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쇼어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Untold)>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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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0 bytes / 조회: 4,248 / ????.10.05 21:37
[영상] 게리 쇼어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Unt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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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엔테스의 소설 『블라드』를 읽고 스토커의 『드라큘라』로 넘어가려다 소설이 두 권짜리 장편이라 일단 영화 먼저 보기로 했고, 가장 최근작을 찾아서 본 게 2013년 작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이다. 마지막으로 봤던 '드라큘라 영화'는 아마 게리 올드만 출연작인 걸로 기억한다. 감독과 출연진이 화려했고 기대도 엄청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뒤져보니 영화와 관련된 내용은 몽땅 실종되고 '실망'만 남아 있다. 키아누 리브스가 민폐 아닌 민폐였던 기억도 흐릿하게 남아 있는 것도 같고. 뭐 어쨌든.

 

주연 배우는 루크 에반스.

최근작이 <패스트앤퓨리어스><미녀와 야수>인데 나는 아직 이 영화를 안 봤기 때문에 루크 에반스의 영화는 <드라큘라>가 처음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마스크인데, 어둠의 힘을 빌렸지만 어둠에 먹히지 않으려는 영웅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액션 장면이 묵직하고 감각적인 게 <300> 느낌이 난다 싶더라니 제작진 일부가 겹친다. 원작은 호러이고 기존 영화들도 장르가 호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드라큘라는 확실한 액션장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대형스크린으로 못 본 것. 영상의 스케일을 담기엔 TV화면이 너무 좁고 갑갑해서 보는 내내 나중에 프로젝터로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에는 그 생각이 사라졌다.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영웅이 악의 힘을 빌리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비틀기도 재미있고 액션물 답게 끝까지 영웅의 캐릭터 정체성이 유지되는 것도 보는 입장에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고.

 

마스터 뱀파이어의 피를 삼키고 뱀파이어로 각성할 때 감각이 깨어나는 장면도 좋았고 - 개인 감상으로는 거미 독이 퍼진 직후 피터의 감각이 예민해지는 장면보다 뛰어났다, 거대한 박쥐떼가 화면을 누비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이 장면은 대형스크린으로 봤으면 매우 웅장했을 것 같다. 아쉽.

 

다만 스토리 전개상 이야기의 반전이 발생하는 변곡점이 문제인데 이 부분을 너무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으로 처리했다. 가족과 사랑이 자신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족이 자신의 전부인 영웅은 물론 멋있지만, 그리하여 영웅의 각성에 연인이 기폭제가 되는 뻔한 전개가 야유를 받으면서도 항상 먹히는 클리셰인 건 인정하지만, 불행히도 <드라큘라>는 이 과정이 너무 성의가 없다. 영화 평점의 절반 이상을 까먹을 정도로 어이없는 실책. 게다가 개연성이 없어 왜왜왜? 이해도 안 가고.

또 다른 문제는 스토리 전개상 설정의 구멍. 간단하게, 사흘간 인간 흡혈을 참지 못하면 어둠에 먹혀 마누라와 자식도 못알아보고 발광한다고 했는데 왜 블라드는 여전히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는지 설명이 없다. 그 연장으로 21세기의 블라드가 무슨 수로 환한 대낮에 멀쩡하게 돌아다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때그때 달라요도 아니고. 속편 때문에 이야기를 생략한 거면 속편을 만들어주셔야지? 왜 소식이 없음?

 

마지막 장면에서 마스터 뱀파이어가 "let the games begin" 던지는 대사는 동굴에서 마스터 뱀파이어가 블라드에게 자신을 속인 악마에게 같이 복수를 하자는 얘기를 하는 대목과 이어지는데 아마 마블의 영웅들이 빌런과 싸우듯 현대로 온 마스터 뱀파이어와 블라드가 악 또는 악을 대변하는 빌런들과 싸우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다크히어로 vs 다크빌런의 다크 유니버스(괴수판 마블)의 밑그림이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추측이 발생한다.

 

장르영화로 장점이 많은데 뭔가 영화적 위치를 어중간하게 잡음으로써 폭발적인 임팩트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한번쯤 볼만한 영화.

흥행이 저조해서 다크 유니버스에서 빼버렸다던가, 계획이 변경됐다던가 뒷말이 있던데 그러기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다. 극중에서 블라드가 그랬듯 다시 부활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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