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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417 bytes / 조회: 746 / ????.05.03 16:39
4박 5일


지난 금요일에 4박5일의 일정으로 부산에 다녀 왔다.
나는 새마을이 좋은데 철도청이 돈독이 올랐는지 시간표를 차지하고 있는 건 온통 KTX뿐이라 하는 수 없이 KTX를 타고 왔다. KTX는 통로가 좁고, 앞뒤 좌석간 거리도 좁고, 의자도 작고 무엇보다도 좌석을 뒤로 눕힐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 나는 여행을 갈 때 교통편에 대해선 의외로 무던한 편인데 1시간30분의 시간을 포기하더라도 새마을이 좋다. (철도청은 새마을을 돌려달라!!!)


1. MP3
아이리버를 가지고 갔다. 이유는 AAA사이즈의 건전지 하나만 넣으면 충전 걱정않고 마음껏 들을 수 있기 때문.
담아간 곡은 요즘 무한 반복해서 듣는「남자도... 어쩔 수 없다(EVAN)」,「미인(이기찬)」,「같은 베개(테이)」.
*요즘 가요의 특징인 것 같다. 과거회귀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을 짓는 것은. (까만 안경, 왼쪽 가슴...)

2. Book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출발하기전 집에서 1/3, 열차에서 2/3, 돌아오는 열차에서 거의, 그리고 집에 와서 마침내 다 읽음. 자세한 내용은 review에서.
*「여섯번째 사요코」,「빛의 제국」이상 온다 리쿠
B양의 집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 출판된 온다 리쿠의 책이 전부 책장에 줄지어 꽂혀 있다. 그중 먼저 읽은 '사요코'는 다 읽었지만「 빛의 제국」은 시간이 모자라서 2/3쯤 읽었는데 어딘가 어설픈 동화같은(서정성 얘기가 아니라 문장이나 스토리의 구성을 말함) 이야기임에도 첫 얘기부터 훌쩍이고 말았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독자를 울리거나 웃게 만들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은 참 대단하다.
*「시소 게임」, 아토다 다카시
B양과 서점에 갔을 때, "재미있다더라"라는 B양의 말에 집어 들고 몇 페이지 보다가 그만 직전에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초콜렛 부스러기가 손가락에서 책으로 옮겨 붙었다. 너는 내 운명이구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입한 이 책은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정가를 다 주고 산 책이 됐다. 다행히 책은 재미있었다. 2쇄라고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위안이 되었다 ㅠㅠ). 워낙 일본에서 시장이 탄탄한 '미스테리 호러'장르라 이 장르에선 웬만해선 폭탄을 만날 확률이 적다. 즉 기본적인 재미는 있다.

3. 친절한 사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울로 올라온 나는 이후 가끔 친척집에 다니러 가는 것 말고는 고향인 부산에 다시 갈 일이 없어서 사투리는 거의 잊어버렸지만 억양만큼은 -순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산말 그대로다. 이러한 억양에 얽힌 사연이 꽤 있는데 그중 하나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우리과에 경상도 출신 남학생은 많았지만 여학생은 두 학번 위에 한 사람 그리고 우리 학번에 나, 이렇게 두 사람이 전부였다. 그런데 선배 여학생의 경우 완벽한 서울 억양을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꿎은 나만 표적이 돼서 서울 출신의 남자 선배들한테 참 많이도 놀림을 받았다. 그러니까, 툭하면 "쌀 해 봐, 쌀", "(수학의) 양근, 허근 해 봐" 하고 선배들이 시키곤 했다(경상도 지방은 'ㅆ'발음과 'ㅡ' 발음이 잘 안 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 나는 또 어린 마음에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일이 "쌀!", "양근! 허근!" 했다.
문제의 억양때문에 난처했던 일화도 있는데 한 예로, "밥 먹었어요?" 하고 내가 물어보면 상대에게선 "아, 그래, 밥 먹었다고? 맛있었어?" 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 서울/경기와 높낮이가 다른 억양 탓에 내 딴엔 '밥 먹었느냐'고 묻는 걸 "나 밥 먹었어요"로 오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심끝에 어느 날, 점심 무렵 교정에서 만난 선배들에게, "밥 먹었습니까!" 물었다가 한 동안 과의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밥 먹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
그렇다고 이런 억양 때문에 곤란을 겪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같은 부산 출산의 남자선배들은 고향의 억양을 묵묵히(?) 지킨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 쪽으로 홍일점이라는 이유로 나를 꽤 예뻐해주었기 때문에 덕분에 학교 생활은 편하게 한 셈. (사실 지방의 여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서울 억양을 금세 익힌다. 그런데 왜 나는 안 될까. ㅠㅠ)
지금은 억양이 평이해져서 부산토박이들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지만 그래도 나랑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금방 "어, 혹시 경상도?" 한다. 그들에게 나도 그럴까? 가끔 부산에 가면 억양 탓인지, 지방색의 특징인지 부산 사람들이 참 정감 있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처음 보는 사람이든, 그것이 공적인 일이든 얘기를 나누게 되면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옆집 사람같은 느낌이 드는 것. 그에 비하면 확실히 여기 위쪽 사람들은 쌀쌀맞고 깍쟁이같은 인상을 받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라 예전엔 고향의 그런 정서를 부담스러워할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는 증거인지 요즘은 일부러 서로 고슴도치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주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4. 사오정이 되어가는 중
어제 버거*에서 프렌치 프라이를 먹는데 M군이 갑자기 말했다.

M 군: "너, 강자 같다."
나무: "뭐라? 내가 미쳤다고?"
M 군: "무슨 말인지."
나무: "강자 같다면서! 환상의 커플에 나온 그 강자!"
M 군: "감자라고 했다."
나무: "아..."

M군은 부연으로 프렌치 프라이를 먹는 내가 감자를 닮아 보였다고 했다.
사실 나는 햄버거 가게의 이 아이템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뒤늦게 생각해보니 강자나 감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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