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 <나를 찾아줘> 스포有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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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260 bytes / 조회: 4,299 / ????.04.09 00:24
[영상] 데이빗 핀처 <나를 찾아줘> 스포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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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독은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는 없다던가.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흔한 미스테리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을 영화를 고급지게 가공한 건 뭐니뭐니 해도 데이빗 핀처의 공이다. 영화를 보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패닉룸>에서 발휘됐던 핀처의 스릴러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

원작소설을 안 읽어봐서 궁금한 부분이기도 한데, 영화 속 시점의 교차가 원작의 구성을 가지고 온 것인가 하는 건데, 자칫 영화를 산만하고 난잡하게 만들 수도 있는 시점교차가 씨줄과 날줄을 엮는 것처럼 정교하게 배열되어 스토리 집중도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잘 계산된 연출로 극이 드라마에 매몰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스릴러를 고수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다. 배우의 몫은 그 다음이고.

 

이야기의 구성을 보자. 이야기는 어느 평범한 아침에 시작한다.

 

1. 아내가 사라졌다.

2. 남편이 실종 신고를 한다.

3.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아내의 흔적은 남편을 살인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야기의 변곡점은 이렇게 이어진다. 단순가출 - 실종 - 살해

'3'에 이르자 남편은 마음이 급해진다. 남편은,

 

1. 하필 열아홉 살 제자와 불륜 관계이고

2. 하필 아내와 사이가 안 좋고

3. 하필 '그 날' 아침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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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증언과 정황은 온통 불리한 것들이고 에이미의 실종사건에 황색언론이 가세하면서 온갖 추문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남편은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미주리州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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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자자한 로자문드의 연기는 의외로 단조롭다. 연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 눈빛, 언어, 몸짓이 직관적이다 보니 '실종'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가 드러나기 전부터 '저 여자가 뭔가 감추고 있구나' 라고,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의심의 추가 기운다. 사실 에이미는 천사인 척 하는 악녀가 아니라 악녀가 아닌 척 하는 악녀다. 이런 에이미의 캐릭터를 이해하면 로자문드가 굳이 싸늘한 눈빛을 감추지 않는 연기가 수긍이 간다.

 

의외인 건 너무 빨리 드러난 에이미의 실체다. 플롯의 출발점인 '에이미 실종'의 실체가 드러났으니 더 궁금할 것도 없는데 남은 러닝타임은 아직도 한참이다. 그러니까 이제 남은 얘기가 시시해질 타이밍인데 가지고 있는 패가 모두 펼쳐진 순간 영화의 선택이 아주 영리하다. 에이미의 정체가 불확실할 땐 상상이 메웠던 부분이 에이미의 정체를 알게 되자 현실이 되면서 스릴러가 본격화 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인생은 실전'이다 이거지. 그리하여 이전까지 간만 봤던 스릴러가 본격적으로 힘을 주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못 떼는 긴장이 이어진다. 감독의 영리한 연출에 로자문드의 온몸을 던진 열연이 어우러져 꽤 괜찮은 스릴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럼 벤 에플렉의 '닉 던'은 어떤가. 닉은 그냥 평범한 남자다. 그런데 천만다행하게도 닉의 직업은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익숙한 작가다. 한마디로 조상이 도운 거지. 아내 에밀리를 가장 잘 아는 닉은 에밀리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州의 사형제도 안에 던져놓은 걸 깨닫는다. 그리고 불륜 상대인 소녀가 기자회견 선수를 침으로써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의 인생에서 최고로 영리한 결정을 내린다. 결과적으로 닉의 결정은 닉을 구원한다. 그리고 닉이 구원받는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스릴러의 절정이다. 에이미에 대해서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닉은 사라진 에이미를 찾는 과정에서 에이미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 - 에이미가 숨겼던 부분까지 덤으로 알게되었다. 그냥 좀 못된년인 줄 알았는데 아아주 미친년이었던 거다. 그리하여 돌아온 에이미는 닉에겐 구원이자 동시에 악몽이다.

 

닉은 악몽을 깨고 자신을 찾아온 구원을 현실에서 시험할 것인가 아니면 악몽 속에서 불안한 구원을 부둥켜안을 것인가.

일단은 악몽에서 깨지 않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엔딩 장면은 시작 장면과 겹친다. 그러나 로자문드의 머리길이로 혼란없이 엔딩과 시작의 로즈문드가 다른(한층 진화한) 인물임을 뚜렷하게 어필한다. 영리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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