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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7802 bytes / 조회: 1,006 / ????.02.05 13:55
Brother, can you here me?


 

요즘 털모자 성애자가 됐어요.

 

방한 효과면이나 시각적으로나 귀마개보단 털모자가 여러모로 나은 것 같아서, 지난 연말에 검은색/초록색 두 개를 사서 번갈아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쓴 분홍색 비니가 너무 예쁜 거예요. 옆에서 걷던 동친에게 저 분홍색 예쁘다, 색상 별로 몇 개 더 살까? 하니 동친이 겨울 다 갔는데 무슨- 하길래, 왜? 왜? 미리 사뒀다가 겨울 오면 쓰면 되지, 하니 동친, "내년 겨울에 사서 써." 라고... (뭐지, 이 반박할 수 없는 설득력은;;;)

 

 

'존경하는 3인'

 

이번에 동친과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나눈 얘기예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그러니까 홈피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관리자님이 저한테 딱 한 마디 했어요. 정치, 종교 얘기는 하지 말라고.

여담이지만 부모님을 비롯해 친구들 몇은 저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넌 극좌!" 라고 합니다.

분단국가 단일민족인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가 보수, 중도, 진보로 구성된 우익주의자이며 나는 그중 진보 우익이라고 자처하는 입장에선 무척 억울한 평가인데요. 썰전에서 유시민작가(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으니까)도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지만, 상대방의 위치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를 결정하는 건 바로 내가 선 위치입니다. 내가 오른쪽으로 치우칠수록 상대도 왼쪽으로 치우치는 거죠. 즉, 상대가 가운데 서 있어도 내가 오른쪽 구석에 가서 서면 상대는 왼쪽이 됩니다. 누군가를 오른쪽, 왼쪽 진단하려면 그 전에 내가 정말 딱 한가운데에 서있는지 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라는 거지요.

 

뭐 어쨌든, 정치/종교 얘기 삼가하라는 관리자님 의견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능하면 자제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은근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07년 직후 한 2년은 가열차게(?) 했던 것 같은데, 행인지 불행인지 그나마도 지난 대선 멘붕으로 정치 얘기는 안 하겠다고 게시판에 선언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호모폴리티쿠스인 걸.

 

음. 사설이 왜 이렇게 긴고 하니, 오랜만에 정치는 아니고 정치인 얘깁니다.

 

전 일생 지지하거나 호감을 느껴본 정치인이 없어요. 고백하자면 노통 서거 전까지는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습니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 때는 아예 외국에 있었고, 현지 교민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할 때도 평가는 임기가 끝난 뒤에 해야하지 않겠어요- 라고 입바른 소리를 해댔어요. 그래서 07년 5월 23일은 제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뼈아픈 날입니다. 그런 제가 유일하게 호감을 가지고 지지하는 정치인이 문재인 더민주당 前대표인데요. 전 진심으로 이분이 대한민국에서 정치 안 하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눈먼자들이 북치고 장구 치며 제멋대로 굴러갈 나라 같은 건 잊어버리시고, 온갖 협잡으로 썩고 냄새나는 세계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고양이와 강아지와 닭을 키우면서 평화롭게 건강하게 많이많이 웃으시면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 오직 문빠심으로 당원 가입.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세요. 나이가 있으신데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정치집단과 범죄집단으로부터 외압과 위협을 받고 계시지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바티칸에 계셔 주시길 기도하는 분들이 많고,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종교는 결국 정치 역학이 낳은 또다른 민낯인데요. 이는 세계 3대 종교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혁명적이고 개혁적이라는 측면에서 전임 교황들과 또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계시지요.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한 분이십니다.

 

마지막으로 존경보다는 응원하는 분인데요. 요즘 미국 대선을 앞둔 정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입니다. 평생 무소속으로 의원 생활을 하다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버몬트 주 상원의원으로 놀랍게도 민주적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입니다. 말이 쉬워서 민주사회주의자이지, 냉전 시절 매커시즘 광풍이 몰아치고 9.11 부시 정부 이후 對 무슬림 프레임을 짜고 있는 미국에서 평생을 민주사회주의자로 정치적 신념을 고수했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샌더스가 유대계 미국인이라는 거예요. 이건 무슨 의미인가 하면, 현대 미국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는 WASP(백인 앵글로색슨 크리스찬)이 정/재계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유대계 미국인이 경선 레이스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얘깁니다. 당연히 주류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소액 모금으로 선거자금을 충당하고 있는데 이 모금액이 힐러리 클린턴과 맞먹는다고 하니 계속해서 놀라움을 안겨주는 샌더스입니다. 사실 이런 변화가 갑작스러운 건 아닙니다. '99%가 1%의 탐욕스런 금융자본에 대항하자'는 슬로건 아래 2011년에 월가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Occupy wall-street 운동에서부터 이미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었으니까요. 버니 샌더스는 41년생으로 75세의 고령입니다. 샌더스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의 마지막 불꽃을 백악관에서 불사를 수 있기를. 한 인간의 정치적, 도덕적으로 올바른 신념이 승리하는 현장을 보고 싶은 바람이 비록 남의 나라 선거지만 유심히 지켜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Brother, can you hear me?"

 

Be strong

Be brave

 

Freedom is the reason
To stand up or give in
But someone has to lose
And someone has to win

Brother, can you hear me
I am not afraid
I will not forsake you
I'll be strong and I'll be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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