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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184 bytes / 조회: 4,790 / ????.12.22 00:22
[도서]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그 여자, 오타니 히나코『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당신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재즈 뮤지션 이름은 많이
알면서도 내 이름은 매번 잊어버렸다.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도 아무 데나 던져놓았다.
“설교하려는 건 아닌데 말이지”
하고 당신은 말한다. 그 서두 뒤에는 언제나 설교였다. 공부해라, 동아리활동 해라, 순한 담배로 바꿔라, 장래를 생각해라, 너무 말랐다,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그 다음은,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 나쁜 곳이야, 라든가. 한바탕 설교가 끝나면 당신은 담뱃불을 붙이면서 신경질적으로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그래도 기죽지 않는다. 어느 작가가 말했다.
“가장 풍요로운 사랑은 세월의 중재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나의 아군은 시간이다. 지금은 안 되지만, 분명 언젠가는."

그 남자, 오다기리 다카시『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
그래도 약속시간엔 늦지 않고 제대로 가잖아. 녀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약속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은 오타니를 만날 때뿐이다.

1. 시간은 역시 그 여자의 아군이었던 모양이다. ;)
2. 이토야마 아키코의『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동명의 단편과『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알리오 올리오』의 단편 세 개가 수록되어 있다.『알리오 올리오』를 제외한 두 편은 연작의 구조로 12년간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
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증정으로 한 권이 더 딸려온 책이 바로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였다.
가와바타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았다지만 제목 탓인가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펼쳐보지도 않고 책장에 꽂아둔 것을 며칠 뒤, 외출할 때 읽으려고 꺼냈는데 그만 덜미가 잡혀서 단숨에 읽고 말았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요즘의 경향을 벗어나지 못 한다. 즉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행간을 읽는 즐거움은 없다.
4. 요즘 자국에서나 우리 국내에서나 인기 있는 일본 소설의 코드인 'cool'은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다. 보통 말하는 'cool한 소설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국적 불명의 퓨전 요리같아서 처음 얼마간은 맛있고 독특한 것 같지만 곧 질리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내 취향은 인물과 배경이 촘촘하게 엮인 서사가 강한 소설이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보는 내내 심심하고 밋밋하게 느끼지만 막상 끝나고 나서는 오랫동안 그 여운이 강렬한 영화가 있다. 예를 들면 『빌리 엘리어트』같은.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내 아들은 발레 천재일 지도 몰라!"라고 외치던 파업 노조 소속의 광부인 빌리의 아버지의 외침이 강렬했었다. 그리고 여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선 마지막 순간의 한 장면이 그랬는데 그 한 장면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버렸다.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이 굉장히 짧은 단편이라고 해서 늘 리스트에 담아 두고 망설였던 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읽고 난 소감은, "아아- 원작보다 영화가 나을 수도 있구나!" 였다.
덧붙이면, 열린 구조이긴 해도, 소설은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어라, 이거 스포일러인가.

:::이하는, 영화를 인 보신 분에겐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입니다

영화『조제...』의 엔딩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내래이션이 전반에 흐르는 조용 조용하던 영화가 폭발하듯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것은 영화의 말미에서였다. 서로 담백하게 이별의 선물과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조제의 집을 나온 츠네오는 그런데 몇 발자국 걷다 말고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한다.
「나는 도망쳤다……. 헤어지고도 친구가 될수 있는 종류의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다르다. 내가 조제를 만날 일은 두번 다신 없을 것이다」라는 이유때문에.
원작의 재해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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