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2017 '스포있음'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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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1729 bytes / 조회: 4,427 / ????.06.13 02:25
[영상] <불한당> 2017 '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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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보고 싶은데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인간인지라...

일단 감독이 의도했든 아니든 정치, 젠더, 지역주의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감성 이슈를 골고루 건드린 통에 모른척 무시하는 게 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흥행몰이에 실패한 건 어쨌든 감독 책임이다. 하물며 같은 업계를 디스하는 상도덕까지.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싶고. 

실상 나는 한 분야의 이슈가 다른 분야의 이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학적 접근과 해석을 책상물림들의 하품 나오는 소리 쯤으로 좀 삐딱하게 보는 불평러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불한당>의 흥행 실패는 감독의 SNS 논란이 끼친 영향이 크다는 여론에는 공감한다. 지난주던가 유독 동료 영화인들과 감독의 지인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sns를 통해 문제가 됐던 감독의 발언을 옹호하거나 해명하는 발언을 쏟아냈는데 전조였던지 영화는 결국 100만을 못 넘기고 vod로 넘어왔다.

 

예전에 'MTV 무비'에 관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는데, MTV를 보면서 자란 세대가 영화판에 들어오면서 기존 고전적/정석적 영화 작법을 탈피해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이고 빠르고 비트있고 감각적인 영화의 등장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에 의하면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이 대표적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즈 루어만이 이에 포함된다.

<불한당>은 분류하자면 MTV 무비에 가깝다. 두 시간 분량의 성실하고 알찬 상업티저를 보는 기분인데 그래서 정서적 긴장감을 못견디는 개복치멘탈임에도 러닝타임내내 편하게 즐기면서 봤다. 같은 이유로 나는 <불한당>의 장르를 '느와르'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인데, 이런 분류가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불한당>은 전통적 방식의 느와르는 아니다. 그래서 곧잘 비교군으로 함께 언급되는 <신세계>를 정작 나는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신세계> 얘기를 하니 아, 그 영화도 언더커버였지- 했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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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을 먼저 본 M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화면은 재미있더라, 고 평했고 M은 언더커버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비현실적 소재라 스토리가 별로, 라고 평했다.

 

스토리 얘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깼던 부분은 영화가 1/3쯤 진행됐을 때 조현수가 "형, 나 경찰이야."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위한 사전 포석이 비교적 성실했음은 인정하나 그로써 영화 주관적으로야(제작진) 개연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는(관객) 쟤 왜 저래 팝콘을 던지고 싶었던 장면. 그런데 이 장면이 없으면 중반과 후반이 이어지지 않으니 넓게 보면 이건 결국 시나리오의 상상력 부족이다. 한마디로 쉽게 간 것.

 

MTV무비 얘기에 좀 더 부연하면, <불한당>에서 눈에 띄는 건 일단 스타일이 재미있다는 거다. 화면을 분할한 다음 화면 속 인물의 동선을 카메라가 쫓아다니면서 감옥이라는 좁고 폐쇄된 장소에서 '공간'을 획득하는 것도 재미있고, 원색과 파스텔을 계통 없이 마음껏 쓰는 것도 재미있고. 이런 맥락에서 비교하자면 이 영화는 <신세계>보다 오히려 <피도 눈물도 없이>와 더 가깝다. 사족이지만 화면을 분할하고 카메라를 이동시킴으로써 인물과 플롯의 간격에 스릴러를 때려붓는 연출로 독보적인 감독이 브라이언 드 팔마인데(주관적 감상) 이런 연출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카인의 두 얼굴 : Raising cain> 추천.

 

물론 화면 분할 장면을 보면서 떠올렸던 건 팔마 감독이 아니라 우병우 황제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모일간지 포토였고, 보면서 감독이 노렸군 의심도 했지만 뭐 어쨌든. 사실 이런 식의 노골적이어서 민망했던 장면이 몇 군데 있는데 대표적인 장면이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오마주였다. 하필 한재호를 중심으로 양쪽에 여섯 명씩 열두 명 - 12사도의 구도까지 똑같다. 말그대로 그림을 스크린에 스캔했는데 이게 뭔 의미라도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무 것도 없으니 공허하다. 워낙 암시, 복선 따위는 없는 대놓고 노골적인 영화이긴 한데 감안해도 이건 뭐 그냥 허세.

 

영화의 부제도 그렇다. 부제가 '나쁜 놈들의 세상'인데 <범죄와의 전쟁>의 부제가 '나쁜 놈들 전성시대'다. 볼 기회가 있을까 싶지만 감독의 코멘터리가 궁금해지는 대목이 여럿 있다. 각설하고.

