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 엑소더스 / 선오브갓 > Review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8206 bytes / 조회: 5,175 / ????.05.03 12:25
[영상] 노아 / 엑소더스 / 선오브갓


 

 

구약의 가장 큰 사건은 노아의 방주로 대변되는 대홍수와 출애굽의 홍해의 기적이다.

원래는 대홍수를 다룬 <노아>만 볼 생각이었는데 보다 보니 <엑소더스>에 <Son of God>까지 보게 됐다. 이중 <Son of God>은 신약.

감상은 본 순서대로(=마침 연대순서와 동일) <노아>부터.

그나저나 세 영화 모두 개봉시기가 2014년인데 단순한 우연인지, 아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 

 

 

 

노아(Noah) 2014

감독: 대런 아르노프스키│출연: 러셀 크로우

 

IMAX관에서 보면 화면의 감동이 더 컸겠다 싶은 <노아>는 그만큼 스케일이 크다.

영화를 본 후 검색을 했는데 평점이 낮아서 내처 평을 훑어보니 아마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평이 극을 달렸던 모양이다. 이러한 평들을 읽은 여파로 왠지 본격적인 감상을 쓰기 전에 미리 밝혀야 될 것 같은데 나는 가톨릭 영세자다. 나는 <노아>를 아주 재미있게 봤고, 영화를 본 직후 친구들한테 열렬하게 추천했다.

 

'노아의 방주'에서 방점을 찍어야 된다면 노아보다 구원을 의미하는 방주여야 할텐데 영화 제목은 '노아'다. 즉 이 영화는 신을 섬기고 순종하는 인간의 이야기라는 얘기다. 게다가 감독이 친절하게도 영화 도입부에 자막을 세워 길잡이까지 해주니 아, 이 영화는 '대홍수'라는 구약의 거대한 사건을 '신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했구나, 이야기를 구현하는 형식은 '판타지'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한 예로 타락천사(fallen angel) - 감시자(the watchers) - 거인(Giant)으로 등장하는 존재는 구약에 등장하는 거인족 '네피림'의 다분히 신화적인 해석이다.

 

영화로 돌아와서.

타이틀롤인 '노아'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답게 시종일관 영화적 서사는 '노아'에게 집중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오직 중요한 명제는 단 하나, '노아는 인간'이라는 거다.

 

노아는 신의 계시로 대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짓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 혹은 인간의 선한 의지와 악한 의지 사이에서 고뇌한다. 이때 노아의 심리를 보여주는 도구로 적극 활용되는 것은 꿈이다. 노아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데 이 꿈은 처음엔 조각 조각 나타나다 점차 구체적인 그림을 갖춘다. 반복되는 꿈이 예시임을 깨달은 노아는 처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조부 므두셀라를 만나러 떠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다친 여자아이를 거두고 '감시자들'을 만나게 된다. 감시자들은 최초의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쳤던 카인과 카인의 후예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신을 떠난 타락천사들이다.

 

<노아>에서 노아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존재가 '감시자들'인데, 아마도 신의 분노를 사 진흙과 돌에 갇힌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역설적인 위치가 흥미롭다. 그러니까 그들이 한때 지키고자 도왔던 카인의 후예인 '사람들'에겐 없애야 할 '사냥감'이고, 셋의 후예인 노아에겐 같은 신을 섬기는 '형제'다. 부언하면, 카인의 후예들에겐 '감시자들'이 그들 죄의 증거이며 그들이 신에게 버림받은 존재임을 증명하는 증인이기 때문에 파괴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참고로 '(타락천사 혹은)감시자들'이라는 존재는 그리스 신화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인간을 가엽게 여겨 신을 떠나 인간과 함께 하며 인간에게 지식을 전수하지만 그 대가로 신에게 버림받고 고향에서 쫓겨난 '감시자들'은, 인간에게 연민을 느껴 신의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올림포스 신의 저주를 받아 바윗돌에 묶여 독수리에게 심장을 파먹히는 프로메테우스를 연상케한다. 

한편 '감시자들'은 노아를 도와 거대한 방주를 짓고 '사람들'로부터 노아의 작업을 지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신을 거역한) 고해와 (신의 역사를 돕는)속죄를 거쳐 결국 그토록 소원하던 (빛으로 돌아가는)구원에 이르는, 전형적인 기독교 구원 사상을 실천하는 존재이다. 이는 성경 곳곳에 밀알처럼 떨어져있는 신의 예언, '도구로써 쓰리라'가 실현된 일종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이로써 <노아>에 등장하는 존재는 셋이 되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을 돕고자 신을 떠났으나 '사람들'의 적이 된 '감시자들'.

