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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5405 bytes / 조회: 954 / ????.12.16 07:06
해피엔딩


여름 즈음이던가, 제일 자주 쓰는 안경이 안 보여서 어디 놔뒀더라- 했다. 이후 가끔 생각나면 어디 뒀더라, 잠깐 뒤적뒤적하다 관두고. 또 생각나면 뒤적뒤적하다 관두길 반복하던 중...,

지난번에 M을 만났을 때 <도리화가> 볼까? 얘기가 나온 걸 계기로 다시 안경을 찾는데 역시나 보일 턱이 있나. 근데 이쯤 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집안 어딘가에 있겠지 싶어 신경을 안 썼는데 문득 어, 이거 어디 들고 나갔다가 잃어버렸나 싶은 거다.

내 좌우 시력은 나쁘다기 보다는, 좋지 않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데 강연을 듣는다거나, 극장/전시회에 간다거나, 교통표지판을 봐야할 때, 먼 풍경을 볼 때만 안경을 쓴다. 강연장 내 좌석이 앞이면 그나마도 안 쓰는데 그러니까 비거리가 제법 있을 때만 안경을 쓴다고 보면 된다.

거의 안 쓰는 것에 비해 안경은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기분에 따라 컬러렌즈와 일반렌즈를 번갈아 쓰는 두 개를 포함해 모두 7개인데 이중 가장 아끼는 안경이 바로 몇 달 동안 안 보이는 겐조다. 

2000년 연말에 샀으니 좀 있으면 겐조랑 함께 한 것도 무려 15년인데, 이 안경테의 가장 큰 장점은 경량이라는 점. 요즘 초경량 제품도 간간이 나오니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하여튼 진짜 가볍다. 그런데 하필 몇 달 째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는 게 이 겐조다. 이 안경을 맞출 때 직원이 겐조는 안경에서 손을 뗀다던가, 국내에 겐조는 더 이상 안 들어온다던가 뭐 그런 얘기들을 했는데 그 사이 과정은 모르겠고 어쨌든 2015년 현재, 시장에 겐조가 보이는 보면 둘 다 틀린 얘기인 것 같다.

하여간에 이 모델이 마지막인 건 분명하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지거나 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얘기.

M이 쓰는 태그호이어 같은 경우 특정 모델은 계속 생산 유지하니 잃어버리거나 망가져도 같은 테로 다시 구입하면 되지만 내 겐조는 그게 안 되니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건 이번처럼 몇 달씩 안 보이면 그렇다는 거고 평소엔 집안 아무 데나 던져놓지만 하여튼.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의심을 피우면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그리고 제일 먼저 뒤진 곳이 거실 소파. 소파 팔걸이나 등받이 쪽에 얹어뒀다가 틈으로 빠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갑자기 안 보이는 물건을 찾을 때는 평소 자신의 생활 패턴을 단서로 삼기 마련이라... 덕분에 몇 달 동안 옷걸이 역할을 하던 소파가 제 모습을 찾았는데, 소파 정리가 거의 끝나가던 중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샤넬 안경을 사면서 서비스로 하나 더 받았던 케이스를 열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 다소곳이 있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테는 거의 변형없이 멀쩡하지만 가죽이던 케이스는 너무 낡고 헤져서 다른 케이스에 옮겨둔 걸 깜박한 거다.

그리하여 몇 달 만에 상봉한 기념.


 

  

 

 

반대쪽 다리에 모델명도 찍는다는 걸 깜박했다.

made in japan인데 지금 국내에 유통되는 겐조는 거의 made in france인 듯 하다.

접사 때문에 오랜만에 시그마를 꺼냈다.

 

 

 

2년 전, 아마존 BCG 대란 때 이것 저것 제법 샀는데 그 때 샀던 초경량 전자 저울.

렌즈를 포함한 안경 무게는 14.62g

 

 

 

오랜만에 SD14.

시그마가 다루기 까다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겐 첫 DSLR이어서인가 사용이 편하고, 촬영 후 결과물에 만족도도 높고, 손에도 착 감기고. 여하간 죽마고우 같은 녀석.

 

 

안경을 찾겠다고 소파도 정리하고(그김에 거실 청소도 하고), 몇 년 만에 시그마도 꺼내고 등등 했던,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인 어느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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