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식단이 드디어 끝났습니다아~, 오올레!!!
정확하게는 일요일 점심까지 했어요.
도중에 두 끼를 외식했거든요.
한 끼는 삼선짬뽕, 한 끼는 치킨...;
짬뽕은 단골집에서 1일 쿠폰을 문자로 받은 제가 꼬셔서, 치킨은 동친이 보는 드라마마다 치킨이 나온다고 꼬셔서 먹었습니다. 흑_
예전에 두 번 했을 땐, 식재료를 대체하고 적당히 대충 한 터라, 제대로 식단을 지켜서 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러다 보니 아주 사무치게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도중에 짬뽕과 치킨을 먹을 때 느낀 건데 정말 혀 끝에 스치는 양념 하나도 귀하게 음미하며 먹었습니다.
덴마크 식단이 무염, 무당질인데 오랜만에 양념을 한 음식을 먹으니 말그대로 오미(五味) 하나하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요. 아울러, 모든 음식은 양념 맛이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식재료는 거들 뿐, 진정한 맛은 양념에서 나오는 거지요.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구속 당하고 얽매이는 것을 숨막혀하는 본인 성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전 가끔 부모님께 다른 부모와 달리 자식을 대학에 참 쉽게 보내셨다고 자화자찬을 빙자한 생색을 내곤 하는데, 전 입시생 때 학원을 포함한 과외를 전혀 안 했습니다. 체질적으로 '언제, 어느 때'라는 약속을 못 견디기 때문에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지만 어쨌든 그 흔한 과외 한번 안하고 입시를 치렀습니다. 본인 성격을 일찍부터 파악한 저는 중딩 때 일찌감치 '전 나중에 공부를 끝내도 조직 생활은 절대 안 합니다' 되바라진 선언을 할 정도였는데요, 그런 성향이고 보니 어제 저녁에 같이 덴마크를 하던 동친을 붙잡고 "해방된 것 같아!!!!!" 만세 삼창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참고로, 덴마크를 끝내고 첫 식사는 잔치국수였습니다. 원래는 외식을 하기로 했는데 연휴 전날 마땅히 영업 중인 식당도 없을 것 같고 동친이랑 뭘 먹을까 고민하다 집에서 국수를 먹기로 했어요. 제가 유일하게 잘 하는 음식이 잔치국수와 계란찜이거든요. 어엄청 맛있었습니다.
여튼 덴마크를 하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은근히 압박감이 심했던가 봐요. 끝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요. 대학 합격자 발표날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덕분인지 부엉이 생활 청산하고 초저녁부터 일찌감치 푹 잘 잤습니다.
중요한 결과는, 2kg 정도 감량했어요. 이 2kg이 저한텐 난공불락의 숫자였기 때문에 그걸 깬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민족설이네요.
全세대를 막론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날이기도 하지요.
긴 연휴 동안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재충전하면서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