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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1133 bytes / 조회: 6,992 / ????.12.21 02:45
[영상] 맨 프롬 엉클 / 베테랑 / 검은 사제들


맨 프롬 엉클

감독: 가이 리치 l 출연: 헨리 카빌, 아미 해머, 알리시아 비칸데르

 

이 영화에는 꼴통 1명과 또라이 1명이 나오는데 '그래도 꼴통이 낫지, 아냐 그래도 또라이가 낫지'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이다. 내용을 1줄 요약하면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두 스파이가 어쩌다 같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주연배우들 프로필이 유난히 고전적이고, 내용도 전형적인 클리셰다 싶더니 60년대 인기 미드가 원작이라고 한다.

미국스파이 솔로는 <맨 오브 스틸>의 수퍼맨을 연기한 헨리 카빌.

자국의 반응은 모르겠으나 플롯이 너무 단순해서 내 보기엔 시리즈화 되긴 그른 듯.

 

 

베테랑

감독 : 류승완 | 출연 :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영화 개봉 직후 유아인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죽하면 황정민이 주연배우인 걸 뒤늦게 알았을까. 그런데 막상 직접 확인한 조태오는 글쎄, 요즘 이런 캐릭터가 인기인가? 당황했다. 내 눈엔 암만 봐도 돈 많은 부모가 자식 잘못 키운 전형적인 예로 인격장애자, 전문용어로 '사이코'인데. 사이코 망나니가 그렇게 대중적 인기를 끌었단 말이야?

 

영화를 먼저 본 M이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 언급했는데 직접 영화를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도 같다. 황정민이 연기 잘 하는 배우인 거야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부당거래>의 최반장과 <베테랑>의 서형사의 차이를 모르겠다. 지난주 뉴스룸 목요 인터뷰에 황정민이 나왔는데 마침 손석희 앵커가 이 부분에 대해 물었다. 일단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뭐... 좋아하는 배우인 건 맞는데 요즘 너무 열 일 하시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건 서형사가 조태오에게 묻던 "니들은 왜 쉽게 해결할 걸 어렵게 해결하냐" 하던 대사.

그냥 미안하다 한 마디면 될 걸, 왜 그 말을 안 하고 일을 어렵게 만드느냐는 건데, 이거 나도 늘 궁금했던 거다. 근데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니 쉽고, 어려운 기준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우리한텐 '미안하다'가 쉽고, 걔네들한텐 때리고 돈 던져주는 게 더 쉬운 건지도. 사는 세계가 다르니 가치관도 다른가보지.

 

 

검은사제들

감독 : 장재현 | 출연 : 김윤석, 강동원


★스포 주의★

한 줄 평을 하자면 깔끔한 단편 소설 한 편 읽은 기분.

영화를 본 후 감독을 검색해 보니 전작이 러닝타임 26분인 단편영화 <12번째 보조 사제>다. 그러니까 <검은 사제들>은 <12번째 보조 사제>를 장편화한 작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검은 사제들>에도 해당된다. 하물며 기독교인인 감독이 전작인 단편에 살을 붙여 장편화 했으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대사 등은 모두 적극적으로 기획, 의도된 것들이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고깃집에서 김신부와 최부제가 처음 대면하는 장면과 한강에 뛰어든 최부제가 걸어나오는 장면.

먼저 고깃집 장면에서 김신부는 첫대면한 최부제에게 문답식으로 호구조사를 하는데 이는 카톨릭 영세 전 예비자교리 과정에서 신부님과 나누는 면담 - 자기 고백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 한강에서 걸어나오는 장면. 기독교 세계관을 주제로 삼는 영화에서 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 특히 침례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몸에서 나온 마귀가 돼지 속으로 들어가 물에 뛰어들어 죽는 내용은 '마귀들과 돼지 떼'라는 제목으로 마르코 복음과 루카 복음에도 등장하는데 <검은 사제들>에선 마태오 복음을 인용한다.

