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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5631 bytes / 조회: 1,022 / ????.12.21 00:13
이러고 산다


'이러고 산다'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까 싶다. 이 제목, 계속 쓸 거 같은데...

 

 

반딧불이의 묘

내가 제일 처음 본 지브리 애니는 <이웃집 토토로>인데 유학 시절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살면서 친해진 일본인 친구 Y의 스튜디오에 놀러갔다가 본 게 시작이다. 지브리 애니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건 <이웃집 토토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건 <반딧불이의 묘>.

<반딧불이의 묘> 원작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가 11일에 사망했다는 기사를 뒤늦게 읽고 놀랐는데,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였다는 것에 놀랐고, 작가가 여태 생존했다는 것에 놀랐다. <반딧불이의 묘> 하면 펑펑 울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작과 함께 독백으로 등장하는 '나는 죽었다'는 드물게 기억하는 지브리 애니의 대사이기도 하다. 후에 <반딧불이의 묘>가 전범국인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일었을 때 나는 그닥 수긍하지 못했는데, 전쟁은 국가가 일으키지만 전쟁으로 인한 비극은 오롯이 자국민 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 감상 포인트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나 <반딧불이의 묘>에서 내가 본 건 전쟁 구호가 아닌 전쟁으로 인해 남매에게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런 종류의 서사는 사실 흔하다. 박완서의『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도 전쟁보다 전쟁으로 인해 한 개인의 인생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보여주고,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은 참전국 중 적국의 두 아이가 화면을 가득 채웠을 때 일어난다. <반딧불이의 묘>를 보는 내내 나는 부모를 잃고 폐허를 떠도는 어린 남매가 그저 불쌍했다. 나는 여전히 <반딧불이의 묘>가 패전한 전범국이 피해자를 자처하고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작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참고로 원작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는 생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고, 일본내 대표적인 반전주의자였으며, 평생 반전 에세이를 집필했으며, 그가 남긴 유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맞춤법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 보면 맞춤법 오기를 자주 보는데 가장 흔한 게 '어의'. 이거 정말 안 고쳐지는 모양. 여튼. 종종 홈에서 놀면서 지난 글을 읽다가 오타나 비문 등을 수정하는데, 바로 오늘 수정한 게 새우젓, 황석어젖. 엥? 이게 모야?

동친에게 이 얘길 했더니 "오타라고 믿고 싶겠지." 한다. 아 글쎄 새우젓은 바로 썼다니까! 동친이 왜 그렇게 썼냐고 묻는데 나도 그걸 모르겠다는 거지. 의식의 흐름으로 무아지경으로 쓰다보면 이런 짓을 가끔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남인데요

모처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간 김에 동친의 부탁을 처리하려다 생긴 일.

담당자가 나한테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묻는데 순간 머리에 총 맞았는지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다.

2,3초 버벅대다 대답이라고 한 게 "남인데요."

집으로 오는 길. 횡다보도에서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다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웃었다.

남인데요, 라니. '아는 사람'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남인데요'라니. 아놔. 멘붕.

 

나무: 나 모자란 걸까, 순진한 걸까

동친: 모자란 거지

나무: 나는 이제 그리스도를 세 번 부정한 베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홈플러스 콜롬비아 블렌드 홀빈

 

 

각종 차와 우유로 1주일을 버티다 홈플러스에 간 김에 제조자가 맥널티이고, 뭣보다 유통기한이 17년 11월이니 신선도 만큼은 좋으려니... 맛 좋고 신선도 떨어지는 거나 맛은 좀 없어도 신선도가 최상인 거나 그게 그거려니...

여우의 신포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산 홈플러스 홀빈. 차라리 폴저스를 살 것을.

제조사가 맥널티이니 최소한 빵집 원두커피 정도는 되겠지 했는데 정말 딱 그 정도.

검색해 보니 어느 블로거가 식당에서 밥 먹고 무료로 따라 마시는 맛이라던데 정확하다.

오늘 동친에게 이 커피를 내려줬는데 잠시 후에 묻는다.

 

동친: 이거 새 커피야?

나무: 응. 왜?

동친: 아니, 그냥

나무: 왜? 왜?

동친: 새 커피 맞아?

나무: 어. 왜?

동친: …맛이 너무 없어서

 

참 정직한 입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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