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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9284 bytes / 조회: 6,892 / ????.02.06 14:51
[영상] 조선마술사 外


조선마술사

감독: 김대승 | 출연: 유승호, 고아라 

 

오프닝 타이틀은 보는둥 마는둥 러닝타임 내내 영화를 거의 '견디다시피' 간신히 보고 멍하니 엔딩 타이틀을 보다 놀랐으니...,

일단 감독이 김대승인 것에 놀랐고,

다음으로 원작이 김탁환인 것에 놀랐다.

 

김탁환은 섬세하고 단정한 문체를 쓰는 작가로 특히 역사소설, 그것도 여성이 화자일 때 특히 그 문체가 빛나는 작가.

김탁환의 소설은 대부분 영화 혹은 드라마화 되었고 그 영향인지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장르소설과 본격소설의 경계를 오가는 행보를 보였다. 기억하기로 정재승과 공저인 미래판타지『눈먼 시계공』서부터 본격적으로 장르 쪽으로 힘을 주는 느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전작주의였던 김탁환의 책을 더 이상 안 산 것도 이맘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침김에 <조선마술사>를 계기로 오랜만에 서점 검색을 해보니 '원탁'과 함께 '무블'이라는 생소한 개념이 나온다. 설명하기로는 매체와 장르를 넘나든다고 하는데, 매체는 모르겠으나 장르를 넘나든다고 하기엔 이제 완전히 그쪽으로 전향했구나 싶다. 

 

궁금하여 온라인서점에서 원작소설을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를 읽어 보니 그래도 김탁환은 여전히 내가 아는 그 김탁환이다 싶다. 하긴 글쟁이 바탕이 어딜 가겠냐만은. 그리고 다시 영화 정보를 확인하니 각본은 김대승 감독이 작업했다. 난 왜 각본도 당연히 김탁환이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영화로 돌아와서 <조선마술사>에 한 줄 평을 하자면, 좋은 재료로 만든 집밥보다 못한 요리.

원작 속 '환희'는 환희단의 수령이자 천 가지가 넘는 마술을 구사하며, '관객을 속이는 것이 아닌 환상을 보여주는 마술'이라는 또렷한 직업관과 정체성을 가진 마술사다. 환희의 마술사로서의 정체성이나 마술에 대한 애정은 더없이 명백하다. 그러나 영화 속 환희는 어떠한가. 공연이 없을 땐 여자와 아편에 파묻히는 허무와 권태에 찌든, 도망자 신분에 지친 청년일 뿐이다.

 

문제는 감독이 각본을 쓸 정도면 아마 원작을 읽고 그렸을 밑그림이 있을 터인데 영화에선 그런 상상력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원작의 서술과 비교하면 마술쇼도, 쇼의 무대인 물랑루도 작가 상상의 반의 반의 반도 구현하지 못한 느낌.

역시 주인공이 마술사인 <연애술사>(2005)와 비교하자면, <연애술사>는 마술 공연을 극중 극 형식으로 집어놓고 주인공들의 엇갈린 연애와 적절하게 섞어서 시너지 효과를 냈는데, <조선마술사>는 환희가 왜 굳이 마술사여야 하는지 역할과 극 사이 전개상의 개연성을 찾을 수가 없다. 기껏해야 주인공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무대가 되는 정도. 말그대로 배경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딱 배경으로서의 역할만 한다. 감독의 필모를 보면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덧붙여 편집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런 식의 교차 편집은 영화적인 상상력이나 재미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번잡하고 지저분하기만 할 뿐.

 

동친과 내가 입을 모아 공감하는 것 중 하나인데 바로 배우의 연기는 감독의 책임도 있다는 것.

<조선마술사>는 배우의 연기가 무척 아쉬운 영화다. - 이건 순화해서 말한 거고, 두 주연배우가 두 시간 동안 내 넋과 어이를 아주 바닥까지 탈탈 털었다. 조연으로 열연한 중년 배우들이 안타까울 정도.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사정이 안 좋은데 영화계라고 다를 리는 없을 테고, 감독이 배우의 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결국 손해는 관객의 몫.

 

고아라는, 이 예쁜 배우는 연기를 할 때 어깨를 웅크리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유승호는 발성이 문제가 있다. 입을 오무리고 웅얼거리는 발성은 앞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실컷 썼더니만 정작 영화에 관한 얘기는 개미 눈물만큼이라니...;

근데 사실 할 얘기도 없다. 

썰을 풀고 싶어도 뭐 하나 재미도 없고, 즐거움도 없고, 매력도 없고.