 

나는 이 대목을 루카 두 번, 마르코 한 번 필사했는데 영화를 먼저 본 M에게도 말했지만 이 대목을 도합 세 번이나 필사할 때 내 기분은 딱 판타지 혹은 잔혹동화를 읽는 기분, 그것과 비슷했다. 그래서 최부제가 돼지를 끌고 악령이 들린 영신의 집으로 향할 때도 아, 악령을 돼지에 가두려는 거구나. 그럼 물에 빠뜨려야 할 텐데, 물은 어쩌려고? 가벼운 기분으로 봤다. 그리고 마침내 짐작했던 장면이 등장했을 때,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적어도 내겐 <검은 사제들>에서 가장 끔찍하고,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바로 최부제가 악령을 가둔 돼지를 안고 뛰는 장면이었다. 성경을 읽거나, 필사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글자로 읽지 말라는 건데 그 의미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인상적이었던 건 악령이 '세상에 빛을 끄려고 왔다'고 하는 부분. 아마 이 대사가 두세 번쯤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비기독교인조차 익숙할 창세기의 첫 문장은 태초에 하느님의 말씀 '빛이 생겨라'로 시작한다(창세기 1장 3절).

 

구마 도중 달아났던 최부제가 돌아와 과거에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고 고백하자 김신부가 '네 잘못이 아니며 네 동생이 더 작았을 뿐이고, 짐승은 자기보다 큰 놈한테는 절대 덤비지 않으며, 악(惡)도 그런 식으로  우리를 절망시킨다'고 대답한다.

어째 글로 옮기니 더욱 고해성사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장면인데,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어둠 - 시기, 분노, 질투, 절망, 의심, 좌절, 미움이 우리를 괴롭힐 때, 우리는 빛을 기억해야 된다는 거다. 빛이야말로 어둠을 몰아내므로. 신이 태초에 '빛이 생겨라'라고 하지 않았나.

 

과외로, 감독이 닫힌 엔딩이라고 인터뷰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다양한 결말 해석이 재미있다.

감독의 인터뷰가 아니어도 두 가지 장면에서 <검은 사제들>의 엔딩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다. 축성을 받은 묵주는 성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마지막에 강에서 나와 다리 위로 되돌아온 최부제는 묵주를 거머쥐고 걸어가면서 인간답게 웃는다. 또한 악령이 실토한 이름이 마르바스인데 마르바스는 인간의 몸이 썩는 병을 퍼뜨리는 악령이다. 김신부와 최부제의 몸에 있던 악령의 흔적이 사라진 건, 악령의 소멸을 의미한다.

 

영화를 보기 전, 나는 절대 강동원과 돼지 얘기를 안 해야지라는 근본 모를 오기 같은 게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강동원과 돼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이런 돼지~♡

마지막으로 박소담. 모든 연기를 직접 했다고 하던데 이 배우에게 정말 상 많이 줘야 된다. 여러모로 보석 같은 배우다.

 

:::뱀발...

김신부와 최부제의 세례명은 베드로와 아가토인데 '아가토'가 생소해 찾아 보니 실제로 구마신부였다고 한다. 영화에서 김신부가 최부제에게 세례명을 묻고 누가 골랐느냐 물었을 때 최부제는 '남들 다 하는 거 싫어서 내가 골랐다'고 대답한다. 최부제와 같은 이유로 (밝힐 수는 없지만)M의 세례명도 굉장히 특이한데, 우리나라 ¹540여 만 명의 가톨릭 신자 중 M과 같은 세례명을 가진 신자는 아마 많아 봐야 5명 안팎일 거다. 그나마도 혹시, 혹시, 혹시 모르니 그렇다는 거고, 내 생각엔 아마 M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세례명을 교적에 올릴 당시 본당에서도 꽤 혼란이 있었다고 하니, 아마 거의 그럴 것이다.

 

¹교황청 발표 '2013년 교회 통계 연감' 참고

*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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