신을 부정하고 스스로 왕이 된 카인의 후예 '사람들'.

신을 섬기며 복종하는 셋의 후예 '노아'.

그리고 이들은 다시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으로 나뉜다. 즉, 방주에 타는 인간과 방주에 타지 못하는 인간으로 구분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우여곡절 끝에 감시자들의 도움으로 방주의 완성을 앞둔 노아는 둘째 아들 함의 짝을 구하러 '사람들'에게 가는데 그곳에서 현실의 아비규환이 꿈 속 아비규환과 다르지 않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홍수로 지상의 모든 것이 쓸려나가고 새로 도래하는 세상에 인간의 몫은 없다는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얻는다. 아울러 그 인간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도 포함된다는 것도. 즉 창조주의 믿음을 배반하고 창조주의 창조물을 파괴한 인간은 새로운 세상과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다시 근본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방주 바깥에는 분명 선한 인간도 있을 것인데 그러면 노아는 선한 인간을 구해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신이 선택한 노아는 인간이며, 노아의 고뇌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있었고 그들 사이에 카인과 아벨과 셋이 있었다. 카인은 아벨을 죽이고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다. 카인의 후예는 카인에 이어 창조주의 창조물을 파괴했고, 셋의 후예는 창조주의 창조물을 수호하였다. 카인의 후예는 '사람들'이고, 셋의 후예는 '노아'다. 그리하여 타락한 세상에 '사람들'과 '노아'가 있었다.

 

감시자들은 회개와 구원을 통해 신의 곁으로 돌아갔으며, 선택받지 못한 카인의 후예들은 방주에 오르지 못하고 홍수에 휩쓸렸으며, 노아는 신의 목소리에 순종해 완성한 거대한 방주에 올라 인류 몰살 현장의 최초이자 최후의 목격자가 된다. 

*신은 노아에게 다시는 물로써 인간과 땅을 멸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한다 (창세기 9장)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지금까지의 기독교 세계관에 신화적인 해석을 끼얹고 판타지라는 형식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잘 유지하던 영화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등장한다. 바로 모성으로 똘똘 뭉친 일라(엠마 왓슨 役)의 입을 빌어 교조적인 - 너무 도식적이라 오히려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공허한 울림만 남기는 대사를 늘어놓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구약의 '노아'를 타이틀롤로 내세웠으니만큼 종교 영화로서의 구색을 맞추려는 의도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뻔해서' 맥이 탁 풀린다. 그와중에도 러셀 크로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좋고.

 

사실 이 영화는 이미 '노아와 감시자들'을 통해 주제 의식을 충분히 보여주었으므로 굳이 익숙한 방식으로 고전적인 주제를 중언부언할 이유가 없다. 산을 보여준 것으로 이미 충분한데 구태여 이러쿵저러쿵 산을 설명하니 지루할 수밖에.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너무 오글거렸고(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이 장면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두 번 못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천한다. 영화 <노아>는 신화적 판타지이며, 종교적 경전이며, 신에게 자유의지를 허락 받은 인간의 이야기다.

 

 

 

<노아>와 <엑소더스>를 보면서 궁금했던 한 가지는 기독교관의 차이인데,

동서양의 차이인지, 감독의 차이인지, 그도 아니면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 유독 유별난 것인지- 하는 거다. 바로 '기복신앙' 얘긴데, 신앙인으로서 순종과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신에게 반항할 것인가, 순종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노아와 모세는 신에게 이렇게 기도한다.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or 제가 어찌하길 바라십니까)."

반면 우리나라의 기복신앙은 순종과 반항은 둘째치고 신자들로 하여금 오직 이렇게 기도하도록 가르친다. "병이 낫게 해주세요.",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등등 아주 구체적이고 즉물적으로 신에게 요구한다. 물론 이 기도 앞에는 항상 전제가 있다. "제가 …하(되)게 해주세요."

노아와 모세, 덧붙여 아브라함이 특별한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인 노아, 모세, 아브라함은, 이런 인간을 신이 선택했단 말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결점이 많은 인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행로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왜 신이 이들을 선택했는가 수긍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창조주에게 결백한 의지로 순종하고 복종한다는 것이다. 이들 셋 중에서도 특히 아브라함의 순종이 도드라지는데 아브라함의 순종을 보면 그가 '유일신을 믿는 모든 민족들의 조상'이 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에 국한하여, 신앙인이 된다는 건 그리스도와 닮은 삶을 살겠다는 약속인데 그리스도를 닮은 삶이란, 결국 신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는 인간이 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엑소더스(Exodus : Gods and Kings) 2014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사실 기대했던 건 <엑소더스>였다. 일단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고 주연이 크리스찬 베일이니까.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꼈는데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지나치게 상업적이어서였다. 부연하면 <글래디에이터>에서 B급 상업요소만 속속 뽑아다 버무린 느낌.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건, 아무리 연기 잘 하는 배우라도 안 어울리는 역할은 있다는 거.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베일이 '모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미스캐스팅에 있다.....고 나는 본다.