 

 

오늘의 연애

감독 : 박진표 | 출연 : 이승기, 문채원

 

로코로 범위를 좁혔을 때, 영화를 보면서 종종 하는 생각은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뭘까- 라는 거.

TV 미니시리즈로 봐도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을 굳이 2시간 짜리 극영상 필름으로 제작해 대형 스크린에 올릴 때는 그만한 장점이나 특화된 뭔가 있어야 하질 않나. 동친에게 이 얘길 하니 "<오늘의 연애>를 16부로 본다고?" 기겁한다. 그야 뭐, 주변인물 얘기 좀 넣고, 어린 시절 에피소드 좀 넣고, ost깔고 뮤비 몇 번 넣고, 회상 장면 몇 번 더 넣고... 하면, 시청률 잘 나온다 쳤을 때 20부도 가능하다고 본다만.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됐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 연기가 다 가능하며 또 양쪽에서 성공한 유일한 배우로 꼽힌 배우가 故최진실 씨였다. 지금이야 장르와 매체의 경계가 거의 의미가 없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스크린 연기와 브라운관 연기는 각자 영역의 구분이 또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승기와 문채원은 스크린에서 브라운관 연기를 한다. 문채원이 욕을 얼마나 예쁘게 하든, 얼마나 악을 쓰든, 망가지든 영화 속 문채원은 TV 속 그 문채원이다. 반면 이서진은 영화로 데뷔를 해서인지 스크린 연기가 확실히 자연스럽다.

한줄 평을 하면, 공중파로 봐도 충분한, 오랜 소꿉지기의 그저 그런 공감 안 가는 연애이야기. <조선마술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은 직업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즉슨 제목에서 기대하거나 상상했던 얘기 - 이를테면 날씨와 연애의 상관 관계 같은 상상력은 전혀 없다.

참. 갑툭튀하는 카메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우정 출연이라도 대본은 있을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소비를 위한 소비는, 관객 입장에서도 하나도 안 반갑다.

 

 

도리화가

감독 : 이종필 | 출연 : 류승룡, 수지, 송새벽, 김남길

 

최근 사극의 고질병인 '고증 그까짓 거'에 분노게이지를 차곡차곡 쌓던 참에, 그나마 고증에 신경썼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 하긴 최초의 여류명창, 분명하지 않은 출생과 신분, 스승 신재효에게 '도리화가'를 받았으며, 대원군과 고종의 귀애를 받았다는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2시간짜리 얘기가 나올만하다.

수지에게서 연기자의 모습을 본 것도 수확. 한양으로 가는 길에 사랑가를 부르는 장면은 꽤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건 수지보다는 감독의 힘인 듯 하지만 어쨌든.

<오늘의 연애>에서 무분별하게 튀어나오는 카메오 출연에 질린 참에 김남길을 보니 숨이 트이는 기분. 아무렴, 우정 출연은 이런 것이지.

내용은 진채선 일대기라도 봐도 무방하게 오로지 진채선에게만 집중한다. 신재효도 대원군도 모두 주변인물일 뿐, 덕분에 이야기가 산만하지 않아서 좋지만 역으로 이 얘기는 서사가 단조롭다는 의미도 된다. 문제는 촬영도 그렇고 서사도 그렇고 너무 무난한 게 단점. 한마디로 참하고 착한 것 같기는 한데 쑤욱 한 방 들어오는 매력이 없다는 얘기. 덧붙여 감독이 모험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군- 생각을 했던 건 카메라 시야각이 대부분 미디엄 쇼트이고 롱테이크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싶은 장면도 도중에 어중간하게 끊어버리기 때문. 극적인 장면을 극적이지 않게 연출하는 것도 재능으로 봐야 할지...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를 보면서 느꼈던 건데 <도리화가> 역시 여배우를 너무 애지중지하는 느낌적인 느낌. 뭐, 무려 국민첫사랑인데 이해합니다.

한국영화 중 수작으로 <서편제>를 꼽는 M은 <도리화가>를 보고 실망한 듯 했는데, 평소 가타부타 호불호가 없는 성격이라 이 영화의 감상을 물으니 '왜 판소리가 가능한 배우를 캐스팅 안 했을까'가 전부였다. 영화를 보니 달리 말이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고. 기승승승승전... 이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괜찮게 봤다. 별 다섯 개 중 3개 반.

