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 『죽은 자의 집 청소』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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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119 bytes / 조회: 1,347 / 2022.07.20 16:21
[도서] 김 완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ㅣ김 완


 

작년 한해 베스트셀러였다. 

읽지 않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정직한 제목.

이런 류의 다큐에 면역이 없어서 장바구니에 담고도 과연 내가 이 책을 읽는 날이 올까, 회의적이었다.

도서관 신착 코너에서 발견해 대출하면서 했던 생각도 '결국 읽는구나' 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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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

ㅡ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ㅡ 네.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다니, 뜨악한 대답이다.

 

(중략)

 

ㅡ 몇 평쯤 될까요?

ㅡ 글쎄요, 한 서른 평 되려나?

ㅡ 그럼 방 세 칸, 화장실 두 칸, 거실과 베란다가 있는 구조인가요?

ㅡ 화장실은 하나입니다.

ㅡ 몇 층에 있나요? 살림을 내릴 때 사다리차를 써야 할지 파악하려고 여쭤보는 겁니다.

ㅡ 사다리차? 아니, 그냥 돈이 얼마나 드냐고요!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에 한순간 풍랑이 인다.

 

(중략)

 

ㅡ 대답하기가 번거로우시겠지만 폐기물 양에 따라서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세히 알려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집 전체를 정리하는 것이니까요. 포장이사도 견적을 낼 때 장롱은 몇 자인지, 냉장고는 몇 리터 용량이고, 침대는 몇 개인지 세세히 알아야 하잖아요.

ㅡ 뭐, 그건 그렇겠지요.

 

다행히 상대가 수긍한다.

 

-pp.189-190, 「가격」

 

 

 

수록 에피소드 중 가장 울림이 컸던 「가격」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내용은 생략한다.

 

내 기준,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저자는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으면서 만나고 겪은 현장을 『죽은 자의 집 청소』에 담았는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환경적 현실을 환기시키는 시의성이나,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던지는 진지한 태도가 좋다. 다만 시를 전공하고 출판계에서 일했던 저자의 작가 경력이 이 경우엔 오히려 방해가 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시인이었던 저자의 문장이 지나치게 형용사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런 르포 류의 글은 감성적 글쓰기보다 저널리스트식 글쓰기가 보다 효과적이다. 예로 떠오르는 건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인데, 『죽은 자의 집 청소』도 저자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썼다면 보다 사색적인 침묵 속에서 죽은 자의 공간을 애도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늘 하는 말이지만, 슬픔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우는 얼굴, 우는 목소리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죽은 자의 집'이라는 다섯 글자 만으로도 망자의 공간을 이미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일곱 자 제목은 더 없이 웅변적인데 정작 내용은 대개의 에세이와 딱히 차별점이 없어 아쉽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孤獨死)' 대신 '고립사(孤立死)'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p.43

 

개념의 집합체인 단어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므로 사안에 따라선 신중하게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사'가 아닌 '고립사'를 쓰는 일본의 태도는 바람직해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인가부터 관할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독거 노인의 동향을 살피고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1인 가구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개인의 죽음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으려는 국가의 움직임은 환영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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