 

줄거리는 창세기의 에굽탈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와중에 출생의 비밀에 드라마를 한 스푼 넣고, 모세와 람세스의 관계에 드라마를 한 스푼 넣고. 그렇게 드라마를 보여주다가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을 거부한 람세스의 제국에 신의 7가지 저주가 차례로 실현되면서 위기-절정으로 얘기가 치닫는다.

 

개봉 전후 7가지 저주와 관련하여 기독교 신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를 본 직후에 동친에게 말했다. "하필 노예가 이스라엘 민족이 아니었으면 람세스의 제국도 평화로웠을 텐데." 

봉준호의 <마더>에는 엄마가 종팔이에게 '너, 엄마는 있니?' 묻는 장면이 있는데 이 물음은 '엄마'를 가진 도준은 구원받고, 엄마가 없는 종팔이는 도준의 죄를 뒤집어 쓰는 것으로 귀착된다. 창조주 유일신을 아버지로 둔 이스라엘 민족은 구원받고, 그런 아버지가 없는 이집트 민족은 6가지 횡액을 겪고 그 절정으로 장자를 잃는다. 뭔가 참 굉장히 부조리하지 않은가.

 

<엑소더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홍해의 기적인데, 이제껏 홍해의 기적을 연출하는 방식은 찰톤 헤스톤 주연의 <십계>가 정석이었다. 그러니까 백발노인이 지팡이로 쾅- 내려치면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가 갑자기 쩍- 갈라지고 그 사이로 길이 짠- 나타나는 거다. 그런데 내내 실망하면서 보던 <엑소더스>에서 인상적이며 감동적인 장면이 등장하니 바로 홍해의 기적이다. 단언컨데 이제껏 봤던 홍해의 기적 중 가장 좋았다. 그리고 이 한 장면으로 <엑소더스>는 시시한 영화에서 단숨에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 명장은 역시 명장이구나 싶고.

 

 

선 오브 갓(Son of God) 2014

감독: 크리스토퍼 스펜서│ 출연: 디오고 모르가도


기독교회관에서 단체관람하면 딱인, 예수님의 탄생부터 수난 - 임종 - 부활에 이르기까지 말그대로 정석적인 예수연대기다. 비유하자면 청소년 권장도서 느낌.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부분은 영미식 호칭. 요한은 존, 베드로는 피터, 마리아는 메리... 이런 식인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적응이 안됐다. 투덜투덜하니 동친은 그게(호칭)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어쨌든 귀는 불편했다. <선 오브 갓>은 종합예술 장르인 '영화'보다 기록필름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확고해서 영화적으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러니 핑계 삼아 영화 외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성모)마리아를 연기한 로마 다우니의 캐스팅에 의구심을 느껴(영화를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듯), 검색해보니 <갓 오브 선>과 12부작 미드 <더 바이블>의 제작 및 연출, 조연 등을 했다. 덧붙여 16년 개봉 예정작 <벤허>의 총괄프로듀서이기도 하니 이쯤 되면 그녀가 신교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더 바이블>의 영화화가 <갓 오브 선>. 실은 이후 <더 바이블>을 볼 생각이었는데 이런 정보와 더불어 결정적으로 <갓 오브 선>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더 바이블>은 됐고 <킬링 지저스>나 볼 계획.

 

 

* 포스터 출처. 네이버영화홈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39건 7 페이지
Review 목록
번호 분류 제목 날짜
249 도서 안톤체호프처럼 글쓰기 /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03.02
248 영상 이웃집스타/기억의 밤/킹 아서/저스티스리그 2 ??.01.13
247 영상 내부자들 (Inside Men : the original) ??.11.11
246 영상 마블 몇 편 4 ??.10.31
245 영상 게리 쇼어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Untold)> ??.10.05
244 도서 카를로스 푸엔테스 <블라드> ??.10.05
243 영상 비행 <침묵의 목격자> ??.10.01
242 영상 공조 外 ??.08.21
241 영상 라스트 모히칸 ??.08.20
240 도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컨택트 (스포) ??.08.05
239 도서 주진우『주기자의 사법활극』 ??.07.29
238 도서 황경신『모두에게 해피엔딩』 ??.06.28
237 영상 <불한당> 2017 '스포있음' ??.06.13
236 영상 존 윅 리로드 ??.06.10
235 영상 맨 프롬 어스 (Man from Earth) ??.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