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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031 bytes / 조회: 4,310 / ????.01.13 01:20
[영상] 이웃집스타/기억의 밤/킹 아서/저스티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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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들었을 영화에, 제작진에게, 웬만하면 좋은 얘기만 하고 싶다.

하지만 공짜도 아니고 비용을 지불하느니만큼 아무래도 비판적인 심보가 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한 줄 평을 하자면, 굳이 발품 팔아 티켓을 사고 대형스크린 앞에 앉아서 봐야 하는 매력을 찾기 힘든 영화.

모든 홈드라마가 다 그렇지는 않을텐데 어느 순간부터 극장가는 자본을 때려넣은 대작과 소품에 가까운 작은 영화의 구분이 아주 극명해진 것 같다. 무슨 공식같달까. 대작은 이러이러 하고, 작은 영화는 저러저러 하고... 이런 분위기.

어쨌든 현실이 그렇다 치고, 이런 종류의 작은 영화가 거대 자본의 외피를 입은 대작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상전환', '카타르시스'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참 어렵다. 전형성을 무시하자니 시나리오의 역량이 따라주지 않고, 전형성을 안고 가자니 기승전결이 붕어빵이고.

딱히 나쁘지도 않지만 딱히 좋지도 않은... 뻔한 얘기, 뻔한 진행, 뻔한 결말.

카프카의 명언처럼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이 없다면 문학을 읽을 이유가 없다. 영화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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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보다 극본과 드라마 카메오로 더 익숙한 장항준이 오랜만에 연출한 작품.

스릴러를 강화하려다 보니 쓸데없는 장면이 좀 있다. 관객이 이해를 못할까봐 걱정한 것인지 꼬였던 플롯이 풀리는 과정이 지나치게 친절한데 이러한 배려 탓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번잡하게 느껴지는 게 가장 큰 단점.

개인적인 감상인데, 강하늘의 착하고 순한 연기는 '척'이 유난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 배우는 아주 바른생활 청년이라고 알려진 걸로 아는데 정작 바르고 착한 역할을 하면 왜 위화감이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자연인 강하늘이 어떻든 이 배우는 비열한 음지의 인물이 잘 어울린다. 마스크에 그런 요소가 있다. 계속해서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인데 다음 작품은 변신을 시도해봐도 좋을 듯.

반전 요소가 있는데 그닥 치명적이지는 않다. 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반전으로 유명한 해외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도 그냥저냥 심심했고.

스릴러의 가장 고전적인 클리셰이자 빠져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폐쇄적인 공간인데, <기억의 밤>에선 이층집이 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 폐쇄적인 공간의 공포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예로 <장화, 홍련>을 소환해봄.

요즘 한국영화의 경향인 것 같은데 썩 잘 만든 수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못 만든 졸작도 아닌, 그냥저냥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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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직후에 M에게 영화를 추천하면서 했던 말은 "어쨌든 지루하지 않아" 였으니.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전반 10여 분이 지나면,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인데? 싶은 감각적인 교차편집이 빠르게 쓱쓱 지나간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이 가이 리치다. 데뷔작 <록 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이후 가깝게는 <셜록 홈즈>까지. 보는 순간 가이 리치구나 싶은, 감독이 근성있게 고수하는 특유의 편집은 이쯤되면 '미장센'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배우 얘기를 해보자.

주드 로는 역시 주드 로구나 싶고, 타이틀 롤인 찰리 허냄은 세간의 평처럼 삼촌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원숙미가 때때로 몰입을 방해하는 게 옥의 티고. 그리고 에릭 바나. 아, 이 배우가 참 멋있는 배우구나, 라고 새삼 깨달음이 있었으니 카메오급 출연인데 아들내미 킹 아서와 비교해도 존재감이 뒤지지 않는다. 왠지 뒷 얘기가 더 있을 것 같은 엔딩인데 완결성도 썩 나쁘지 않다. 누구나 다 아는 고전적인 얘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출하는 이런 경향이 요즘 헐리우드의 대세인 모양. 여튼 여러모로 내 취향이라 나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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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슈퍼맨. 이 둘만으로도 DC가 마블 영웅들에게 뒤쳐질 이유가 없다. 일당백이라고 해도 과찬이 아닐 히어로를 그것도 둘이나 데리고서 이 정도 얘기밖에 못 뽑아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 승승장구하는 마블을 보면서 덩달아 기대했던 DC는 막상 판을 벌여놓고 보니 승부가 너무 싱겁다. DC의 패착은 뭘까. 마블은 향후 20년인가 마블 유니버스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던데 그 차이일까. 개인적인 생각은 DC가 토니 스타크 같은 인물을 발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있고, 망작에는 이유가 있다. 히어로들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건실하게 쌓아올리면서 유니버스를 조직할 때 all for one의 시너지가 발할 것인데 DC는 도무지 따로국밥 느낌. 온갖 비싸고 좋은 재료를 썼지만 맛도 정체성도 모를 음식이랄까.

내용에 대해 언급하자면, 이건 그냥 슈퍼맨의 부활을 위한 밥상이다. 더 안타까운 건 슈퍼맨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다는 사실. 시간을 들여 영화의 스토리를 쫓아간 관객에겐 가장 기운 빠지는 설정.

뱀발인데, 나는 여전히 박쥐인간 슈트를 입은 벤 에플렉이 어색하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데어 데블이 더 익숙한 안타까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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