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毒戰) : Believer 혹은 Drug War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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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300 bytes / 조회: 3,475 / ????.06.27 22:55
[영상] 독전(毒戰) : Believer 혹은 Drug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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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에 개봉한 <독전毒戰>은 2015년 중국 두기봉 감독의 <독전毒戰> 리메이크작.

'마약전쟁'을 의미하는 한문 제목은 같고 영어 제목은 한국은 'Believer', 중국은 'Drug War'.

리메이크이긴 한데 말하자면 이란성 쌍둥이랄지, 기본 얼개는 같지만 이야기 구성이나 풀어가는 방식,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원작과 비교하자면 한국 리메이크작이 비교 불가하게 낫다. 일단 중국 <독전>은 전개가 굉장히 불친절한데 영화 혼자 진행된다. 중반까지 '뭐라는 거야' 하다 종반부에 이르면 이거 확실히 망작이구나 싶다.

 

이하는 한국 <독전 Believer> 감상.

 

 

간단줄거리.

마약전담 수사팀 형사 원호는 오래전부터 국제 거대 마약 조직의 실세 '이선생'을 쫓고 있지만 '이선생'에 대한 단서가 요원하다. 그러던 중 마약 조직 수뇌부들이 모인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유일한 생존자 락을 원호의 수사팀이 확보한다. 그리고 사소한 계기로 락이 수사에 협조하면서 수사팀은 이선생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와중에 마약 거래 현장에 뛰어드는 원호와 락. 그러나 작전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상황이 꼬이면서 원호와 수사팀은 곤경에 처한다.

 

 

영어 제목 'Believer'에 충실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주제의식인지 영화 전반에 걸쳐 유독 '믿음' 얘기가 많이 나온다.

폭발현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락은 원호를 도와 '이선생'을 잡는 작전에 합류한 이후 줄곧 '형사님을 믿어요' '저를 믿어야 돼요' 한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브라이언(차승원)은 아예 신흥종교 교주다. 믿숩니꽈? 밉숨미다!의 향연...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이 '믿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거. 분위기를 봐선 극을 관통하는 메타포인 것 같기도 한데 뭔가 감독 머리 속에서만 타오르다 불발탄이 된 느낌. 참고로 감독이 각본에도 참여했다.

 

(영화 시작 부분) 패스트푸드점에서 수정이와 원호의 투샷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원호는 죄 없는 사람의 '결백'이 아니라, 죄는 지었지만 그 내면에 남아 있을 '결백(=인간성)'을 믿는 인간이다. 한마디로 성선설(性善說)론자라는 얘기. 죄가 밉지 사람이 밉냐, 이런 거.

그리하여 영화 결말부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사건 종결 후 원호가 노르웨이로 간 건 착한놈인 줄 알았더니 나쁜놈이었던 이선생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록 나쁜 짓은 했지만 이선생이 진짜 악마는 아닐 거라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라고 보았다. 이선생의 밀항스토리와 잿밥 장면이 워낙 인간적이긴 했다. 관객조차 헷갈릴 정도로.

 

<종의 기원>(정유정) 때 쓴 적 있는데, 정신의학계에선 인류의 2~3퍼센트는 사이코패스, 1퍼센트는 프레데터(순수악인)로 구분한다고 한다. 영화 속 맥락을 통해서 내가 본 락은 '악마'까지는 모르겠고 선악 구분을 못 하는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선생'을 꽁꽁 숨겨놓지만 사실 '이선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너무 빤해서(찰떡같이 말해줘도 개떡처럼 못알아듣는 내가 눈치챘다면 이건 반전의 ㅂ도 아닌 거다) 이선생은 오히려 등장 전까지의 존재감이 더 무시무시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아무런 정보도 없는 '악마 이선생'은 온갖 상상을 일으키는 존재였다. 그러나 막상 등장한 이선생을 보며 떠올린 것은 '악의 평범성'. 악은 순결한 얼굴로 우리 주변에 평범하게 머물면서 우리가 모르는새 우리 속으로 스며들어 우리를 병들게 하고 파멸에 이르게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던가.

 

농아들과 어울리는 이선생은 관객에게 '저 놈은 나쁜 놈일까요, 나쁜 놈이 아닐까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나쁜 놈일까 착한 놈일까- 가 아니라 나쁜 놈일까, 나쁜 놈이 아닐까- 다. 디폴트가 '나쁜놈'이라는 얘기.

 

영화를 검색하면 '결말 해석'이 연관 검색에 뜨는데 7월에 엔딩 장면을 보강한 감독버전 확장판이 나온다고 하니 이제 곧 총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와 후일담을 확인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엔딩은 안 좋아한다. 열린 엔딩도 좋고 메리배드엔딩도 좋고 해석 분분한 것도 좋은데 뜬금포 알맹이 쏙 뺀 빈 껍질을 툭 던져놓고선 이게 뭐게? 하는 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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