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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0612 bytes / 조회: 5,633 / ????.07.22 03:02
[영상] 몰아서 쓰는 영화 감상


아랑
그 놈의 통신사 카드 할인이 뭐길래.(통신사 카드 할인 마지막 날이었다)
내가 겁이 좀 심하게 많다. 코메디 프로에서 납량특집으로 해주는 ‘무서운 얘기’ 같은 것도 못 본다. 그 옛날에 <전설의 고향>도 이불 뒤집어쓰고 봤다.
어쨌든 여차저차 해서 <아랑>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제 고집에 달려와 준 M군과 함께 극장에 들어가니 황당. 텅 빈 상영관에 커플 두 사람만 달랑.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고 불안한 예감이 현실로. 끝끝내 더 이상 안 들어오는 야속한 관객. 그리하여 커플을 뒤에 두고 그 넓은 공간에서 M군과 저, 그리고 그 커플. 이렇게 넷이서 영화를 보게 됐다. 사람들이 많아야 그 속에 묻혀서 비명을 지를 수 있는데... 라고 해도 (눈을 감아야 되는 시점을 잘 못 맞춰서) 결국 비명을 4~5번 정도 마음껏 질렀다.
정말이지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누가 옆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고, 발밑에서 손이 기어나와서 발목을 움켜 잡을 것만 같고.
‘하나도 안 무섭더라’ 라고 하는 게시판 글, 다시는 안 믿을 거다. 참고로 가장 무서웠던 공포 영화는 <블레어 위치(The Blair witch project)>였다. 귀신이 안 나온다고 해서 눈 안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거의 유일한 영화인데 보고 나서 몇 달 동안 밤에 잠을 못 잤다. 이유야 어쨌든 이 자리를 빌어 같이 가 준 M군에게 감사. 아마 극장에서 혼자 보다가 기절할까봐 와 준 듯 하다.

다시 <아랑>으로 돌아와서,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영화의 종반 무렵. 반장님이 송윤아에게 전화해서 보고서에 민정이의 홈페이지에 있던 다른 사진들은 다 있는데 제목이 ‘엄마와 딸’이었던 사진만 없다고, 사진을 봤느냐고 묻는 장면. 송윤아,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러고 보니 못 봤네요." 라고 하는 부분이다. ‘엄마와 딸’ 이라는 사진을 묘사하자면 어두컴컴한 창고의 가운데 기다란 창이 있고 그 창 앞에 역시 음영이 져서 얼굴이 안 보이는 여자의 형체가 앉아 있는 사진인데, 거의 80% 는 눈을 감고, 말하자면 소리로 영화를 본 나는 당연히 “저게 뭔 소리야?” 했고 M군의 설명으로 ‘아ㅡ’ 했다.

이건↓ 스포일러
그건 사진이 아니었고 실제로 민정 귀신이 모니터 속에 앉아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예의 윤정 귀신이 모니터에서 걸어 나온다. <링>을 너무 써먹는 듯.

영화의 홍보 카피인 ‘넷은 너무 적고 다섯은 너무 많아’. 여자 아이의 목소리로, 카피로 영화 예고편에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이 대사가 뭔가 영화에서 중요한 복선인 것 같긴 한데 글쎄. 이 부분은 감독이나 작가의 입장에서 설명이 좀 필요할 듯.


럭키 넘버 슬레븐(Lucky Number Slevin)
조쉬 하트넷. 무지하게 귀엽다. 영화 초반 그가 허리에 두르고 다니던 꽃무늬 타월이 너무 예뻐서 저도 사 버렸다.
요즘 영화들이 홍보하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반전 강박’에 쌓인 듯 보인다. 이 영화도 ‘반전’, ‘관객과의 두뇌 플레이’... 등등의 문구를 내세워 홍보를 하는데 오히려 그 ‘반전 강박’을 버리면 더 나을 것 같은 영화임. 예전에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도 제목에 힌트, 다 있다.


러닝 스케어드(Running Scared)
영화가 시작하고 5분이 지나기 전에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유레카!’라고 외치면서 달려 나갈 뻔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집과 카메라 앵글, 촬영각도다.
스토리는 ‘총’ 한 자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꼬이고, 꼬이고 또 꼬인다. 한 마디로 지독하게 운이 없는 남자 주인공이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구조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베리배드씽(very bad thing)> 과 비슷하다.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플롯은 가이 리치 감독의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또는 스내치Snatch)와 비슷하다. 이 감독의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다면 좋아할 것 같다.
다만 같은 감독의 세 번째 버전인가 싶을 정도로 유사성이 좀 (많이) 있는데 사실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아. 그리고 직접적이고 여과가 없는 폭력의 묘사와 그러한 장면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들이대는 방식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하는데 타란티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장면도 아마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을 듯.(혹은 욕하면서 볼 수도...;) 어쨌든 난 재미있었다.


