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장 관찰 중인 미니고무 새싹.
도통 키가 자랄 생각을 안 하는 미니고무 옆에 새싹이 올라왔다.
한동안 새순은 커녕 몇 개 없는 잎도 자꾸 떨어져서 속상하게 하더니 어느날 새싹이 올라온 걸 발견하고 뭉크 절규를 함.
식물을 키워보니 알겠다. 얘네도 취향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장소에 두면 좋아한다. 내 기분이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만.
막 샀을 땐 초록색이던 줄기인지 잎인지가 표시한 부분처럼 죽은 고목처럼 바짝 말라서 '이건 못살리겠구나' 했는데 화분을 베란다로 옮기고 하루이틀 꼴로 관수를 했더니 어느날 말라붙은 줄기인지 잎인지를 밀고 생생한 새싹이 올라왔다. oh!!!!
그리고 어느새 건강하게 쑤욱 올라와 제법 잎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랍고 또 미안했다. 엉뚱한 자리에 두고선 왜이리 못 자라고 약하냐고 나무 탓을 한 거다.
얼마전에 분갈이를 하고 먼지가 앉은 잎을 닦으려니 이런 저런 잡상이 떠오르는데 이를테면 생명체의 정의가 뭘까 같은 거.
대개 생명이라 하면 동식물을 일컫는데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정작 식물은 종종 그 범위애서 비켜 있는 것 같다. 동물의 신체를 구성하는 것과 같은 신경계 기관이 없는 탓에 식물의 희노애락을 눈으로 확인할 경로가 없다 보니 식물도 생명체인 걸 자꾸만 잊는다. 비약하면 기계를 보는 것처럼 본다고 할까. 생장을 하고 성장을 하는 생명체가 분명 맞는데 말이다.
역광이라 어두운데 그 중에 최대한 밝게 나온 사진.
지난해부터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생겼는데 지난 봄에 S와 S 어머니와 화훼단지 근처를 지나던 길에 "나무를 살까 생각 중이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S 어머니가 S를 통해 화분을 하나 둘 보내주셨다. 처음엔 꼬마 화분 두 개를(앞) 주셨는데 '작은 화분도 예쁘지만 저는 큰 화분을 원해서요ㅠㅠ' 했더니 문샤인, 고무나무, 녹보수(추정)를 차례로 보내주셨다. 문샤인을 가지고 온 날 S가 성질을 냈다. "엄마한테 나무는 이제 됐다고 해라!"
그리고 바로 오늘, 약 3시간 전에 S가 전화했다. 짐 있으니 주차장으로 내려 오라고. 그리고 S가 성질 내면서 가지고 온 녹보수(오른쪽 끝 화분). 왜이렇게 무겁나 했더니 화분 재질이 돌이다. 진짜 겁나 무거웠음. S가 "울 엄마한테 나무 그만 보내라고 말 좀 해라!" 한다. 고무나무 때 이제 그만 주셔도 된다고 했는뎅;;;
내가 원한 플랜테리어는 1.8m 정도 잘 자란 대나무 화분 한 개를 거실 한쪽에 놔두는 거였지만 어쨌든 현실진행형으로 화분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근데 중요한 건 내가 워낙 뭘 돌보고 키우는 데는 소질이 없는 인간이라 슬슬 버거워지고 있음;
(+)07.01
그사이 또 훌쩍 자랐다. 각도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잎이 네 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