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조언 혹은 충고를 했다.
개인홈이지만 오픈된 공간에 과격한 얘기는 삼가하는 게 좋겠다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충고를 했다. 화요일이던가. 아마 오후에 내가 썼던 글을 읽은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충고에 수긍한 것도 있고, 이 무렵 번아웃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에 최근 썼던 정치 관련글은 모두 잠갔다.
-
화요일 오후 이후, 친구들에게 선언했다.
나는 이제 개돼지가 될 거야.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않을 거야. 그냥 가만히 있다가 투표만 할 거야. 나한테 이제 정치 얘기 하지마.
내가 안 됐던 모양이다. 오늘 오후에 M이 전화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얘길 해줄테니 들어보라고 했다.
정치 얘기면 안 듣겠다 했다.
M은 정치 얘기 안 한다.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듣지않겠다 했지만 M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할 때 기승전결 다 갖추는 나랑 달리 M은 연역식 아니면 귀납식이다.
문장으로 옮기면 세 문장 쯤 될까. M이 얘기를 끝냈을 때 전화기 붙들고 "정말?" 조금 울먹이다 나중엔 훌쩍였다.
다른 때랑 다르게 이번엔 열패감을 느꼈던 것 같아. 코막힌 소리를 M이 말없이 들어줬다.
-
MB 때도 근혜언니 때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하루이틀 지나면 결국 회복이 되었다.
근데 이번엔 느낌이 왔다. 쉽게 회복이 안 되겠구나.
나는 내 의지를 과신하는 인간이 아니기 땜에 적어도 일주일은 인터넷 접속을 안 해야겠다 했다. 커뮤니티 성격을 막론하고 정치/사회 얘기가 안 나오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니 웹사이트에 접속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련 글을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시작화면을 구글로 변경하고 접속하는 웹사이트는 내 홈, 온라인서점, 웹소설사이트 한 곳이 전부.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에 의문을 갖던 때가 있었다. 인간의 특질을 규정하는 학명에 왜 '정치적'이 끼어있는지 이상했다. 지금은 물론 온몸, 온정신으로 이해한다. 인간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치적인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