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인사를 놓쳤는데 오늘까지 놓치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짜잔~ 등장했습니다.
→글은 음력설날 당일에 썼는데 비밀설정해놓고 '잠깐' 딴짓을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사흘이 사라졌어요ㅠㅠ
제가 명절, 관례, 관습 이쪽으론 모르쇠로 직진하는 인간이라 새해 인사 이런 거에 좀 대충대충이긴 해요. 부모님과 집안엔 큰 불효죠. 부모님 전언에 의하면 친척들 사이에 저는 유니콘이 됐다고ㅎㅎ. 그래도 기록을 위해서라도 홈에는 신년인사를 꼭 남기려고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네요.
연말연초에 홈에 별다른 인사를 남기지 않고 지나갔는데요, 물리적으로 바쁜 일은 없었는데도 뭔가 정신 없고 산만하게 연말과 연초를 보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새 음력설입니다. 2월 초쯤이겠거니 했는데 1월 셋째 주인 걸 늦게 알고 정말 많이 놀랐어요.
올 6월 부터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하니 이제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으니' 덕담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겠군요. 그래도 먹어야죠, 떡국! 저는 아침으로 동네 주민인 B와 떡국을 먹었어요. 냉동실에 돌아다니는 완탕을 꺼내 완탕 떡국을 끓였는데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들었던 BGM이에요.
lendvay의 <Gypsy Violin>은 새해 들어 자주 듣고 있는 음반인데요, 플레이 리스트 중 'Hora Transsilvania'를 링크하고 싶었는데(저는 동유럽 지역의 민속음악이 유난히 좋더라고요) 아쉽게도 유툽에 없어서 차선으로 고른 헨델의 '파사칼리아'(Hendel 'Passacaglia') 입니다. 이것 역시도 렌드바이의 영상이 없어서 크로아티아 출신 첼리스트 하우저의 영상으로 가져왔습니다.
(+) 다시 검색해보니 렌드바이 연주가 있네요! 하지만 이미 링크한 영상을 바꾸는 것도 유난인 것 같아 그냥 두는 걸로...
참고로, 요제프 렌드바이(Jozsef lendvay)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집시 가문 출신으로 7대째 바이올리니스트의 대를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딱히 호불호가 없는 플레이어인데 <gypsi violin>은 리스트도 연주도 캐주얼해서(다른 표현이 안 떠오르네요) 뭔가를 할 때 배경음악으로 켜두기에 부담이 없어 종종 들어요.
예를 들어 펄만이나 래빈의 '카프리스(caprice : paganini)'를 들으면서 홈피에 글을 작성하는 건 거의 서커스죠. 하지만 렌드바이는 가능하다는 거.
새해들어 읽는 첫 책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입니다.
책은 그리스 비극을 이끄는 작가 3인방인 소포클레스, 에우리페데스, 아이스퀼로스의 문학적 토대였던 도시국가의 당시 생태를 훑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중에서도 지중해의 패권을 번갈아가며 쥐었던 테바이와 아테네 두 도시국가의 관계는 거의 한일 혹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만큼이나 악연인 게 재미있네요.
책 왼쪽의, 일부가 찍힌 노트북은 제가 델 노트북을 애지중지 관상용으로 보관하는 걸 안 M이 '옛다 막써라' 하고 이번에 준 건데요. 12.6"인데 거의 탭처럼 느껴질만큼 컴팩트합니다. 기존 제 노트북이 방탄가방 느낌이라면 이건 가볍고 얇아서 진짜 편하게 막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이즈 비교 1
사이즈 비교 2
델 워크스테이션은 육안으로도 무겁고 두꺼운 차이가 보이죠.
M이 미리 세팅을 해줘서 쓰기만 하면 되니 편하고 좋은데 대신 이번에도 여지없이 '숙제'가 따라왓습니다. 사용 중에 오류가 없는지 며칠 붙들고 집중사용해야 되는데 이게 마음 먹고 하려고 들면 막상 잘 안 되는 거라. 청개구리의 숙명이라고, 아마 느낌 아실 듯ㅠㅠ
그동안 많은 노트북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다시 등장했지만 전 역시 씽크패드 디자인이 좋아요. 맥북도 써봤지만 디자인은 둘째 치고 애플 특유의 직관성이 오히려 불편한 저한테는 폰, 노트북, 패드 모두 그냥 예쁜 짐덩어리 느낌이라 기기 모두 첫 사용이 마지막 사용이 되었어요.
