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상류사회>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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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259 bytes / 조회: 3,416 / ????.10.15 23:16
[영상] 변혁 <상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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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밝히자면 악평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봤다.

다양한 악평 중에 흥미를 끌었던 내용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리얼>, <클레멘타인>과 비견할만한 '망작'이라는 평.

참고로 '성냥팔이'와 '리얼'은 개인적으론 인상적으로 볼 만한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세간의 악평만큼 나쁘진 않았다. 첨언하자면 나는 <다세포 소녀>도 무척 재미있게 봤다. <클레멘타인>은 안 봤으므로 생략하고.

하고 싶은 말은 영화든 맛집이든 직접 경험하는 게 최고라는 거. 그리하여 직접 <상류사회>를 본 감상은, 망작 맞다.

 

<상류사회>는 굉장히 '괴랄'한 영화다. '괴랄하다' 말고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안 떠오른다.

구체적으로 "하지메마시떼"에서 확 괴랄해지더니, 장태준과 오수연 부부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오수연의 불륜 동영상을 대중 앞에 전시하는 장면에 이르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싶다.

 

<상류사회>는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방향성과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개 하이클래스 혹은 그사세가 배경일 때 핵심 키워드는 '욕망 / 본성 / 민낯'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키워드가 여러 군상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갈등을 유발하고, 절정으로 향하는 롤러코스터를 작동시키는 게 공식이다. 그런데 <상류사회>의 패착이랄지 오판이랄지 핵심이 되어야할 이 키워드가 주변으로 밀려나고 무대 중앙을 차지하는 건 커플들의 짝짓기 뿐이다.

 

물론 섹스도 욕망의 중요한 한 부분이고 인간 본성의 하나지만 실상 상류사회에서 최상위에 있는 욕망은 섹스가 아니라 권력이다. 근데 권력을 가지면 으레 부속물처럼 따라오는 섹스가 주연이 되고 권력은 조연이 되니 패착일 수밖에. 그리고 이 패착이 영화를 망작으로 이끈다.

 

시놉 구성은 나쁘지 않다.

요는, 오수연은 미술관 관장이 되고 싶고 장태준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오수연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고, 장태준은 그럴만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본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갑과 거래를 하고자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을의 한계에 직면한다.

애초에 을과 갑 사이에 공정거래가 가능하긴 한가.  

 

두 사람이 간과한 게 있다면 자신을 '을'이라고 자신한 부분. 현실의 그들은 을도 아닌 병이고, 갑과 병 사이에 을이 있으니 한 회장의 아들 제이슨, 사업가의 탈을 쓴 조폭 백광현이다. 오수연은 관장이 되려면 제이슨을 넘어야 하고, 장태준이 아이디어를 낸 시민은행은 백광현을 거쳐 한 회장의 돈을 세탁하는데 이용당한다.

 

성애 장면을 굳이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돈과 권력과 섹스는 원래 한덩어리로 굴러가는 것이지 않나.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인데, 이 부분에서 영화는 굉장히 수준 낮은 방식을 취한다. 그닥 선호하는 표현은 아닌데, '포르노가 문제가 아니라 포르노의 질이 문제'라는 레토릭이 딱 걸맞는 화면들. 김강우 주연의 <돈의 맛>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괜찮은 전범이 있는데도 영화를 이렇게밖에 못 뽑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 <돈의 맛>도 단점이 많지만 대신 그 영화는 보여주고자 하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상류사회>는 재료는 많이 준비했지만 뭐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음식, 실패한 요리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다.

 

전반적으로 이뭐병 했던 영화지만 그와중에도 개인적으로 드물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는데 바로 장태준 오수연의 부부. 오수연이 동영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햇을 때 두 사람의 투샷 장면이 인상적인데, 기존 막장 영화나 드라마도 비슷한 장면이 많았지만 이 둘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산뜻하고 불순물이 느껴지지 않아서 보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던 장면. '쿨(cool)하다는 건 이런 것'을 보여준달까. <연애의 목적>에서부터 다져온 박해일의 연기 내공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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