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한참 들여다봤다. DC히어로의 특징이 보인다. 개인은 강하고 단체는 약하다. 뭐가? 매력이.
영화를 본 지 열흘 남짓 된 것 같은데 왜 내용이 기억이 안 날까. 그것도 무려 재탕인데?
스토리가 정리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배트맨 v. 슈퍼맨>과 함께 연이어 봤더니 스토리를 어디서 끊어야 될지 모르겠다는 거다. 솔직히 왜 굳이 두 작품으로 나눴는가 의문인 게 스토리만 보면 1/2부, 2/2부다.
아..., 내용 생각났다. 흩어진 세 개의 큐브(마더 박스)를 놓고 외계인 빌런과 저스티스리그가 싸운다.
내내 요표정으로 영화를 보다가 한번 빵! 제대로 웃음이 터진 장면이 있는데 죽음의 잠에서 깨어난 슈퍼맨이 저스티스 히어로들과 싸우던 중 접근하는 플래시와 눈이 마주칠 때였다. 간만에 정말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플래시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더불어 롤을 맡은 배우 에즈라 밀러에 대한 호감도도 급상승했고. 이 배우는 연기의 층위가 범상치 않을 거란 느낌이 온다. 내년 개봉 예정이라는 솔로 영화 <플래시 포인트>가 엄청 기대된다.
앞선 리뷰 <배트맨 v. 슈퍼맨>에 이어,
인간은 위기가 끝나고 평화가 오면 영웅이 그들 세계에 함께 있는 걸 불편해하는 것 같다. 천재의 특별함을 눈 앞에서 매일 목격하면서 범재인 자신의 평범함을 매번 확인한다고 생각해보라. 싫을 것 같기도 하다.
저스티스리그의 뜨거운 감자는 만장일치 '슈퍼맨'이다. 다른 히어로들과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슈퍼맨이 너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장치들을 동원해 능력치 밸런스를 맞추려고 시도는 하는데 이러한 시도가 자꾸 무리수를 부른다. <배트맨 v. 슈퍼맨>에선 배트맨이 슈퍼맨에게 증오를 품는 것으로, <저스티스 리그>에선 막 깨어난 슈퍼맨이 적응기를 거치느라 빌런과의 싸움에 뒤늦게 뛰어든다. 물론 직전까지 고전하던 저스티스 팀은 슈퍼맨이 뛰어들자 금세 전세를 역전시킨다. 단지 슈퍼맨 한 명이 합류했을 뿐인데. 이로써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영원한 클리셰임을 재확인한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부조화는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여전하다. DC는 최우선적으로 얘네들 케미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다이애너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플래시도 너무너무 귀엽고. <아쿠아맨>을 보지 않았을 땐 무존재감이었던 아쿠아맨은 새삼 눈에 확확 들어오고. 빅터 스톤은, 아쿠아맨의 선례가 있으니, 그의 솔로를 보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걸로.
히어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빌런이다. 토르가 로키(가 빌런은 아니지만) 때문에 존재감이 빛나듯 히어로도 빌런 때문에 빛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웅이 너무 강하면 빌런도 덩달아 능력치가 무럭무럭 자란다. 이제 지구는 우습고 은하계를 위협할 정도는 돼야 된다. 이러다 초슈퍼울트라사이어인의 무한 확장을 스크린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