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 달콤한 인생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감나무가 있는 집
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14028 bytes / 조회: 996 / ????.02.13 21:30
이런저런 잡담


 

텍스트 수다의 딜레마

 

'다'체로 끊어 쓰면, 분명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음에도 시간 지나 다시 읽어보면 중2병 허세가 넘쳐 손발이 오그라들고.

'다나까'체로 쓰면, 손발은 멀쩡하지만 대신 빈 광장에서 떠들면서 대상을 의식하는 것 같아 괜히 민망하고.

이러자니 가식적이고, 저러자니 도식적이고. 하아. 게시판에 글 쓸 때마다 화자 때문에 머리가 빠질 지경.

1인칭 텍스트 수다를 기름기 없이 능숙하게 하는 분들, 진짜 능력자인 듯. 인정.

 

 

수다에 관하여

 

열정을 다해 수다를 떤 기억이 분명 있는데, 나중에 문득 떠올라서 홈에서 검색해보면 글이 없어 황당한 경우를 종종 겪는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보니 대개 수다의 대상이 M일 때 이런 일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러니까 M에게 실컷 떠들고 아, 후련하다, 수다 끄읕! 번아웃 상태가 되어 정작 홈엔 아무것도 안 남기는 건데, 이거 문제가 좀 있다.

사방에 널린 편리한 포털 블로그를 두고 굳이 계정을 유지하면서 개인홈을 고집하는 건 홈이 개인기록물을 보관하는, 일종의 개인박물관 역할을 하기 때문. 포털 블로그의 경우 시스템 특성상 글과 이미지의 소유권을 포털업체와 나눠 가지는 구조라 아무래도 생리적인 거부감이 있다. 내가 지우고 싶어도, 업체가 지워주고 싶어도 I와 O의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세계 어딘가에 내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또렷하게 박혀 있다고 생각하면 늘 찜찜찝찝할 게 뻔하다. 그런 이유로 홈을 유지하는 건데 잠시나마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던 생각들, 언어들을 오전에 본 영화를 오후에 잊어버리는 M에게 쏟아내고 정작 이리봐도 소중, 저리봐도 소중인 내 홈에는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뭐 그럴 땐 그냥 우는 거지. M을 붙들고 내가 그때 뭐랬어,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내! 탈탈 털어봐도 먼지 한톨 안 나오므로.

실제로 내 수다의 80%를 듣는 대상은 M인데, M은 내 수다를 고문과 학대를 받는 수준으로 '그저' 견디고 인내할 뿐이다. 그럼 내가 수다를 줄이는가 혹은 안 하는가- 하면, 천만에 그럴리가. 나는 수다 뿐 아니라 심지어 M에게 낭독도 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가끔 영화나 드라마 대사 연기도 한다. M은 처음엔 질색하다가, '안 부끄러워?' 정색하다가, 지금은 무념무상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현자 단계. 나 역시 세월을 허투루 산 건 아니어서 M의 썩소와 투명인간 취급 정도는 끄떡도 안 한다.

눈코입을 그려 넣은 나무 앞에서 노래하고 낭독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뭐 나무는 아니니까. 나는야 초긍정마인드으~

M은 내 휴대폰 주소록에 '대나무숲'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기에 M만한 대상이 없기 때문. 인연이 워낙 오래된 탓에 내 흑역사 95% 이상을 꿰고 있는 M에게 가끔 맨인블랙의 레이저막대를 들이대고 "여길 봐"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감출 게 없는 대상이 있다는 건 사는 동안 삶에서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큰 행운 중 하나라는 거. 

덧. M의 휴대폰에 나는 '그여자'로 등록되어 있다. 모르긴 해도 초단순한 M의 휴대폰 주소록을 뒤져보면 아마 다들 이여자, 저여자일 듯.

 

 

Coffee & Snack

 

 

 

모터 펌프를 바꿨더니 크레마 감동. 막 내렸을 땐 훨씬 더 두껍고 풍성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가끔은 연장 탓이기도 하다는 거.

 

 

 

 

동친한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은 바나나칩의 칼로리.

칼로리 없다고, 살 안 찐다고 큰소리 탕탕 쳤는데 30g이 160칼로리다. 접시에 담은 게 약 60g, 320칼로리라는 얘기.

이번 덴마크 때 입이 심심할 때마다 오독오독 씹어먹었는데 허탈...;

 

 

링크를 타고 놀던 중

 

1. 책 검색을 하던 중.

어느 사극에서 인현왕후를 "인현아"라고 불렀다는 내용을 읽고, 엑! 거짓말!! 믿을 수 없어!!! 폭풍검색 했는데 진짜였다.

난 이 드라마를 안 봤는데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인현의 아버지가 인현왕후더러 "인현아~"(발음조심!) 불렀다고 한다. 요즘 사극이 고증 따위 우적우적 씹어먹는다더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

하물며 이건 고증의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2. 링크를 타고 간 곳에서 팟캐스트를 듣던 중.

버니 샌더스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 상원에서 무려 8시간 30분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부자 감세 연장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였다고 한다.

예전에 M의 추천으로 봤던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1939)에는 스미스 씨가 상원에서 무려 24시간 연설을 하는, 이른바 필리버스터(¹ filibuster)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실상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다. 참고로 영화가 개봉되고 18년이 지나 1957년에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실제로 의회에서 24시간 18분에 걸쳐 연설했고 이 연설이 지금까지 최장 기록이라고 한다. 당시 서먼드 의원은 전화번호부를 읽어내려가면서 시간 끌기 전술을 펼쳤다고.

