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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230 bytes / 조회: 3,365 / ????.12.29 02:18
[영상] 배트맨 v.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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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싶은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다. 이 말은 이 영화에는 딱히 꼽고 싶은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지난연말에 <아쿠아맨>을 재미있게 보고 그 여파로 구남친의 새벽 전화를 받는 심정으로 재감상한 DC의 <배트맨v.슈퍼맨>과 <저스티스 리그>. 그러나 보고 또 본다고 없던 사랑이 싹틀 리가 없다. 한 번 봤을 때 없었던 느낌이 두 번 본다고 생길 리가. 그저 역시... 이것참... 싶고... 그나마 <저스티스 리그>는 첫 감상보단 재감상이 그럭저럭 볼만했다. 적어도 <배트맨v.슈퍼맨>의 개똥철학은 없다.

* M은 배트맨은 어두운 영웅인데 슈퍼맨을 굳이 배트맨의 어두운 세계에 무리하게 데려다 놓은 게 패착이라고 평했다. 참고로 M은 <맨오브스틸>, 미드 스몰빌까지 모조리 섭렵했고 마찬가지로 배트맨 역시 극장판 애니 배트맨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배트맨v.슈퍼맨>이 '저주 받은'이라는 타이틀조차 달 수 없을 정도로 망작이지만 그럼에도  단 한 사람 렉스 루터는 따로 떼어놓고 얘기하고 싶다. 렉스 루터는 마블을 포함해 지금까지 본 히어로 코믹스 영화를 통들어 가장 빌런다운 슈퍼빌런이었다. 영리하고 사악하고 머리 한쪽은 고장난 슈퍼리치 렉스 루터는 나중에, 아아-주 나중에는 안티 히어로로 각성도 한다지만 뭐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빌런이다. 얘가 화면에 등장하면 뒷머리가 오싹하는 공포가 있다. 

 

토니 스타크가 혼자 돈지랄을 했던 어벤저스와 달리 브루스 웨인과 렉스 루터가 같이 돈지랄을 하는 현장을 보자니 지구에서 명함 걸고 뭔가를 폼나게 하려면 역시 돈이 있어야 되는 걸까 살짝 회의가 온다. 참고로 렉스 루터의 추정 순자산은 750억 달러(한화 90조), 렉스 루터가 집착하는 슈퍼맨 클라크 켄트는 샐러리맨답게 연봉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천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뱀발이지만, 얘네들 재산을 보고 있자니 처음엔 흥미였으나 10경에 이르면 돈이 무슨 종이짝처럼 느껴지는 게 이건뭐 부르마블 놀이 같기도 하고...; 점점 현실감이 안드로메다로 향하던 중 번외로 등장한 피터(스파이더맨)의 0.5달러(약 650원)에 그만 웃음이 빵 터졌으니. 왜 코믹스 히어로 중 스파이더맨이 가장 사랑받는 히어로인지 엉뚱한 데서 답을 들은 기분.

 

아...... 영화 얘기를 해야 되는데. 어째 DC는 판을 펼치기만 하면 얘기가 엉뚱한 데로 빠지는지 모르겠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슈퍼매치를 성사시킨 기획력 자체는 굉장하다. 처음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 막 기대되고 흥분됐던 고양감을 아직 기억한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획만 뛰어났다. 소문난 잔치에 아무 것도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물벼락도 이런 물벼락이 없다. 붙여놓기만 하면 둘이서 알아서 뭐든 하겠지 한 건가. 아무려나...

 

관객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건 애초에 배트맨이 슈퍼맨에게 가지는 애증에 공감할 수가 없는 거다.

제작진 혹은 시나리오가 지향하는 바는 매우 잘 알겠다. 밥상을 차리고 수저로 입에 떠먹여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문제는 입에 넣어주는 밥을 삼키라는 건지 씹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다.

 

영웅이 영웅인 건 난세를 구하기 때문이다. 전에 어떤 영화인가 미드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찾는다는 건 세상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니까- 라는, 제법 철든 소리를 하는 영웅이 있었는데, 즉슨 영웅과 세계의 위기는 늘 동시에 등장한다. 메시아는 언제 오는가? 적그리스도가 세상을 장악했을 때 온다.

영웅은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시민들은 환호한다. 영웅이 제 할 일 끝내고 그대로 영영 퇴장했으면 아마 얘기는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영웅은 시민들의 곁에 남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영웅이 세상을 지키는 것이 당연시되고 시민들이 영웅의 존재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영웅은 주방의 행주처럼 당연한 '무엇'이 된다. 이제 시민들은 영웅이 구한 만 명에 환호하기 보다 영웅이 구하지 못한 한 명에 비난을 퍼붓는다. 영웅은 점점 고립되고 자신의 존재가 정의인지, 자신의 역할이 정의인지 림보에 빠진다.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은 정확하게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시민들이 당연하게 요구하는 평화수호 의무는 어느덧 영웅들을 지치게 하고 영웅들이 시민들에게 시달리는 틈을 타서 악당은 날로 진화한다. 게다가 세상을 구하려다 보니 좀 부수고, 좀 때렸을 뿐인데 지상의 판관들이 영웅들에게 법정에 나와 설명하라고 귀찮게 한다. 나같아도 다 때려치우고 싶겠다.

 

이제 여기에 등장하는 영웅을 신으로 치환해보자. 서사가 보다 선명해진다.

 

이 영화는 히어로와 히어로, 히어로와 빌런의 얘기가 아니라, 영웅과 시민 혹은 신과 인간의 얘기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자꾸 요구하고 떼쓰고 그도 모자라 우상을 세워 자신과 대결시키는 인간들을 신은 이제 그만 떠나고 싶다.

  

여기까지는 알겠다. 근데 배트맨이 슈퍼맨을 왜 증오하는 거냐고. 와이? 나니?

 

갈등의 가장 큰 구조가 이해가 안 되니 배트맨과 슈퍼맨이 이마를 맞대고 으르렁거릴 때마다 피로가 쌓인다. 쟤네 왜 저래?

배트맨과 슈퍼맨을 떼어놓으면 오히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하다. 근데 제목이 '배트맨 v. 슈퍼맨'인데? 그러므로 이 영화는 망작이다. 뻘소리지만 이건 연역일까 귀납일까...;

 

'네 엄마 내 엄마' 얘기는 그냥 넘어가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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