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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624 bytes / 조회: 4,208 / ????.11.11 06:02
[영상] 내부자들 (Inside Men : the 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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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10일) 뉴스공장의 오프닝인 '김어준 생각'에서 김어준은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했다. 그리고 말미에 '내부자들은 픽션이 아니라 다큐였다'는 멘트로 오프닝의 끝을 맺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관계자들이 포토존에 설 때면 영화 <내부자들>이 심심찮게 언급되곤 한다. 그리하여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었던 영화를, 며칠 전 검찰 출두를 앞두고 투신한 모 검사의 일을 계기로 드디어 봤다. 그리고 영화를 본 감상은 '영화가 아니라 다큐'라는 공장장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

올 초에 문재인 대선후보의 북콘서트에 갔을 때 게스트로 윤태호 작가가 나왔는데, 대화 중에 웹툰 <내부자들>연재를 왜 중단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작가는 12년 대선 결과와 맞물려 맞닥뜨린 현실에 창작적 감각이 무너져 엔딩에 대한 그림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불가능했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날 이후 거의 1년 만에, 영화를 보고서야 윤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터에 박힌 개봉일이 15년 11월인데 아마 개봉 당시에 이 영화를 봤다면 일개 시민이자 주권자로서 어쩌지 못하는 패배감, 무력감으로 무척 힘들었을 거다. 다행히 나는 이 영화를 2017년 11월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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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도 내용면으로도 두루 만족했던 영화. 무엇보다 근래 한국영화를 보면서 매번 실망했던 내러티브가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건 생각할 것도 없이 원작, 원작자의 힘이다. 내러티브를 받쳐주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다만 감독의 필모를 검색하고 놀랐으니 전작이 <간첩>이다. 3년 새 감독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역시 좋은 시나리오에 나쁜 감독 없다는 속설이 맞는 걸지도.

 

손에 꼽고 싶은 장면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한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이강희(백윤식)가 연필을 깎는 장면을 들고 싶다. 그전까지 우아하고, 지적이고, 점잖은 지식인이었던 이강희의 속물적인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지만 백윤식의 필모 중에서도 '이강희'를 정점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전반에 걸쳐 입체적인 존재감이 빛난다.

물론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고. 이 배우 특유의 아우라는 어떤 배우도 대체하지 못하겠구나 새삼 확인.

 

내가 본 건 감독판 '디 오리지널'인데 극장판과 차이점을 검색해보니 안상구(이병헌)의 과거 분량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주류언론사의 주필인 이강희가 논설을 쓰는 장면도 많이 생략된 것 같은데 영화 개봉 당시 분위기가 군인이 거리에서 총만 안 들었다 뿐 거의 공안 정국 분위기였던 걸 감안하면 내부 논의에 의한(이라고 쓰고 외압이라고 읽는) 편집이 아니었을까 의심해볼만도 하다.

 

<내부자들>을 보면서 새삼 확인한 건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하며,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는 기본 상식.

배우들이 모두 제 역할을 제대로 해주니 관객은 그저 집중하고 몰입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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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영화의 내용을 풀어보자면, 안상구는 한때 내부자였으나 권력의 삼각뿔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죄로 한순간 외부로 밀려나고 우장훈은 외부자였으나 삼각뿔을 무너뜨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내부자가 된다는 스토리.

 

요즘 연일 이어지는 국정원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특권층의 카르텔과 너무나 유사해 소름이 끼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카메라 앞에서 아주 적나라게 펼쳐진다.

재벌회장은 유력정치인의 정치자금을 대고, 유력정치인은 재벌회장의 재산을 불려주고. 그리고 그런 그들의 치부로부터 대중의 눈을 가리기 위해 언론사 주필이 펜을 굴린다. 우장훈의 말을 빌어, "참 정의롭다, 정의로와."

 

정계, 재계, 언론계의 거물들이 결탁한 삼각뿔의 세계는 견고하다. 어느 한 꼭지점이 무너지면 삼각뿔 역시 무너지기 때문에 각 꼭지점들은 아주 긴밀하게 서로의 상투를 틀어쥐고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내부자들이다.

그리고 외부자이면서 내부자인 검사(검찰)이 있다. 일반 시민의 앞에선 공권력이지만 상위 1% 앞에선 월급쟁이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그들. 사실 영화 속 검찰은 의외로 권력의 중심에서 외따로 떨어져 하수인으로만 기능하는데, 최근 드러나는 국정농단의 권력 카르텔을 보니 이 얼마나 사실적인 구도인가 놀랍다. 그들을 감시하고 단죄하는 검찰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권력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이유는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결국 검찰조직은 월급쟁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역시 관건은 돈인가 보다.

 

최근 불법 혐의로 소환 조사 예정 중이던 검사가 투신 사망했는데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나오는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로 죄없는 검사가 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몇몇 언론사의 사설은 정말이지 역겹고 추했다.

친일청산을 제대로 못한 역사의 빚이 이렇게나 무겁다.

 

사실 뒷 부분은 판타지에 가깝다. 웹툰 연재를 중단할 밖에 없었다고 토로하던 작가의 고충을 백분 이해할 것 같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이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니면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현실(실제 세계)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므로 2017 현재 더욱 간절히 원하고 바란다. 적폐청산이 부디 꼭 긍정의 결실을 볼 수 있길.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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