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 Review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0149 bytes / 조회: 3,447 / ????.07.21 16:17
[영상]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20180721232012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7542.jpg

 

차용증을 쓰는 샤일록, 안토니오, 베사니오.

 

 

먼저 'ducat' 얘기부터 해보자.

ducat은 15,6세기 유럽국가에서 화폐로 통용됐던 금화다.

 

상선 몇 척을 부리는 안토니오(제레미 아이언스)가 절친 베사니오를 위해 샤일록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돈은 3,000 ducat이다. 샤일록의 딸년이(비속어를 써서 미안하지만 사실 이 표현이 딱이라) 가출 후 하루 숙박료로 지불한 돈은 80 ducat이다. 

이쯤되니 'ducat'의 현재 화폐 가치가 궁금해진다. 그리하여 야후닷컴에서 검색해보니 나랑 똑같은 게 궁금했던 사람이 또 있다. 비록 10년 전 질답이지만 뭐 어떤가. 베스트답변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 국내포털은 검색 안됨

 

1000 ducats would be 110.7 ounces of gold, gold is now $756.33 per ounce so they would be worth $83,725.73

(출처. Yahoo.com)

 

그래서 계산기를 꺼내 곱셈을 해봤다. 

83,725.73 x 3 = 251,177.19

 

$251,177,19를 한화로 환전하니, 

2억 8,583만 9,642.22 원

 

기축통화인 만큼 달러는 비교적 안정화된 화폐이니 변동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면 샤일록이 안토니오에게 빌려준 돈은 약 3억이다. 금시세까지 따지면 피곤하니 생략. 400년 시간에 따른 감각상각은 각자에게 맡긴다.

결론은, 안토니오 일당은 샤일록의 돈 3억을 떼먹었다는 얘기.

 

참고로 샤일록의 딸이 눈맞아 야반도주한 남자와 하룻밤 숙박료로 지불한 80 ducats은 위의 계산식대로라면(반올림 생략하고) 약 762만원이다. 이 정도면 '딸년'이라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지 않은가?

 

'떼먹었다'는 표현에서 눈치챘겠지만 나는 안토니오 무리에게 그닥 감정이 좋지 않다.

샤일록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게 아니라, 안토니오 일당에게 비호감을 느낀다는 거다.

 

3억이면 당시 베니스에서 고리대금업자로 이름을 날리던 샤일록에게 아마도 심각한 물리적 타격을 안길 정도의 돈은 아니었을 거다.

샤일록에게 3억이 의미를 갖는 건 의심의 여지 없이 채무자인 안토니오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딸이 자신의 재산 일부를 훔쳐 야반도주한 남자도 기독교인이다. 이후 실의에 빠진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동료 상인들에게 퍼붓는 울분을 통해 3억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울분을 한 줄로 요약하면 '유대인은 사람이 아니냐'라는 절규. 3억은 유대인 샤일록이 크리스천으로부터 '개' 취급을 받으면서 견디고 쌓아온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20180721204505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pj0h.jpg

 

20180721204505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yhg3.jpg

 

20180721204505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lck2.jpg

 

20180721204646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9tpc.jpg

 

판결에 의해 재산을 모두 잃고 목숨과 개종을 맞바꾼 샤일록이 절망으로 흐느낀다

 

 

20180721204505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c7hw.jpg

 

20180721204506_f4764609c9e3d6669fc697364b2db79d_r2hw.jpg

 

개종한 샤일록은 유대인의 집회에 이제 더이상 참석하지 못한다

 

 

오늘날 피도 눈물도 없는 괴팍한 수전노의 대명사가 된 샤일록. 샤일록으로선 계약대로 이행하고자 한 것 뿐인데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안토니오를 향해 자비 없는 분노를 표출하고 몰인정한 악의를 숨기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샤일록이 상업무역으로 흥했던 베네치아 공국에서 멸시받는 대상이 된 건 그의 직업과 혈통 때문이다. 하지만 알려진 바대로 근대 유럽사회에서 유대인이 고리대금업자가 된 건 유럽인들이 유대인을 배척하고 일상적인 직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에 더해 성경의 한 구절을 근거로 고리대금업을 비난하고, 고리대금업자를 천시하던 크리스천 상인들이 정작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의 단골손님이었으니 표리부동한 그들을 향한 샤일록의 증오는 그 근거가 매우 분명하여 설득력이 있다.

 

결국 부실했던 차용증 때문에 샤일록은 전재산을 잃는다. 그에 더해 목숨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강요받는다. 유일한 혈육인 딸도, 평생 일군 재산도, 종교도 샤일록은 모든 것을 잃는다. 

기독교로 개종하는 건 고리대금업이라는 생업수단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샤일록은 자신에게서 생업수단을 빼앗는 건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흐느끼는데, 개인적으로 예의 판결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도 미사어구를 빼면 결국 한 인간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고 목숨만 살려주겠다는 내용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폭압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식민지를 점령하는 서방 열강의 논리랄지, 그런 요소가 있다.

 

젊은 법학자로 변장하고 재판에서 판결을 뒤집은 포사는 극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유대인'으로 지칭되던 샤일록에게 이름을 물어보던 포사는, 마지막까지 샤일록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던 포사는, 공정하고 균형적인 이성을 가진 여성이다. 가진 거라곤 반반한 얼굴이 전부인 베사니오에겐 참으로 아까운 인물.

 

셰익스피어만큼 원작의 고증에 충실한 영화화는 드물다. 특히 대사가 그러한데 거의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는 희곡의 음률과 음운을 영화에 그대로 차용한다. 영화 한 편을 보면 희곡 한 권을 읽은 것과 같은데, 다만 집중하지 않으면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대사와 대사의 맛을 자칫 놓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제목 <베니스의 상인>의 '상인'은 물론 '샤일록'을 가리킨다. 재미있는 건 이 희곡은 샤일록을 화자로 읽으면 비극, 안토니오를 화자로 읽으면 희극으로 읽힌다는 거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특히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에게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가 어떤 교육을 받았으며,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상가의 영향을 받았는지 두루 궁금해지는 것이다.

 

알 파치노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배우.

느와르로 뜨고 느와르로 흥하다 어느 순간 연기파로 우뚝 서는가 했더니만 샤일록으로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국내배우로는 최민식과 결이 비슷하다. 일간 알 파치노의 작품을 몰아서 볼 계획.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39건 6 페이지
Review 목록
번호 분류 제목 날짜
264 영상 저스티스 리그 ??.01.08
263 영상 배트맨 v. 슈퍼맨 ??.12.29
262 영상 아쿠아맨(AQAMAN, 2018) ??.12.26
261 영상 베놈 (Venom, 2018) ??.12.23
260 영상 남한산성 그리고 김훈 ??.12.20
259 영상 헌터 킬러 Hunter Killer(2018) ??.12.18
258 영상 보헤미안 랩소디 ??.12.17
257 영상 변혁 <상류사회> ??.10.15
256 도서 레이 브래드버리 <시월의 저택> ??.10.15
영상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07.21
254 영상 독전(毒戰) : Believer 혹은 Drug War 4 ??.06.27
253 영상 타임 패러독스(Predestination, 2014) 스포가득 ??.06.17
252 영상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05.18
251 영상 레드 스패로 'Red Sparrow' ??.05.14
250 영상 걷기왕 / 브릭 맨션(Brick Mansion)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