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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697 bytes / 조회: 7,279 / ????.11.22 21:48
[영상] 한국영화 몇 편


응징자
감독: 신동엽
출연: 양동근, 주상욱

 

연기하지 않는 양동근은 극에 몰입을 방해하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부족으로 이해를 방해하는 준석(주상욱)은 내내 짜증을 일으킨다. 그게 주제든 소재든, '학교폭력'을 스크린으로 가져 올 때 제작진은 좀 더 고민하고 성찰한 다음 낮은 곳에서 신중하고 주의 깊게 문제의식에 접근해야 된다. 창 너머로 구경하기엔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상처는 당장 눈앞의 현실이고 고통이다.


후궁, 제왕의 첩
감독: 김대승
출연: 조여정, 김동욱, 김민준, 박지영

 

스크린이 여배우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은 '호스티스영화'로 불리던 <영자의전성시대>가 범람하던 70년 말-80년대 초에 비해 거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조여정의 벗은 몸이 몇 번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매번 저 장면이 왜 필요한가 지루했다. 그나마 절정에 해당할 마지막 장면도 모 헐리웃영화를 떠올리게 해서 이거 혹 오마주인가? 심드렁하고. 대본이 완성되기 전 시놉은 꽤나 흥미를 끌었을 것 같다. 책으로 낸다면 제목은 '구중궁궐에서 여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 딱 제격일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법은 없고 여인들만 있다. 대비전 지하에 숨겨진 뇌옥이라던가, 사가에서 데리고 온 몸종이 승은을 입어 주인을 위협한다던가... 영화가 소모품으로 처리해버린 얘기들이 아깝다.


공정사회(azooma)
감독: 이지승
출연: 장영남 

 

비전문비평가라는 어느 누구의 '법 앞에 선 미친년'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길잡이로 제격이다. 이 스무자 평을 먼저 봤으면 전반 30분을 짜증과 스트레스로 허비하지 않았을 것을. 이 영화는 '다큐'로 보면 안 되는구나 깨달은 건 시작하고 30분이 지날 때였다. 실종된 딸아이가 성폭력을 당하고 발견되지만 이 사건을 다루는 공권력의 행태는 비현실적으로 과장되고 극단적이다. 그에 더해 피해자 아이의 엄마도 마찬가지로 산만하고 정신없다. 아, 이건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에서 관람해야 되는 건데. 영어 부제가 'azooma'인 이 영화의 정체는 블랙코미디 부조리극이다. 영화의 결론은 공정사회는 없으며, 내 딸은 내가 지키고 내 딸의 복수는 내가 해야 된다- 는 것. 아무렴. 법보다 주먹이 가깝지.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다만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연작 스토리 두 편을 이어 본 것 같다는 거. 말 그대로 얘기를 뚝- 반으로 잘라서 전반전, 후반전이다. 전반전은 동네바보 위장간첩의 일상, 후반전은 자결하라는 당의 지침으로 절체절명에 처한 위장간첩들의 위기, 요렇게. 즉 전반전은 슬랩스틱 코메디고 후반전은 액션물인데 웹툰을 안 봐서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겠고. 전반전이든 후반전이든 한쪽에 집중했으면 오히려 나았지 않았을까. 이건 내가 먹은 게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고르라면, 위장간첩 동네바보 얘기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꽤 재미있고 유쾌한 코미디 한편이 나왔겠다 싶다.


Don't cry mommy
감독: 김용한
출연: 유선, 남보라, 유오성

 

학교가 아이를 보호해주지 못 한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 옳다. 부모는 아이에게 '학교' 말고도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를 막다른 곳으로 모는 건 선택할 수 없다는 절망이다. 분류하자면 <공정사회>가 블랙코미디라면 <돈크라이마미>는 다큐다. 두 영화가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의 시스템은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개인이 집단으로 분류되면, 불행에 처한 개인은 고장난 부품 혹은 소모품 취급을 받는다는 것. 청소년 범죄가 이미 질적 양적으로 성인범죄 수준인데 국가는 언제까지 '어린'청소년, 자라나는 '새싹' 운운할텐가.

 

- 덧. 장담하건데 이 영화엔 우리나라 최고의 발연기가 등장한다. 이런 천상천하무쌍의 전설적인 발연기는 타임캡슐에 보관해야 된다.


붉은가족
감독: 이주형
출연: 김유미, 정우

 

그러니까 내용인즉슨 남파간첩들이 대안가족을 이루고 임무수행을 한다는 건데...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도대체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궁금했다. 아울러 감독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을 대상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아마 이북5도민이나 탈북민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힐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소녀(Steel cold winter)
감독: 최진성
출연: 김시후, 김윤혜

 

아마 고유의 영화작법을 통해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어쩌면 꽤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감독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흘리는 기괴하고 모호한 장면 편집이 영화 종반에 가면 낚시성 미끼인양 불쾌한 기분을 남긴다. 제목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있다. 소녀. 성인이 아닌 어린 여자아이. 소외되고 고립된 여자아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올드보이>이후 간만에 '소문'의 폭력성과 비극을 다룬 영화.

 

*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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