 

'나쁜 놈들의 세상'답게 <불한당>에는 좋은 놈들이 없다. 대개 선의가 나쁜 결말을 가져오는 경우 관객은 그 인물의 선의를 '정상참작'하는데 이 영화는 선의는 없고 아주 나쁜 악의, 조금 나쁜 악의, 덜 나쁜 악의가 등장한다. 이를테면 차팀장(전혜진)은 얼핏 직업적 신념인가 싶지만 정작 차팀장의 작전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굳이 마지막 장면까지 가지 않아도 중간중간 이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그나마 조현수가 이들 '악의'로부터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조차도 조현수의 모든 처음과 끝은 '엄마'다. 즉 조현수에겐 엄마가 선(善)인 것인데 엄마를 괴롭히면 나쁜놈, 엄마를 도와주면 착한놈이 되는 거다. 이러니 조현수의 전향이 그토록 쉬울 수밖에.

 

조현수에겐 고백이고 한재호에겐 자백이었던 '나, 경찰'을 끌어내기 위해 한재호는 공감을 형성하는 도구로 '둘 다 부모한테서 버려진 사연'을 이용하는데, 물론 여기서 '부모한테 버려졌다'는 이중적인 의미다. 한재호는 보스에게, 조현수는 팀장에게. 구체적으로 보스는 한재호를 제거하려고 했고 차팀장은 조현수를 정체 발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방치했다.

 

앞서 썼지만 영화 속 언어가 굉장히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장면을 보고 대사를 들으면서 아프게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 여기서 다시 감독의 SNS 논란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불한당>을 보면서 불편했던 건 동성애 코드였다. 대놓고 조현수를 희롱하는 대사와 장면이 불편했다. 나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적극 찬성하며 퀴어컬쳐는 어떤 의미로든 편견도 없고 속물적 관심도 없으나 반면 그것을 이용/활용하는 개인과 집단의 '의도'에는 상당히 관심이 많다.

논란이 일었을 때 감독의 SNS 내용을 봤고, 그중에는 관계자들이 옹호하는 것처럼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없지 않을 거라고 판단 보류할 이해심 정도는 있다. 하지만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이 자기 영화 속 캐릭터를 대상으로 대놓고 뿌린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메시지는 단순히 동성애 코드로 보기엔 그 단계를 넘어섰다는 불쾌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그런 메시지의 연장처럼 보이는 (직접적인)대사와 (간접적인)장면을 영화로 직접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면 원치 않게 희롱 현장의 목격자가 된 것 같은 불쾌감이 비약적으로 수직팽창한다. 배우들이 관련인이고 사전에 양해와 조율이 있었다면 물론 문제 없다. 설경구와는 미리 얘기가 있었다고는 하나 영화에서 희롱의 대상은 조현수 - 임시완이다. 애초에 브로맨스로 충분한 걸 구태여 퀴어여야 했는가도 의문이다. 그나마 제대로 퀴어로 갈 것도 아니면서. 비교하자면 차라리 <신세계>의 브로맨스는 산뜻했다. 애틋했고.

 

M과 대화를 나누면서 공통적으로 수긍한 부분은 교도소 영화의 난립이었다. 이정도 물량이면 그냥 독립적인 장르로 분류해도 될 듯. 그리고 비슷비슷한 언더커버 소재 영화의 몰개성도 마찬가지. 조각 조각 어설프게 떼어다 기우고 포장하는 것보다 차라리 <무간도>를 대놓고 오마주한 <신세계>가 낫다는 건 내 생각.

 

 

기타_

 

김희원, 임시완의 재발견.

진정한 씬스틸러 김희원. 영화제는 이 배우한테 상 줘야 된다.

그리고 임시완은 이제 확실히 배우로 자리잡았구나 대견하다. 발성도 좋고 표정도 좋고 몸도 잘 쓰고. 특히 캐릭터 이해도가 놀랍다. '조현수'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고 매력적인데 영화가 끝날 때쯤 종이 인물 조현수를 실물 조현수로 탄생시킨 건 백퍼센트 임시완의 공이구나 싶었다. 앞으로 임시완이 또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고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그리하여 내가 꼽은 <불한당> 최고의 수혜자는 임시완, 최고의 피해자도 임시완.

 

모든 영화를 통틀어 유일하게 다섯 번 본 영화가 <공공의 적 1>이다. 순전히 설경구의 힘으로 봤는데 설경구의 연기가 질리기는커녕 다섯 번 보면 다섯 번 다 새로웠다. 아마 열 번을 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확신한다. 다만 시간이 흐른 이제 설 배우의 전체 필모를 쭉 훑어보니 그것이 이 배우의 유일한 연기였나 싶은 것이 아쉽기도 하고 좀 의외롭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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