올해 첫 구매한 책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에요.
현암사에서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이미 책장에 꽂힌 나쓰메 소세키가 여러 권이라 계속 구매를 미루었는데 어차피 빠진 책도 있고 언젠가 구입할 거, 이번에 해가 바뀐 걸 핑계로 주문했어요. 박스 세트를 싫어해서 낱권으로 구입했고, (남의 서재에서)보던대로 그리고 소문대로 책이 예쁩니다. 디테일한 사진은 나중에 오거서에 올릴게요.
저의 새해 첫 목표는 체중감량인데요. 장난처럼 농담처럼 늘 다이어트, 식이요법 외치곤 했는데 이번엔 '엄근진'입니다. 왜냐하면 엊그제 생애 최고 몸무게를 찍었거든요. 12월 부터 낌새는 있었어요. 범인은 바로 '탄수화물' 되겠습니다. 당분간 내사랑 칼국수와 헤어져야 하는 게 가장 슬프군요ㅠㅠ 그럼 4주 후에 뜨겁게 다시 만납시다 칼국수 씨. (단호)
그리하여 음력설날 저녁에 먹은 '말차 라떼+사과+견과'입니다.
말차가 좀 많이 달지만 그래도 대충 봐도 유의미하다 할 정도의 탄수화물은 없는 걸로.
선물로 받은 견과인데 다섯 봉씩 4종 구성이에요. (첫 번째 이미지)
까지 쓰고,
딴 짓 한참 하다 우연히 다른 박스를 오픈했는데 구성이 다르네요!!! (두 번째 이미지)
8종 5봉 씩 모두 40개 구성이에요.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요.
말차 라떼는 카페 가배도에서 판매도 하는 '말차 파우더+스팀 우유'인데 카페 가배도는 녹차로 유명한 카페라고 해요. 지점이 서울에만 있는데 엄마가 주실 때만 해도 소 닭 보듯 하다 며칠 전에 무심코 뜯었는데 맛있어서 깜놀. 카페에서 판매도 한다고 하니 아예 쟁여놓고 먹어야겠다 싶어 M에게 얘길했더니 원산지를 확인한 M이 말차가 일본산인데 왜 하필 저걸 먹으려고 하냐고...--
방사능 검사를 철저하게 한다는데? 확실하게 검수한다는데? 그럼 괜찮은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니 그럴 거면 국산 놔두고 굳이 일본산을 왜 쓰냐고 역시 반문. 오, 그럴듯한데. 여기서 저는 완전 설득당했고요.
이제 파우치가 한 개 남아서 대체가능한 걸 찾아야되는데 아, 진짜 일본... 후쿠시마... 원전... 교ㅇ... 하여튼 밉상들...
마트에 가면 우유는 꼭 대용량으로 집어오지만 대부분 다 못 마시고 버리곤 했는데요, 요즘은 스팀우유에 푹 빠져서 우유가 상할 틈이 없어요. 마침 코스트코에서 우유를 할인하길래 두 병 집어왔어요(우유도 할인하는군요). 이트레이더스에서도 서울우유 2pack을 할인했는데 기간이 지났는지 설 연휴 직전에 갔을 때 할인을 안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물가가 오르긴 올랐나봐요. 지지난주와 이번 주 두 번 갔을 뿐인데 영수증이... 영수증이...
부산에 와서 처음 보는 기온인 것 같아요.
새해 계획 세우셨나요? 4차 혁명이니 chat gpt니 해도 새해가 되면 새 목표를 얘기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저만 그런가요ㅎㅎ
사실 새해 계획 같은 건 1월 1일에 해야 되는 것이지만 연말연초를 유야무야 지나가는 바람에 저의 올해 첫 날은 음력설입니다 후후훗~
여튼 이렇게 저의 음력새해 연휴는 소소하게 지나갔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인사를 제대로 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은데 묵묵히 꾸준히 홈에 들러주시는 분들, 그리고 검색의 파도를 타고 우연히 제 홈을 스친 무명분들께도 늘항상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