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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736 bytes / 조회: 4,431 / ????.04.27 10:11
[도서] 『파이 이야기』『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파이 이야기 (Life of Pi)
요즘 하도 너도 나도 흔하게 남발하는 ‘반전’이라 "에게, 또?"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파이 이야기>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반전’이 정말로 등장한다. 마지막 십 여 페이지에 이르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영화 <식스 센스>의 감독 <나이트 샤말란>이 곧 영화화 한다니 대충 짐작이 간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하는 부모님, 형과 함께 살던 소년 파이는 가족과 함께 (동물원은 팔고, 북미 동물원과 매매 계약이 된 동물들을 데리고) 캐나다 이민길에 오른다. 하지만 도중에 그만 그들이 타고 있던 화물선이 침몰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소설은 난파 이후 파이가 겪게 되는 227일간의 이야기이다. 그 227일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화물선의 침몰 이후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을 가진 몸무게 200kg이 넘는 벵갈 호랑이, 다리를 다친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함께 구명 보트를 타고 태평양 한 복판에서 표류한다.
목차는 ‘작가 노트’와 1, 2, 3 부 그리고 ‘역자 후기’의 다섯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목차인 ‘작가노트’부터가 소설의 시작이다. 나는 ‘작가노트’가 말 그대로의 작가의 얘기인 줄 알고 읽었다. 그래서 앞부분은 조금 지루했는데 시제가 과거, 현재, 미래를 왔다 갔다 해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 것이 내가 지루하게 느꼈던 원인인 것 같다. 하지만 ‘작가노트’를 지나 두 번째 목차 ‘토론토와 폰디체리’의 약 30여 페이지 정도가 지날 무렵 등장하는, 파이가 왜 ‘피신’이라는 본명을 놔두고 ‘파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의 배경과 파이가 각각 이슬람, 카톨릭, 힌두의 세 종교를 수용하는 사연이 펼쳐지면서부터 소설은 재기발랄해지고 재치가 넘친다. 이 때부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읽으면서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킬킬킬 웃는 대목도 등장했다.)
그래도 역시 재미있는 부분은 본격적인 태평양 표류기인 세 번째 목차 ‘태평양’이다. 책을 보지 않고 바로 영화를 봐도 재미있으리란 기대를 해 본다. 물론 영화 감독이 각색을 얼마나 잘 했는가가 중요하겠다.
소설을 읽을 때 의외의 장애물은 ‘구명보트’의 묘사 부분이었다. 도무지 구명 보트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방수포’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는데 이 부분이 해결되고부터는 수월하게 읽은 셈이다.

 

한데 왜 우리는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이상으로 질문을 하는 거지?
잡을 고기가 없는데 왜 그렇게 큰 어망을 갖고 있냐구? - p.130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었다.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 밑에는 상어가 다니고, 폭풍우가 쏟아졌다.
호랑이보다 태평양이 더 두려웠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표지 카피]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의 미덕은 읽는 동안 내내 '신(神)'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참 묘하기도 하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파이가 세 개의 종교를 가지는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지만 <파이 이야기>는 어느 모로 보나 '신(神)'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구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다. 산을 설명하기 위해 산을 다 묘사할 필요는 없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Smilla's Sense of Snow)
국내에선 흔하지 않은 덴마크 작가의 소설. '스밀라'라는 '눈(雪)'을 사랑하는 한 미혼 여성은 같은 아파트의 (고소 공포증이 있는) 소년과 친하게 지낸다. 그런 어느 날, 소년이 의문의 추락사를 당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 사건을 단순 사고로 종결지으려고 하고 경찰들의 조사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스밀라는 그녀 자신이 직접 사건을 조사해 나가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리고 97년에 이미 덴마크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아마 국내엔 정식 개봉은 안 되었던 것 같고 다만 이 소설을 추천한 친구의 얘기에 의하면 ‘비디오 출시’는 된 것 같다.
아직 초반부를 읽고 있는 중이라 뭐라 평을 내리기는 이르고,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스밀라의 ‘눈(雪)’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눈(雪)’과 그것을 통해 사물을 보는 통찰이 시선을 끄는 소설이다. 스밀라의 정신 세계가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그녀 자신이 사건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관찰하는 중심에 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에 가깝다.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스밀라?"
"사소한 부분은요. 하지만 커다란 일들은 저절로 일어나죠."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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