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려니 > 달콤한 인생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감나무가 있는 집
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4797 bytes / 조회: 1,013 / ????.11.22 20:47
오랜만에 쓰려니


▒ 그동안 뭘(그게 뭐든) 안 쓴 지 오래 되긴 오래 됐구나 싶은 게 감상 좀 쓰려니 어찌 그리 손이 안 움직이는지.
글을 잘 쓰는 정석은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3多 - 다독, 다작, 다상량인데, 당연한 얘기다. 뭘 읽어야 쓰고, 뭘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니... 
                                                    
                                                                       

▒ 검색할 게 있어서 웹을 헤집고 다니다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읽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을 넘어서>

박스의 문장은 니체의 굉장히 유명한 문장인데 이를 어느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 아무런 인용표시 없이 가져다 쓴 모양이다.

신하들은 자신의 군주가 괴물로 변했음을 알았다.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너무 오랫동안 인간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넋으로 들어온다...
- 이인화 <초원의 향기1>

언급된 이인화의 소설은 절판됐다.
생각컨데, (적어도 내가)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창작하는'사람들이 대중을 '책을 읽지 않는 집단'으로 오인하는 듯 하다.
영화 <베를린>의 표절시비와 관련해서 류승완 감독이 했던 인터뷰에도 '사람들은 이런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맥락의 말을 하는데 말하자면 통계의 오류라고나 할까. 실제로 우리나라 출판 역사상 출판시장이 호황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책을 꾸준하게 소비하는 얼마 안 되는 독자들은 그야말로 책을 정말로 좋아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덕후'로 이해하면 간단한데 좋은 문장, 유명한 문장, 훌륭한 고전, 재미있는 책 등은 소장하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식으로 확실하게 소비하는 집단이다.
이 어려운 책을 누가 읽었겠어, 초판이 절판될 정도로 안 팔리고 인기 없었던 소설을 누가 읽었겠어...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은 밥만 차려주는 게 아니라 아예 숟가락으로 퍼서 입에 넣어주는 시대가 아닌가. '니체'를 안(못) 읽는 사람들을 위해『니체의 독설』『니체의 말』도 함께 존재하는 친절한 시대인 것이다.

▒ <상속자들>은 여전히 오글이토글이지만 탄이 모자 때문에 열심히 본방사수하면서 본다. 이 모자는 그저 보기만 해도 예쁘다.
최영도의 교내왕따 놀이는 이슈가 될 줄 알았다. 기존의 드라마가 묘사하던 힘 센 아이가 힘 약한 아이를 때리는 건 단순한 논리지만 부유한 부모를 가진 아이가 가난한 부모를 가진 아이를 괴롭히는 건 보다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가 된다. 이런 민간한 주제를 단순히 최영도라는 인물의, 개인가정사에서 비롯된 한때 방황의 양념소스로 쓰는 건 변명의 여지 없이 무책임해보인다. 안 그래도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가 아닌가. 굳이 인기드라마 작가까지 거기에 한몫 보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나저나 탄이가 은상이를 좋아하는 건 그렇다치고 영도가 은상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 <응답하라, 1994>는 제발 시도 때도 없이 토막토막 흘러나오는 노래 좀 빼줬으면, 스탭에 아는 사람 있으면 정말 건의하고 싶네. 가요드라마도 아니고 툭하면 튀어나오는 한 두 소절의 가요는 "지금 장면을 가사로 들어보실게요!!!" 시위하는 겐가. 분위기를 살리기는커녕 이런 게 바로 소음공해지.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