엑스맨 3 (Xman 3)
개인적 감상은 액션은 3편이 제일 낫고, 영화 자체는 1편이 제일 낫다, 이다. (무진장 긴)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10초 정도 서비스 장면이 나온다. 별건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꼭 챙겨서 보길. 왜냐? 아깝잖아요~. 사실, 극장에서 우리만 이 장면을 봤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뒤에도 끝까지 버티고 앉은 덕택에 결국 봤다.(브이V!) 휴 잭맨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액션물도 잘 하지만 로맨틱 코메디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휴 잭맨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그의 로맨틱한 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케이트&레오폴드>, <Someone like you> 추천~


로망스(한국 영화)
‘고전적인 로맨스’라는 수식이 꼭! 붙는 이 영화는 감독이 처음부터 그러기로 작정을 한 것 같은 의심이 풍긴다. 하여튼 무지하게 힘을 줬다. '제발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라고 처절하게 외치는 이 영화, 7, 80년대라면 먹혔을까? 글쎄...; 어쨌든 이 영화도 끝까지 앉아서 봐야 한다. 마지막에 2분 정도? 장면이 남아 있다. 액스맨에 비하면 매우 짧고, 주연 배우들의 이름만 올라가면 금방 나오니까 기다리기도 별로 안 지루하다. 그런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장면을 못 보신 사람들이 많더군. 해피엔딩 매니아인 나는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친구의 냉정한 한 마디에 괜히 뒷맛이 씁쓸했지만.
픽션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듯이 구상(構想)하는 것’이라고 야*에 나와 있다.(내 컴의 검색창) 이 영화의 문제점은 스크린 속의 그들만 너무 심각하고 너무 절절하고 너무 슬프다는 데 있다.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


하프라이트(Half Light)
모 케이블 채널에 영화의 전반부를 거의 다 보여주시다시피 리뷰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니까 영화의 거의 1/2 정도를 보여주는데, 결국 나머지 부분이 궁금해서 본 영화다. (말하자면 미디어의 상술에 넘어감.
아이고 아이고~)
동양적인 공포를 차용했다는 내용의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건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그냥 새로울 것 없는
기존의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스릴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잠깐! 감나무가 뽑은 최고의 반전 영화! (쨔잔~)
무순(無順)으로.

노웨이 아웃(No-way out)
이 영화, 정말 최고다. 이런 영화 다시 안
나오나. (검색하고 보심 안됨. 스토리에 스포일러 나옴.)

식스 센스(The six-sense)
명불허전. 두 말 하면 잔소리.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
역시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크라잉 게임(The cry game)
소문으로만 듣던 결정적인 순간에 눈을 질끈 감아버린, 그때만 해도 순진했던 감나무양~. 비극적일 것 같지만 이 영화 분명 희극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슬금슬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감독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카인의 두 얼굴(Raising Cain)한국어 제목, 이렇게밖에 못 짓나. 아마 저 때만 해도 스포일러 개념이 희박했던 듯. 그러나 저 제목을 보고도 나는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클리셰인 다중인격을 다룬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팬이 됐는데, 이 감독의 장기이기도 한 영화 속 화면 분할에 반했다. 근데 영화를 하는 한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이 부분 때문에 오히려 팔마 감독을 싫어한다. - 참. 최근작 중 케이트 허드슨이 출연한 비슷한 제목의 ‘Rasing Helen’은 전혀 다른 영화다.

최후의 증인(한국영화)
감독. 이두용/ 주연. 하명중, 최불암, 정윤희
TV에서 봄. 아마 유선 채널이었을 것임. 지금까지도 한국영화중 최고라고 생각함. 워낙 어렸을 때 봤는데 나중에 나이가 들고서야 김주영 <천둥소리>가 원작인 것을 알았음. 사실은 꽤 오랫동안 김성종의 소설이라고 믿었다. 옛날에 MBC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건 못 봤음. 어린 마음에도 눈물을 줄줄줄 흘리면서 봤다. 아. 생각하니 또 가슴이 아프다.

- 소심한 사족.
오리 새끼던가요. 태어나서 제일 처음 본 것을 엄마라고 따른다던 조류가? 영화 <넘버3>에 등장하는 표현을 빌어 51% 정도는 순전히 그런 의미의 영향을 받았을 확률이 큽니다. 특히, 드 팔마 감독.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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