어떤 것에 불과하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