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레드 스패로 'Red Sparrow' 
제목 'Red Sparrow'(붉은 참새)는 여성 요원, 특별히 상대를 유혹해 정보를 빼내는데 특화된 요원을 의미한다.
줄거리…
볼쇼이 발레단의 프리마돈나였으나 공연 도중 사고로 다리를 다쳐 더이상 발레를 못하게 된 도미니카는 병을 앓고 있는 엄마의 치료 중단과 아파트를 비워줘야 하는 등 정부 지원이 끊기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정보국 소속 삼촌이 접근해 Red Sparrow가 될 것을 권유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도미니카는 훈련소로 간다. 그곳에서 인간성을 포기해야 하는 테스트를 거쳐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레드 스패로가 된 도미니카는 러시아 내에 미 CIA가 심어놓은 이중스파이를 알아내라는 첫임무를 받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간다.
도미니카와 상응하는 남자 요원으로 누가 있을까 추려보니 제이슨 본이 떠오른다. 일단 둘 다 심리전에 능하고 상황판단이 빠르며 위기대처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도미니카는 부다페스트에서 그녀가 유혹해 정보를 빼내야할 대상인 네이트와 만나는 순간 그를 적이 아닌 아군으로 판단한다. 사실 도미니카는 혹시 영화적인 트릭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처음부터 본연(=identity)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네이트에게 접근하는데 이는 여성의 한계를 벗지 못한 감상적인 이유도, 잘생긴 미국 요원에게 호감을 느껴서도 아닌 본능적으로 타고난 감이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거짓 중에 네이트를 신뢰할 수 있는 인간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는 자기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도 매번 맞춤옷 입듯 배역을 잘 소화하는 배우.
배경도 러시아, 주요 등장인물도 러시안이다 보니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대륙 특유의 차갑고 경직된 정서가 화면을 채우는데, 이런 정서가 관현악과 잘 어우러져서 영화 한 편을 본 소감이 마치 톨스토이의 장편을 현대 서브장르 버전으로 읽은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그 연장으로 OST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차이코프스키와 그리그가 영화적인 편곡을 통해 멋지게 재탄생한다. 놀라운 건 원곡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영화적인 편곡이 웅장하고 세련됐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나중에 ost 검색을 하고서 안 것. 덧붙이면, OST는 LA 출생인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맡았다. * 내 귀엔 드보르작의 첼협이 들리는데 ost 앨범 관련정보가 너무 부족하여 확인을 못했다.
동구권(유럽)은 예술 유전자를 따로 타고나는 모양이다. 음악도 문학도, 서방의 영미권 국가가 흉내내지 못하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영화의 단점은 '러시아'.
극중 인물들이 러시안인데 영어로 대사를 한다. 배경이 러시아이기만 하다면 뭐가 문제겠느냐만은 줄거리에서 보다시피 미국 쪽 인사들도 계속 나온다. 네이트가 도미니카에게 "영어를 잘하네요" 할 땐 개그인가 했다. 왜냐하면 영화 내내 도미니카는 영어를 쓰기 때문. 러시아에서도 헝가리에서도. 엄마랑 얘기할 때도 동료랑 얘기할 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이해한다손 쳐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