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 『죽은 자의 집 청소』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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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801 bytes / 조회: 317 / 2022.07.20 16:21
감나무
[도서] 김 완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ㅣ김 완


 

작년 한해 베스트셀러였다. 

읽지 않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정직한 제목.

이런 류의 다큐에 면역이 없어서 장바구니에 담고도 과연 내가 이 책을 읽는 날이 올까, 회의적이었다.

도서관 신착 코너에서 발견해 대출하면서 했던 생각도 '결국 읽는구나' 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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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

ㅡ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ㅡ 네.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다니, 뜨악한 대답이다.

 

(중략)

 

ㅡ 몇 평쯤 될까요?

ㅡ 글쎄요, 한 서른 평 되려나?

ㅡ 그럼 방 세 칸, 화장실 두 칸, 거실과 베란다가 있는 구조인가요?

ㅡ 화장실은 하나입니다.

ㅡ 몇 층에 있나요? 살림을 내릴 때 사다리차를 써야 할지 파악하려고 여쭤보는 겁니다.

ㅡ 사다리차? 아니, 그냥 돈이 얼마나 드냐고요!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에 한순간 풍랑이 인다.

 

(중략)

 

ㅡ 대답하기가 번거로우시겠지만 폐기물 양에 따라서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세히 알려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집 전체를 정리하는 것이니까요. 포장이사도 견적을 낼 때 장롱은 몇 자인지, 냉장고는 몇 리터 용량이고, 침대는 몇 개인지 세세히 알아야 하잖아요.

ㅡ 뭐, 그건 그렇겠지요.

 

다행히 상대가 수긍한다.

 

-pp.189-190, 「가격」

 

 

 

수록 에피소드 중 가장 울림이 크고 오래 갔던 「가격」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내용은 생략한다.

 

내 기준,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저자는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으면서 만나고 겪은 현장을 『죽은 자의 집 청소』에 담았는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환경적 현실을 환기시키는 시의성이나,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던지는 진지한 태도가 좋다. 다만 시를 전공하고 출판계에서 일했던 저자의 작가 경력이 이 경우엔 오히려 방해가 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시인이었던 저자의 문장이 지나치게 형용사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런 르포 류의 글은 감성적 글쓰기보다 저널리스트식 글쓰기가 보다 효과적이다. 예로 떠오르는 건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인데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썼다면 보다 사색적인 침묵 속에서 죽은 자의 공간을 애도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늘 하는 말이지만, 슬픔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우는 얼굴, 우는 목소리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죽은 자의 집'이라는 다섯 글자 만으로도 망자의 공간을 이미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일곱 자 제목은 더 없이 웅변적인데 정작 내용은 대개의 에세이와 딱히 차별점이 없어 아쉽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孤獨死)' 대신 '고립사(孤立死)'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p.43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인가부터 관할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독거 노인의 동향을 살피고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1인 가구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개인의 죽음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으려는 국가의 움직임은 환영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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