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구절은 첫 페이지, 첫 줄에 있다.
'달이 빛난다고 말해주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반짝이는 한줄기 빛을 보여줘라'
체호프답다 싶은 문장.
그러나 정작 이 책의 독서는 '어, 어,' 하다 결국 아쉬움으로 끝났다.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딸기맛'이라고 씌어 있으면 아, 딸기맛이구나- 예상하고 아이스크림을 집어드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혀 끝에 초코 맛이 느껴지면 속은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책의 제목이 '체호프처럼 글쓰기'이면 체홉의 작가적 에세이인가 보다 하지, 기행문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1/3 쯤 읽다가 결국 못 참고 책의 원제를 찾아보니 책 표지에 부제처럼 달려있는 '좋은 신발과 노트 한 권'이 원제에 가장 근접하다. 그렇다면 수긍할만하다. 좋은 신발은 사할린 여행을 하는 여정에서 필요한 것이고, 노트 한 권은 여행 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는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 본문에서도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문제는 주제목인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이 제목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이러한 이유로, 체호프처럼 글을 쓰고 싶어 작가의 팁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는 걸 미리 발설한다.
그럼 '그냥' 기행문으로서는 어떤가 묻는다면, 순전히 체호프 전작주의인 이유로 이 책을 읽은 감상은 독서 자체가 너무 무매력이라는 거.
이 책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체호프가 여행 후에 집필한 <사할린 섬>의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후일담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즉, <사할림 섬>을 읽지 않을 거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사 체호프와 작가 체호프의 간격이다. 체호프는 의사로서 직업적인 자부심이 매우 컸다고 하니, 작가가 아닌 자연인 체호프의 정보가 딱히 없는 독자에겐 이 점이 의외롭게 느껴질 것 같다. 작가 체호프를 아끼는 팬의 입장에서는 바쁜 의료 와중에도 소설을 써준 그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
강의를 책으로 묶은 책.
카잔차키스, 서머싯 모옴, 밀란 쿤데라 세 변의 꼭지점에 니체가 있다. 세 작가의 작품 속에서 니체의 철학, 사상의 흔적을 밟는 내용. '강의를' 책으로 묶은 책 답게 지루하고 재미는 없다. 이러한 관점, 이러한 시도... 는 참신하지만 문학이 아니라 교재로 읽히는 건 강의실 밖 책소비자의 입장에선 역시나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