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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307 bytes / 조회: 941 / ????.01.12 02:49
본투더키보질에 대한 단상


어떤 일은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데, 이 게시물은 그와 관련된 얘기예요.

그러니까 게시판 어그로질에 대한 단상입니다.

이 글은 전적으로 한 며칠 모사이트 게시판에 붙박해서 본투더키보질을 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 다른 경험을 통해 생각이 또 바뀔 가능성도 있음을 미리 고지합니다.

 

대개,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하는 행동은 다를 수도 있으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소위 말하는 악플러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익명 뒤에 모습을 감추고 그걸 방패삼아 자신을 일시적으로 방기하는 것이라고 여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 며칠 직접 몸소 겪으면서 이런 생각이 좀 바꼈습니다.

아래 게시물에서 '모니터 앞에서 인격이 변한다'는 표현을 농담처럼 썼는데(농담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의 근본(또는 본성)은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실제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고, 지금은 생각해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폭력에 대하여 순수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물질계와 비물질계로 나뉘는데 폭력 역시 크게 정신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으로 그 성질을 구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거절을 못하고, 직언직설을 어려워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에 대한 저항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 상대가 상처 받지 않을까, 이로 인한 결과가 내게 어떤 형태로든 상처나 불편을 주지 않을까 곤람함을 느끼는 거죠.

정신적인 폭력 중 단순한 거절이나 충고보다 좀 더 본격적인 단계가 욕설인데 바로 언어가 비수가 되는 경우입니다. 그 용맹하고 지적인 전쟁 영웅 오셀로를 비극의 시궁창으로 처박은 것도 오셀로의 질투심을 들쑤신 이야고의 세 치 혀였지요. 가끔 일간지 사회면에서 말싸움이 주먹싸움이 되고, 주먹 싸움이 칼 싸움이 된 사건을 보는데, 이로써 언어 폭력과 육체적 폭력은 폭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똑같이 작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언어 폭력으로 흔히 인신공격이라고 부르는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형법 상의 범죄로 분류됩니다.

직접 대면 없이 랜선으로 이어진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환경의 특성상, 대개 인터넷에서 오가는 언어 폭력은 인신공격의 양상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음성언어가 아닌 문자언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언어로써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자 하는 목적은 마찬가지이며 이때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중상모략, 약점 들추기, 유언비어, 협박 등을 동원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경찰서에서 악플러를 만났는데 의외로 평범한 사람이더라, 는 후일담을 가끔 봅니다. 일견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인성이 가상공간에선 악하고, 현실공간에선 선한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아무도 내 얼굴과 신분을 모르는, 절대로 현실계의 나를 들킬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라면 인간인 이상 자신을 일시적으로 방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전 회의적입니다.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비록 완벽하게 나를 숨길 수 있는 가상공간이라고 해도, 숨을 쉬고 있는 동안은 인간은 완벽하게 혼자가 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양심이라는 감시자가 지켜보고 있어서인데요, 양심으로 인해 인간의 최초 자기검열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아는 포유류인 인간은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을 감시합니다. 양심의 저지선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요. 그런데 온라인 설전을 보다보면 가끔 이런 저지선을 뚫고 의미 그대로 배설에 불과한 문자를 쏟아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개인의 글, 말, 행동은 개인의 양심이 빚은 열매라는 겁니다. 양심은 관념의 궤이며, 관념은 본성의 또다른 초자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활약하는 관종 or 어그로꾼은 현실세계에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완벽하게 두 자아를 분리하고 이중생활이 가능하다면 아마 반사회적 인격장애일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물론 단순한 흑백논리로 이분법적인 분류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니까 이건 극단의 경우라는 걸 밝혀둡니다. 예를 들어 욕을 하고 싶지만 욕을 못(안) 하는 사람이 있고, 때리고 싶지만 못(안) 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양심의 저지선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극단의 부류는 바로 이런 양심의 저진선을 뚫고, 자기검열을 뛰어넘은 사람들입니다.

 

이제 마무리 합니다.

이 긴 글의 결론은, 아이고 의미없다...? 농담이고요.

가상공간은 가상공간으로만 즐기는 게 정신건강을 위한 최선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혹시 이 시간에도 키보드 전투 중이거나, 랜선 회초리질에 상처받은 분들이 있으시면 며칠 컴퓨터를 끄고 현실계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나 책을 보시며 재충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 모두 신나는 21세기 인터넷-라이프를 위해 가상공간에서 건투하길 빌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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