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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481 bytes / 조회: 4,774 / ????.10.01 19:28
[영상] 비행 <침묵의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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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중해서 본 영화.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여운이 길다.

 

최민식 주연의 11월 개봉예정작 <침묵> 트레일러를 보다가 댓글에 원작 얘기가 있어 찾아봤더니 소설이 아니고 중국영화 리메이크다. 마침 예고편 영상도 있어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내친김에 영화를 보게 됐다.

 

다음은 간단 줄거리.

 

유력기업인인 린타이의 애인이 주차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직후 살해 용의자로 린타이의 딸이 구속된다. 이에 린타이는 승률이 가장 높은 변호사 저우를 선임하는데 검찰쪽 검사가 하필 린타이와 악연이 깊은 통타오다. 통타오는 린타이와 앞서 세 번의 소송을 치렀고 세 번 모두 패소한 전적이 있다.

 

장르는 정통 법정영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데 세 번의 반전이 모두 탄탄하고 긴장감이 있어 120분이 지루할 새가 없다.

법정진술1차, 법정진술2차에서 각각 새로운 범인이 지목되는 반전이 발생하고 그리하여 3차 법정진술이 진행되는데 앞서 두 번의 반전이 법정 안에서 발생한다면 세 번째 반전은 법정 밖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앞서 두 번의 반전은 스릴러에 가깝다면 마지막 반전은 드라마가 굉장히 강하다. 나는 2차 법정 진술 이후부터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는데 3차 법정 진술 이후는 티슈박스 옆에 놓고 그냥 마음 놓고 푹 울었다.

 

2차 법정 때 린타이가 용배장 얘기를 할 때는 뭔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이에 대한 얘기가 다시 등장한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용배장 설화는 그 자체로 스토리가 강하니 한번쯤 찾아 읽어 봐도 좋을 듯 하다.

 

영화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결국 '진실'의 무게인 듯하다. 인간의 오만은 때로 감당할 수 있는 진실만 받아들인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은? 외면하는 거지.

린타이는 어떻게 해서든 법정에서 딸의 무죄를 끌어내고 싶지만 다만 한 사람, 통타오 검사가 마음에 걸린다. 통타오는 앞선 린타이와 벌인 세 차례의 소송에서 린타이 측의 협잡질로 부당하게 패소했다고 믿고 있으며 이번 소송 역시 린타이의 재력이 법정의 진실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불신하고 있다. 그러니 통타오는 린타이가 어떤 증거로써 설득을 해도 넘어갈 인물이 아니다.

 

진실에 맞서는 건 진실 뿐이지만 린타이에게 그건 불가능한 패다. 게다가 린타이에겐 안타깝게도 검사 통타오는 사건의 실체보다 상대(=린타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법정의 진실을 가리는 패라고 이미 단정짓고 있다.

통타오에겐 이미 린타이가 파렴치한 경제사범이며 때문에 린타이의 무죄는 진실의 범주에 없으며 오로지 린타이의 유죄만이 통타오가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이다. 여기에서 린타이의 고민과 선택이 시작된다.

 

다만 앞서 생각해볼 것은,

린타이가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기업주라는 통타오의 판단이 정당한가 라는 것.

린타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로지 통타오의 기억과 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확인하는 린타오의 일면은 남의 자식을 귀하게 여기고 그 자식의 부모에게 모욕을 주는 것을 꺼리는 인물이다. 통타오가 믿고 있는, 돈이면 온갖 협잡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한 인물과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객 입장에서 린타이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윤리적 고민은 뒤로 미루어도 될 것 같다. 덧붙여, 린타이가 자신의 가신들을 대하는 태도나 마지막 순간의 선택을 보면 자신이 패소한 이유를 법리 다툼이 아닌 순전히 자본의 역학 때문이라고 믿는 통타오의 불신에 오히려 의문이 생길만도 하다.

 

열린 엔딩인데 답답하고 막 궁금한 그런 엔딩은 아니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가능한 전개를 암시한다.

 

(+) 이 영화를 본 M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M은 용배장 설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겨 얘기의 완결성을 짓는 거라는 의견을 보였다. 나는 용배장 설화가 법정 진술의 이면에 숨겨진 전말을 까발리는 징검다리 정도로 해석했는데 M이 맞다면 엔딩 이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티슈 반 박스가 아니라 한 박스 다 쓸 뻔...

 

엔딩에서 통타오가 눈물을 흘리는데 왠지 그 눈물의 이유를 알 것 같다. 통타오는 두 개의 증거 영상과 두 개의 진술 앞에서 하나는 거짓, 하나는 진실이라 확신했다. 그의 마음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린타이는 그것을 알았던 거고. 결국 통타오가 원한 건 실체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이었던 것.

 

방부제를 먹었는지 곽부성의 여전한 외모가 반갑고 린타이 역을 맡은 순홍레이도 눈에 띈다. 찾아보니 15년 대종상에서 해외부분 상을 받았다.

 

뱀발.

한국판 리메이크작에선 유능한 변호사 저우 역을 박신혜가 맡았는데 원작을 보기 전 트레일러를 볼 때도 응? 싶더니 원작을 보고 나니 더더욱 응?응? 싶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연륜이 배어나오는 배우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리메이크하면서 시나리오가 어떻게 수정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극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박신혜의 저우가 좀처럼 상상이 안 된다. 하물며 용의자인 딸 역을 맡은 이수경과 나이 차도 얼마 안 난다. 참고로 저우를 연기한 위난은 78년 생이다.

 

중국영화를 너무 오래 안 봤는지 중국산 영화가 이렇게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것에 놀라웠다. 언어만 아니었으면 일본영화라고 착각할 정도. 예고편 영상을 보고 본편을 찾아서 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문화컨텐츠의 힘이랄까. 물론 '붉은수수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화면 전반에 펼쳐지는 도시의 풍광이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이어서 놀랍다. 그 넓은 영토에 상하이도 있고 사막도 있으니 일반화할 바는 아니지만 베이징 한복판에서 사흘 숙박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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