샌더스는 감세에서 경제 문제로 주제를 확대하기는 했으나 서먼드처럼 편법을 쓰지는 않았고 이 장면은 영상으로 중계되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자 감세 법안은 통과되었고, 샌더스는 이를 계기로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으며, 현재 경선에서 오바마의 지지를 받는 힐러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연쇄적'이라는 의미에서 이것도 일종의 나비효과인 듯.

 

¹ filibuster의회 안에서의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

 

 

도서정가제 개정법 실행 이후

 

14.11.23을 기점으로 책 구입을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 오랜만에 책을 좀 살까 싶어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던 중.

'도서정가제법 개정 후 1년'이라는 내용으로 기사가 한동안 올라왔던 모양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이 법안이 '성공적'이라는 소위 관계자들의(?) 시론. 아니아니, 이 법안으로 현재 이익을 보고 있는 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뿐이지 않나요? 동네 서점은 여전히 높은 공급률 때문에 허덕이고, 독자는 재정가는 둘째치고 오히려 높아진 책값 때문에 도서구입이 줄었는데?

이쯤 되니 궁금한 건, 요즘 같은 SNS시대에 홈페이지, 블로그 정도는 기본으로 하나둘 쯤 가지고 있는 출판사가 왜 굳이 중간유통자의 눈치를 보고 손해를 보면서 을의 입장을 고수하는가- 인데, 최근 기사를 읽고 오호라 했다. 그러니까 이달 초에 한국출판인협회 발신으로 예스24에 '공급률'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는 거다. 유사 이래로 항상 영세했던 출판사 입장에서야 유통에 뛰어드는 것 보다 공급률을 조정하는 게 훨씬 나은 방안이었을 것. 그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12일, 예스24는 곤란하다(라고 쓰고 '싫어'라고 읽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연히 싫지 않겠나.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간다. 결국 생산자와 수요자는 손해를 보고 중간유통자만 이익을 보는 건데, 차라리 출판사가 직접 유통을 하는 것을 고민해보면 어떨런지. 중간유통이 취하는 마진을 책값에 반영시켜 책값을 낮추고 독자에게 직접 공급하면 될 것 아닌가. 물론 생산-유통-소비의 구조가 말처럼 간단하고 쉬운 게 아닌 건 알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를 계속 안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in 스타벅스

 

 

 

 

왠지 있을 것 같아서 M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오늘 각 잡고 카페에서 책 한 권 완독할 작정이니까 충전기 챙겨서 우리 동네로 오셈!"

 

선포하고 나니, 뒤늦게 오늘 발렌타인 데이인데 싶다. '일요일, 발렌타인데이, 점심 무렵' 이니 다방에 사람 많겠구나-  걱정하다 갑자기 서글픈 것이... 에고 낭만이고 뭐고 다 죽었구나.

근처에서 만나 밥 먹고 다방에 갔는데, 자리 잡으라고 M을 먼저 올려보내고 커피 챙겨서 올라갔더니 아놔 지난달에 앉았던 그 자리다. 달라진 거라곤 입은 옷과, 책 한 권이 추가된 것 뿐.

M이 매장 와이파이를 연결해준 스맛폰을 붙들고 잠시 서핑 좀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M이 소파에 기댄 채로 자고 있다.

"갈까?" 물으니 눈을 뜬 M이 "책 다 읽을 거라며, 다 읽고 가자." 한다.

그리고 M은 온라인게임, 나는 집중 안 되는 독서...

결론적으로, 완독은 고사하고 남은 페이지의 반의 반도 못 읽고 '내 팔자에 무슨' 하면서 일어났다. M이 투덜거렸다.

 

 편한 집 놔두고 왜 굳이 카페에서 책을 읽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다들 카페에서 공부하길래 집중이 엄청 잘 되는 줄 알았지

 

알라딘중고서점에 들를 생각이었는데 한파가 온다더니 눈송이도 떨어지고 춥고... 그냥 집으로 총총총.

덧붙여,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오스카 와일드의『심연으로부터』인데 완전 재미있다. 책 얘기는 나중에 리뷰에...will be back!

하나 더. 도중에 M이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위치가 야외테라스 통로 근처였는데 서늘하다는 거다. 아놔. 레이디 퍼스트 모르냐- 라고 따질...리는 물론 없지. 조용히 순순히 자리를 바꿨다. 나는 '을'이므로.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643건 21 페이지
달콤한 인생 목록
번호 제목 날짜
343 4.10, 일요일, 광장 ??.04.11
342 조삼모사 ??.04.01
341 부활절 달걀 ??.03.27
340 활자중독 단상 ??.03.05
339 필리버스터 ??.02.29
338 이러고 산다 ??.02.26
337 필리버스터 김광진 의원 ??.02.23
336 Eric Benet '정말 사랑했을까' ??.02.22
335 한눈에 보는 오스카 ??.02.19
이런저런 잡담 ??.02.13
333 드롱기 아이코나 모터 펌프 교체 ??.02.13
332 덴마크 식단을 끝내고 소회 ??.02.08
331 Brother, can you here me? ??.02.05
330 이러고 산다 ??.02.02
329 빅마켓 바나나칩 ??.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