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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4578 bytes / 조회: 1,031 / ????.11.28 03:36
모사이트에 올라온 편의점 택배 분실 사고를 보고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1. 판매자가 1,500만원 상당의 시계를 1,200만원에 장터에 내놓았고, 곧 구매희망자가 등장, 판매자의 집 앞에서 직거래하기로 합니다.
2. 다른 지방에 사는 구매자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직거래가 어렵다고 합니다.
3. 구매자는 판매자 너는 믿음이 간다, 물건을 먼저 편의점에서 택배접수하고 송장번호를 불러달라, 그럼 30분 내로 온라인입금 하겠다, 입금이 안 되면 택배접수를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 합니다.
4. 3에 의해 판매자는 집앞 편의점에서 택배 접수하고 구매자에게 송장번호를 알려줍니다.
5. 10분~30분(판매자와 편의점주의 기억이 다름) 뒤, 어떤 남자가 편의점에 전화해 친구가 택배 맡겼을 거다, 택배 취소하고 찾으러 가겠다 합니다.
6. - i  (편의점주)통화 직후 편의점에 어떤 남자가 와서 송장 및 신분증 확인 없이 물건을 가지고 갑니다.
6. - ii (판매자) 30분이 지나도 입금확인이 안 되자 뒤늦게 이상을 느낀 판매자가 편의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물건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현재 양쪽에서 경찰에 사고 접수했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을 각자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서로 말이 달라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건접수했기 때문에 일단 각자 올렸던 글은 지워진 상태고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에 걸린다고 그러는군요.)
3자의 입장에서 보면, '2번'에서 이미 온라인 거래의 허점이 보이고 그 단계에서 판매자가 거래를 멈췄어야 했지만 문제는 막상 1인칭 주인공시점이 되면 저 2번에서 4번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의외로 참 쉽다는 거예요. 이 과정이 소위 눈뜨고 당하는 단계인 거죠. 같은 의미에서 확인 없이 편의점주가 물건을 내준 6-i 도 마찬가지고요.

제겐 M에게 두고두고 '등신'으로 찍힌 일화가 있는데, 바야흐로 대학 2학년 여름방학에 친구랑 극장에 갔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티켓을 사려고 예매줄에 섰는데 우리 또래의 남녀커플이 오더니 갑자기 사정이 생겨 영화를 못 보게 됐으니 자기네 티켓을 사달라는 거예요. 우린 흔쾌히 그러마 했고요. 그리고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시간에 맞춰 극장에 갔는데 입구에서 제지당했어요. 알고보니 그 커플이 우리한테 준 티켓이 지난 회차였던 거죠.
M은 니네는 왜 티켓을 확인도 안 했느냐고 뭐라뭐라뭐라- 했지만 우린 아직 어리고 순수했거든요(우웩-).
남남도 아니고, 여여도 아니고 척봐도 커플인 평범한 남녀가 대낮에 그렇게 대담하게 사기를 칠 거라고 상상도 못한 거죠. M이었다면 물론 당연하게 티켓을 확인했겠지만 말이에요.
어쨌든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이후 몇 년간 그 커플을 저주했어요. 멀쩡하고 평범한 얼굴로 사람이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충격이 크고 오래 가더군요. '도둑질하지 말라'가 왜 십계명에 포함되는지 정말이지 절절하게 이해가 갔어요.

결론은 누구에게나 방심하는 순간이 있다는 거예요.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좋은 게 좋은 거지... 등등등 냉정해야 되는 상황에 적당히 대충대충 넘어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주로 그런 순간이고요. (한 예로, 부동산 계약이나 대부분의 수의 계약때 이런 일이 빈번하죠)
어떤 상황에선 철판을 깔고, 누가 뭐라든 묵묵히, 뻔뻔해져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더군요.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만. 위의 편의점 사건도 같은 맥락이고요. 하지만 저걸 밥 먹듯이 아주 쉽게 잘 하는 사람도 있으니, 제 주변인물 중 M이 그렇습니다. 앞에선 독하고 못된 것- 욕하지만 실은 닮고 싶은 부러운 '성미'예요.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즐겁게 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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