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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3107 bytes / 조회: 315 / 2023.07.03 01:32
[북마크] A Canticle for Dit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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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ㅣ

출간일. 2021.09.

 

 

정치적 희생자들은 이름이 없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지우는 행위는 정치적 폭력의 마지막 순서에 해당한다. 희생자의 이름을 지움으로써,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역사에서도 범죄 사실의 증거를 지워 없애는 과정이 완수되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은 이름이 지워지면서 역사에 존재했던 적도 없는 사람들이 되고, 이제 증명할 길이 없어진 폭력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된다.

-p.27

 

언어는 누가 말하고 누가 쓰느냐 못지않게 누가 듣고 누가 읽느냐도 늘 고려해야 한다.

나의 언어뿐만 아니라 타자의 언어 역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나 가족의 말을 흘려듣고 무시한다. 지배적 위치에 있는 강자에게,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구를 담고 있는 약자들의 언어는 잘 들리지 않거나 아예 없는 듯이 취급되기도 한다.

-p.68

 

강자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경제적 이익을 강제하기 위해 먼저 약자의 언어를 억압하고 묵살하고 부정한다. 약자의 언어를 억압하는 것이 육신을 구속하는 일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언어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약자의 언어를 억압하려는 시도는 차별적 관계가 끝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라도 약자의 언어는 강자의 행위를 고발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가 그렇다. 일본이 '위안부'라는 단어를 부정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린다면 피해 사실도 사라져버린다. 인권을 유린당한 식민지 여성이라는 정체성,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반인륜 범죄 피해자라는 입장도 함께 부정되고 지워져버린다. 이것이 일본이 그토록 '위안부'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이고, 언어가 가진 영향력이자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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