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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394 bytes / 조회: 4,536 / ????.10.23 17:25
[도서] 쓰네카와 고타로 / 야시(夜市)


『야시(夜市)』는 한 마디로 설명하면 만화『백귀야행(Ichiko Ima)』의 소설판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판타지 호러? 환상 호러? 혹은 괴기 호러? 이름이 무엇이든 그쪽 장르의 만화책에서 내가 베스트로 꼽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백귀야행』과 (국내에서 영화로도 개봉된)『음양사』다.
『백귀야행』은 6, 7편에서부터 다소 지루하고 긴장이 떨어지는 감이 있어 그 뒤로 열심히 챙겨보지 않았지만 1~5권은 에피소드중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이 훌륭하고 좋다.『음양사』는 몇 년 전에 8권을 끝으로 국내 출판사의 문제로 절판되었다가 언제부턴가 출판사를 바꾸고 다시 나오더니 다행히 13권으로 무사히 완결이 됐다.
 -『음양사』의 6권쯤인가 세이메이가 설명하는 '주역의 괘'는 여느 전문 서적보다 명쾌하고 알기 쉽고 재미있다.
일본은 섬기는 신(神)도 많고 (그래서 귀신도 많고), 그에 따른 민간 설화나 괴담도 정말 많은 나라다. TV에선 귀신 체험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내보내고 수없이 많은 제보들이 매주 TV에서 재연된다. 주변 사람에게서 귀신을 봤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주온」이나「링」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하나도 안 이상한 나라다. 숱한 제보 중엔 가짜도 많다지만 그래도 어쨌든 재연되는 제보는 늘 무섭다. 다음은 그 중, 3년쯤 전인가 일본에서 머물 때 아마 후지TV에서 봤던 걸로 기억하는 내용 하나.

사진의 배경은 마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방이 한 칸 씩 있고 마루 앞은 마당인 구조를 가진 집인데, 마루 중앙에는 커다란 상이 하나 놓여 있고 상 뒤로 문갑 같은 것이 있다. 제보해 온 사진은 마루를 배경으로 어린 딸아이를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사진을 현상한 가족은 경악했다. 분명 사진을 찍을 때 아무 것도 놓여있지 않았던 마루에 놓여있던 상 위에 여자의 머리가 있었던 것이다. 딸아이의 뒤에서 시커먼 형체의 여자의 머리가 옆으로 누운채 카메라의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사실 사진을 현상했더니 찍을 때 없었던 새로운 장면이 나타났다, 라는 것은 가장 흔한 제보 내용이면서 또 가장 조작이 많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직접 겪었던 유일한 경험인데 그 일은 시나가와(品川)에 있는 사촌 언니의 집에 놀러갔을 때 일어났다. 엄마와 같이 군마(群馬)에서 온천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날이었는데 우리는 옷방에서 짐을 풀고 있었고 사촌 언니는 잠깐 외출한 상황. 짐을 정리하면서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던 나는 처음엔 엄마가 투덜 투덜 하는 것을 무성의하게 흘려듣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말이 귀에 쏘옥 들어왔다.
"시계 소리가 어디서 이렇게 나는지 모르겠네. 이 방은 시계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랬다. 옷방은 말 그대로 옷과 가방, 신발이나 옷장만 있을 뿐 시계라고는 작은 탁상 시계 하나 없었고, 엄마와 나는 손목 시계도 차고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시계'과 관련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뚜렷하게 들리는 커다란 시계의 초침 소리였다. 왜 있지 않은가. 벽에 거는 커다란 시계. 딱 그 소리였다.
이상한 한편 신기했던 엄마와 나는(엄마 역시 살면서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옷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지만 결국 시계는 발견되지 않았고 우리가 소리의 진원지를 찾는 그 와중에도 초침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시계를 못 찾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는 데도 실패한 우리는 포기하고 산책을 나갔는데, 놀랍게도 산책에서 돌아왔을 때 시계 소리는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이후 사촌언니를 비롯 다른 사람들에게 그 체험을 얘기했을 때 아무도 우리 얘기를 진지하게 듣지도, 믿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옆 집에서 망치로 못을 박는 소리를 오해한 것이 아니냐? 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증명할 길은 없는 노릇이지만 나 혼자 안 들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적어도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으니까. (안 그럼 복장 터져서 죽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야시』는 일단 재미있다. 빨간색 표지의 양장 안에는『바람의 도시』와『야시』두 개의 중편이 들어 있는데 둘 다 재미있다. 이런 류의 얘기들은(책은) 하나를 꺼내 먹으면 다시 꺼내 먹고 싶어서 손을 집어넣게 되는 과자 봉지 같다. 하지만 장르문학의 속성상 '소장용'이라고 선뜻 추천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대다수가 좋아하는 장르이고 이야기이긴 하지만, 각자 취향은 각자 다를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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