 

 

위험한 상견례 2

감독 : 김진영 | 출연 : 진세연, 홍종현, 신정근, 전수경, 김응수

 

굳이 타이틀에 '2'를 붙여 시리즈로 이은 건 전작을 본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의도였을 것.

그리고 내가 바로 그 관객이다. 다만 '1'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거...;

영화를 보면서 진세연은 참 성실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성실한 연기가 아니라 잘하는 연기를 해야 되는데 성실하기만 하다는 거. TV 일일극에서 하던 연기와 주연으로 영화를 끌고가는 연기는 뭔가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특별함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다. 재미있는 영화와 재미없는 영화의 차이점은 집중해서 보게 하는가의 유무.

장르물은 장르 클리셰에 충실하면 된다. 뻔한 건 뻔한 재미로 보는 법.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딴 짓을 안 했고, 그러므로 이 영화는 내게 재미있는 영화였다.

 

 

기술자들

감독 : 김홍선 | 출연 : 김우빈, 김영철, 고창석, 이현우, 조윤희, 임주환

 

★스포 주의

영화를 본 직후, M에게 전화했다. (* 내가 보는 영화는 M과 동친을 닥달해 리스트를 뽑아온 것이다. 너희들이 본 건 나도 본다는 '강남 가는 친구 제비' 심리.)

전화했던 이유는, 오만원 권 지폐에 굳이 잉크칠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M은 그런 사소한 건 무시하라고 충고 아닌 조언 아닌 대꾸를 했지만, 난 원래 그런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트리플 B형이라.

이런 영화의 재미는 '트릭'에 있다. 영화가 2시간 동안 목표로 삼고 달려가는 한 점도 바로 이 '트릭'이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도 이 '트릭'이다. 그러므로 트릭이 얼마나 정교한가, 트릭이 짠 반전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가 영화의 호불호를 결정 짓는다.

30분 안에 오만원 권 500억을 윤전기에 넣고 쿠폰 인쇄를 입히라니. 인쇄된 돈을 다시 띠지로 묶고 비닐로 싸는 것만 해도 30분은 걸리겠다.

그래도 잉여력을 발휘해 계산을 해보자.

5만원이 500억이 되려면 100만 장이다. 즉, 1초에 약 555장을 찍어야 30분을 맞출 수 있다. 뜯고 포장하는 시간을 뺀다 치면 최소 1초에 1000장을 찍어야 된다는 얘기.

오만원 쿠폰을 보여줬을 때, 바꿔치기하겠구나 짐작했지 그 위에 인쇄한다는 건 생각 못 했으니 뒤통수라면 뒤통수인데 이 과정이 무리수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깔끔하지 않다.

게다가 결국 돈 바꿔치기가 트릭의 핵심이며 전부인데 굳이 이지혁이 작전 도중에 세관 전산시스템실로 가고, 조사장이 쫓아와 협박하는 장면에 이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이 장면이 특공대에게 쫓기다 총에 맞고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이어지기는 한다. 다만 이런 과정이 성립되려면 조사장의 등장이 필수인데, 조사장이 이지혁을 쫓아와 폭탄가방을 안기고 경찰을 유인하라고 협박할 것을 이지혁이 사전 예측했다고? 이건 그냥 대본의 농간이지. 이 장면이 전혀 무용하다는 건 기껏 총 맞고 강에 떨어진 이지혁이 직후에 온 사방에 '나 살아있소' 광고하는 데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강에 떨어진 이지혁이 죽었을까 살았을까 의문으로 남겼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작전의 트릭의 반전은 돈 바꿔치기가 전부이기 때문에 이지혁이 사서 고생하는 장면은 모두 사족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맥거핀도 아니고.

야적장과 세관 창고를 오가는 편집이 산만해서 긴장감이 전혀 없는 것도 단점.

영화의 꽃은 아무래도 연기이다 보니, 연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같은 전형적인 연기라도 김영철과 김우빈의 연기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다. 연기의 전형성도 일종의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나는 기왕이면 같은 배우라도 역할이 다르면 다른 연기를 보고 싶다. 습관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있다. 좋은 연기를 하려면 역시 다양한 역할을 골고루 하는 경험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

여담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요즘 안타깝게 생각하는 배우가 황정민인데, 이 배우가 연기 잘 하는 거야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그럼에도 점점 연기가 전형화되어 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황정민의 이형사, 최형사, 박형사는 모두 같은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 이는 황정민의 캐릭터 해석이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가 그냥 한 부류라서 그런 거다. 구정 연휴를 맞아 신작 <검사 외전>이 흥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기대되면서도 기대가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영화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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