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프로메테우스>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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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319 bytes / 조회: 5,517 / ????.12.28 06:31
[영상] 리들리 스콧 <프로메테우스>


 

 

::: 스포 有 :::

 

'리들리 스콧'만 확인하고 사전 정보 없이 봤던 탓에 마지막 장면 - 인간과 엔지니어의 혼종이 등장하고서야 이 영화가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라는 걸 눈치챘다. 17년 여름에 다음 이야기 <에일리언 : 커버넌트>가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아마 스콧 감독이 <에일리언>에서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SF 영화, 콕 집어 스페이스 오페라에 국한하면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인류의 우주를 향한 호기심은 대체로 지구인보다 더 나은 생명체를 찾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일개 행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시작된 호기심인가 싶지만, 문제는 호기심이 신념이 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극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다. 한마디로 대책 없는 호기심이다. 모든 존재는 이유가 있다. 때로 밝혀지지 않은 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버려두는 것이 옳다. 인간은 고작 호기심에 상자를 열었던 판도라의 교훈을 너무 쉽게 잊는다.

 

<프로메테우스>에서 흥미로운 개념은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는 지구인 학자들이 붙인 명칭으로 인류의 시원이며 인류를 설계한 존재라는 의미다. 학자들은 고대유적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별자리 흔적을 '엔지니어'가 지구에 보내는 신호라고 믿고 별자리를 좌표 삼아 엔지니어를 만나러 가는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여기에 거대 기업이 자본을 보태면서 프로젝트가 실현된다. 

 

학자의 이기심이랄지 오류랄지, 학자들은 엔지니어를 만나면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와 인류가 풀지 못한 비밀을 풀 것이라 믿는데 이 근본 없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는 궁금하다. 미지의 생명체가 우리를 반길 것이며 우리의 물음에 기꺼이 대답해줄 것이라는 이 근거 없는 신뢰와 호의는 도대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 그 믿음의 근거가 더 나은 지능, 더 발달한 문명을 향한 순종에서 기인할 것이라면 메시아의 구원을 기다리는 종교인의 믿음과 다를 게 뭔가. 

부연하면 '기복신앙'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매일같이 신에게 기도하는 개인의 열망도 다를 바 없다.

재미삼아 개미를 발끝으로 눌러 죽이고 개구리 등딱지를 벗기는 아이의 순수한 악의는 조금 비약하면 인간을 구원하지 않는 신(God)의 악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인류의 '거대한' 불행을 돌보지 않는 신이 한낱 개인의 '대단치 않은' 불행은 해결해줄 거라 믿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늘 궁금하다. 이들 공통된 질문에서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용감하다는 것.

 

<프로메테우스>의 끝은, 과학의 성취야말로 모든 가치 위에 있다고 믿는 학자들의 아집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생명을 무한 연장하고픈 자본가의 이기가 만들어낸 괴생명체의 탄생이다.

 

<에일리언>시리즈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에일리언(=외계생물체)가 인간의 몸을 빌려 태어난다는 설정인데 <프로메테우스>는 프리퀄답게 이 과정을 교과서적인 느낌으로 보다 친절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불시착한 행성에서 탐사를 나갔다가 어떤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 혹은 괴생명체에 감염된 찰리는 그 사실을 모르는 채 당일 엘리자베스와 관계를 가진다. 그런데 그 한번의 관계로 불임인 엘리자베스가 임신한다. 그리고 임신에 충격을 받을 겨를도 없이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자궁에서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그것'을 없애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다음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

거대한 단세포 원생동물처럼 보이는 괴생명체는 찰리의 정자를 통해 엘리자베스의 불완전한 난자에 수정한다. 여기까지는 그저 '괴생명체 혼종'으로 보였으나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놀라운 반전과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의 몸을 빌어 탄생한 괴생명체가 행성에 남아 있던 유일한 엔지니어, 그러니까 인간과 똑같은 DNA를 가졌지만 인간보다 완벽한 생명체인 외계인을 숙주로 삼아 변태와 탈피를 거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일리언, 정확하게는 에일리언의 시조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에일리언은 인간의 자궁을 빌어 태어난 괴생명체와 완벽한 DNA 보유자인 엔지니어의 혼종이라는 것인데, 이는 에일리언이 인간을 포함해 (영화 속)현재까지 확인된 우주 생명체 중 지능과 생체가 가장 발달한 생명체라는 의미가 된다.

 

뭐 어쨌든 결론은 <프로메테우스>는 인류 시원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에일리언의 시조를 탄생시킨 여행이며 인간이 아니라 에일리언이 주인공인 영화다. 당연히 영화의 끝은 비극의 태동이고.

 

- <에일리언 : 커버넌트> 예고를 보니 본격 '스페이스 호러'로 컨셉을 잡은 듯하다. 이 시리즈는 더 이상 안 보는 걸로. 실은 에일리언 시리즈도 안 봤다는 사실.

- 가이 피어스의 출연이 놀랍다. 분장 탓에 엔딩 스크롤을 보고서야 그의 출연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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