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달콤한 나의 도시』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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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001 bytes / 조회: 3,700 / ????.09.18 10:12
[도서] 정이현『달콤한 나의 도시』


책을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할 때는 가능한 한, 베스트셀러는 서점에서 먼저 직접 읽어보고 산다. 외서의 경우 중역은 피한다.
등등이 그것인데 이제 여기에 1+1 이벤트 도서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세 번 주문했는데 세 번 모두 실패했다.

신작 이벤트로 한 권을 더 주는 것에 혹해서, 작가의 수상경력에 혹해서, 발표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파급력에 혹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찬사로 가득한 리뷰에 혹해서 기대를 가지고 정이현의 소설을 주문했다.『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국내 각종 문학상을 휩쓴 단편들이 수록된 단편 소설집이고,『달콤한 나의 도시』는 작가의 첫 장편이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와『달콤한 나의 도시』는 말하자면 ‘칙릿’소설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등을 일컬어 ‘칙릿(chick lit)’이라고 하는데 이들 소설의 대중적인 성공이 영화로 이어지는 걸 보면 ‘칙릿’ 문학은 이제 하나의 유행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이다.

2030 젊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가벼운 구어체로 풀어낸 「악마는…」과 같은 소설을 칙 릿(Chick-lit)이라고 한다. 젊은 아가씨를 뜻하는 속어인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의 합성어다. - 출처. 포털

「달콤한 나의 도시」는,
우선, 책은 예쁘다. 동화 같은 표지에 각 챕터마다 소설에 앞서 예쁜 권신아의 일러스트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먼저 읽은 단편집 덕분에 작가의 글쓰기에 익숙해진 탓인가, 장편은 그나마 제법 술술 넘어 간다. 하지만 소설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샤넬, 바비브라운, 에르메스, 스타벅스, 강남... 강남...
이것이 정말 대한민국 2, 30대 미혼녀들의 ‘쿨’한 생활의 모습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 작가의, 이 소설의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는 거지? 이야기는 쉽다. 그리고 가볍다. 그러나 인터넷 초강국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굳이 책을 통하지 않아도 이보다 더 쉽고 재기발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각 포털의 블로그나 싸이 등의 게시판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소설 말미의 '영수'는 말 그대로 뒤통수를 치는 (전혀 상큼하지 못하고 짜증만 부추기는) 골 때리는 대반전이었다.
문학이라면, 어느 동구권 작가의 단언처럼 적어도 종이 무게 이상의 가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문학상 수상 경력을 가진 정이현의 신작 소설을 읽은 감상은, 정이현과 동갑내기 작가인 심윤경의 소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을 빌어 대신한다.

문화 생활에 오래 굶주린 자답게 상당한 열정과 의욕을 가지고 다시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당혹에 빠졌다. 몇 권의 최신 소설을 읽어 냈건만 도무지 감수성의 한 줄도 당겨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접하여, 나는 육아에 지친 나머지 정서적으로 조로하고 말았노라고 애통해했다. (중략…)
이건 뭐야. 내가 살아가는 이 덥고 끈적끈적한 세상을 한없이 쿨하게 냉소하는 너희는 누구야. 나는 일본인이 썼는지 한국인이 썼는지 분간되지 않는 몇몇 쿨한 소설들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일말의 모욕감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달의 제단』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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