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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8 bytes / 조회: 4,805 / ????.06.08 16:57
[영상] 자본주의의 민낯 <빅 쇼트>


 

 

 

 

Big short

제목의 '쇼트 short'는 금융상품 거래 시 '매도'를 의미한다. '매수'는 long.

대개 주식 시장이 가치 상승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영화 제목인 'Big short'는 가치 하락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

다시 말해 상승주를 사는 게 아니라 하락주를 사는 것.

 

공매도

short stock selling. 없는 걸 판다는 의미로,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하는 것.

가치상승이 아닌 가치하락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매도하는 주식이나 채권의 시세가 높은 우량상품일수록 위험은 큰 반면 수익이 크다.

예. 1만원에 산 주식이 천원으로 하락하면 차익 9천원을 버는 것.

참고로 국내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국내에도 이제 익숙해진 용어 '모기지론'은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의미한다. 간단하게 주택구매자에게 주택을 담보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는 것.

그런데 우량신용자(프라임)에게만 대출을 해주다보니 수요 한계에 처하자 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수요자를 위한 담보대출상품을 만드는데 이게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다. 그리고 은행은 주택구입자에게 받은 담보대출증권으로 MBS(모기지 저당증권)을 만들어 투자은행에 팔고, 투자은행은 MBS를 담보로 리스크가 커서 잘 안 팔리는 채권을 모은 CDO(부채담보부증권)을 만들어 헤지펀드 등의 투자자에게 판다. 이 과정에서 은행, 투자은행, 금융상품을 파는 민간보험사 들은 대출금을 한번에 메울 뿐만 아니라 또 엄청난 수수료로 재미도 본다.

 

CDS(CreditDefaultSwap )

투자자가 매도한 채권 CDO가 부도나서 채권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때 원금을 지급(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상품. 빅쇼트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 CDO를 CDS(신용부도스와프)를 통해 공매도를 하고 차익을 챙긴다.

 

 

원작은 앞서 영화화 된『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빅 쇼트』. 

2008년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실화이며, 당연히 등장인물들도 실존인물.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섞었는데 하필 내가 안 좋아하는 구성이다.

연기를 하다 말고 배우가 갑자기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그런데 말입니다-'하는 거.

사상초유의 금융사태를 다루고 그에 따른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니, 게다가 미국 관객의 속성이 어려운 건 기피한다고 하니 이해는 하지만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의외로 서스펜스가 쩌는데 보면서도 내가 왜 손에 땀을 쥐나- 좀 황당했다.

 

게다가 더 웃기는 건, 이건 결국 타인이 불행해지든 말든 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아주 나쁜놈들과 그 타인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덜 나쁜놈들 얘긴데, 어느새 내가 덜 나쁜 놈들 편을 들고 있더라는 거다.

내 기준, 여기서 아주 나쁜놈들은 미국의 주류 은행과 금융회사이고 덜 나쁜놈들은 헤지펀드 or 개인 투자자들(주인공들)을 의미한다.

 

주인공들은 부동산 활황 시장에서 부동산 붕괴 조짐을 읽고 부동산 하락에 위험 투자, 즉 '공매도'를 한다. 쉬운 예로, 대구 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모두 낙선할 거라는 데 돈을 거는 것과 같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닥치는대로 팔아치운 금융권(은행, 투자은행 등)을 상대로 도박에 가까운 공매도를 한 주인공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붕괴(=주택구입자가 대출을 못 갚는 사태)가 발생해야만 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의외로 긴박감이 넘친다. 공중누각에 서 있는 상대가 추락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은 빨리 채권 팔아 내 돈 돌려달라고 아우성이니 내 돈이 아닌데도 '어이쿠 저런' 안타까운, 참 알다가도 모를 주인공 빙의 심리.

 

여기저기서 채권 부도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작 채권을 발행한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상승한다. 신용등급이 안 떨어지니 주인공들이 투자자를 끌어모아 공매도한 채권의 주가도 그대로다. 신용등급 회사 S&P를 찾아가서 왜 은행 신용등급이 그대로냐 따졌더니 낮은 등급 주면 경쟁사 무디스를 찾아가니 어쩔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오고. 주인공들은 살이 빠지고 피가 마르지만 마침내 때는 도래한다. 에버에프터해필리 할 줄 알았던 부동산은 붕괴하고,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그 와중에도 눈치 빠르고 발 빠른 소수 투자자들은 20조에 가까운 수익을 낸다.

 

부동산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는 세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자막이 나오는데 이는 밴 리커트가 불량채권을 매도한 직후 춤추며 좋아하는 두 청년에게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 명이 죽는다'는 걸 아느냐고 쏘아붙이는 장면과 함께 서늘한 경고의 메시지처럼 보인다. 정당하지 못한 이익은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누군가는 대개 중산층 이하 서민이며 때로 그 희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올 초에 조지 소로스가 자신의 헤지펀드팀을 이끌고 중국으로 쳐들어가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거액의 투자를 했다는 뉴스가 떴다. 말하자면 위안화와 홍콩달러 하락에 공매도를 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것. 이후 중국이 잘 막고 있다는 기사까지는 봤는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소로스와 중국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인 모양.

 

영화에 의하면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통해 스트리퍼가 주택 5채, 콘도 1채를 소유하는가 하면 애완견의 이름으로 집을 구매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극중에 부동산업자가 '서브프라임'을 닌자라고 부르는데, '닌자No income, No job or Assert) 즉 무수입, 무직업, 무자산인 사람에게도 집 사라고 마구마구 돈 빌려줬다는 얘기.

 

돌이켜보니 2006-7년 무렵 엄마랑 전화할 때 부동산업자와 친한 지인들이 LA 어디 어디 어디에 '집을 사라'고 자꾸 권하는데 어떡할까 물어보시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당시 한인들 사이에도 집 사는 열풍이 불었다. 당연한가? 나 아는 사람들 중에도 당시에 집을 사들인 사람이 꽤 된다. 다행히 내가 아는 범위에선 집 뺏기고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은 없는 걸로 안다. 참고로 엄마는 고민 끝에 안 하셨고.

 

상황이 진정되었을 땐 미국에서만 연기금, 부동산 가치, 퇴직금, 예금, 채권 등 5조 달러 상당이 증발된 뒤였고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6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그럼 이 사태의 제공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은행들은 국민들의 혈세를 받아서 보너스를 두둑이 챙기고 로비를 통해 개혁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배경으로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탓했다.

감옥에 간 사람은 한 명으로 죄명은 모기지 채권 손실 수십업을 은닉했다는 거였다. 그는 은행의 일개 간부였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인상적이다.

 

2015년 몇몇 대형 은행들이 '맞춤형 트랜치 기회'란 상품을 대규모로 팔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CDO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 맞춤형 트랜치 기회(bespoke tranche opportunity)

* tanche : 금융기관이 개별 대출들을 모아 이를 기반으로 다시 발행한 채권

 

영화 내적인 얘기를 하자면, 연출과 연기가 좋다. 주요 4인 중에 한 명으로 출연했던 브래드 피트가 공동연출을 했는데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고. 분장 때문인지 로버트 레드포드를 연상시키는데 올해 디카프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이 양반도 작품만 잘 만나면 머지 않아 오스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대놓고 노골적인 다큐멘터리 화법만 제외하면(근데 이건 개인 불호라) 간만에 썩 괜찮게 본 영화. 

 

뱀발. 최근 국내 조선 업계의 양상도 마찬가지. 결국 고통은 국민의 몫인 거지. 그와중에 챙기는 인간은 따로 있고. 책임지는 인간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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