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열심히(?) 한 운동의 효과가 0인 걸 확인하던 날, 기분전환겸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영화를 봤다.
조폭마누라 3
서기를 처음 본 것은 성룡의 <빅타임>이라는 영화에서였다. (gorgeoous가 왜 빅타임이 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후 서기의 다른 많은 영화가 나왔지만 아무래도 서기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는 역시 <빅타임>이 아닌가 싶다.
<조폭마누라3>은 기존 조폭 코믹영화에서 입증된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다 들어가있다. 화장실유머, 욕, 음담패설은 필수. 진짜 웃겼다. 얼마전에 이순재옹이 웃기는 연기일 수록 더 진지하게 분석하고 연습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을 읽었는데 이 영화의 얼마 안 되는 미덕은 '이범수'의 연기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에서 이미 입증된 그의 안정된 코믹 연기덕분에 영화를 보다 웃을때 죄책감(?)이 덜하다. 장르에 충실한 영화다. 1,2년쯤 더 빨리 극장에 걸렸더라면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시기를 잘못 탔다. 조폭 코믹은 이제 한 물 간 장르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라면 <가문의부활>보다 딱, 2배 더 주겠다.
미녀는 괴로워
완소 배우 주진모. 생각보다 늦게 뜬 감은 있지만 이 배우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렇게 잘 생겨도 되는가, 다. 풍부한 표정을 담은 눈동자하며 저음의 목소리하며... 집 근처 모델하우스의 벽면에 걸려있는 이 배우의 대형 광고현수막을 볼 때마다 저걸 밤에 몰래 뜯어와, 말어 고민한다. 요즘 TV CF에서 자주 봐서 행복~.
영화로 돌아와서, 김아중의 연기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출산드라도 연기 잘 하고. 주조연이 모두 고르게 제 몫을 해준 것 같다. 역시 흥행하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 물론 마지막 콘서트 장면은 좀 아니올시다였다. (그러면서 그 장면에서 울고있는 건 또 뭐란 말인가;;)
결론, 한나는 전신성형을 한 이후 사랑도 일도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김아중의 연기에 표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계산된 연기였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제니가 된 이후의 한나가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아서였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 하는 사람은 그가 뭘 하든 어떻게 생겼든 예뻐보이지 않는게 당연하다.
<미녀는 괴로워>가 이 시대를 사는 80%의 평범한 여성들에게 위안을 주는 미덕은 마지막 순간, 제니가 자신이 가진 본래의 정체성(=한나)을 되찾고자 용기를 냈다는 점이 아닐까.
형식은 때로 그 틀안에 내용을 가두고 내용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내용, 즉 본질 그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와인은 소주잔에 담아도 와인이고, 소주는 와인잔에 담아도 소주다.
아마 <그림동화>였지 싶다. 본질의 문제보다도 오래된 습관이 체화된데서 오는 습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다 그런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다 똑같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몇 가지 이유로 그것을 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본질 혹은 사실을 정확하게 볼 줄 아는 것은 그래서 인생을 사는 중요한 지혜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