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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5308 bytes / 조회: 900 / ????.02.26 00:30
이러고 산다


 

필리버스터 국회방송 

 

필리버스터 국회 방송을 유툽 팩트TV로 보다가 듣다가... 하고 있는데, 형식적이고 지루하지 않겠는가 예상한 것과 달리 토론자로 나선 의원들이 의외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많이 준비하신 덕에 잘 듣고 있다. 언론에서 삭제하거나 다루지 않았던, 청문회에서나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그나마도 언론이 보도해주지 않아서 놓쳤던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공으로 국회의원이 된 건 아닌지 목청도 좋고 산만하지 않아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나저나 국회의장 직권 상정은 전시 비상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던데(전쟁 직전 이라던지), 지금 비상 상황이 맞긴 맞나? 그런 것치고는 너무 평화로운 것 같은데...

 

 

프로듀서 101

 

<프로듀서 101>이라는 오디션 프로를 보던 중.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했는데 내용이 이렇다. 개별 인터뷰를 핑계로 출연자를 한 명씩 데려다 놓고 PD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보조 PD가 실수를 가장해 방송용 고가 카메라를 망가뜨린 다음 반응을 보는 것.

그런데 예정된 상황이 벌어진 후, 어린 출연자들이(대개 10대 후반-20대 초반)​ 돌아온 PD에게 "제가 망가뜨렸어요"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그 거짓말의 양상이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책임 - 수천만원짜리 고가의 장비를 물어내는, 을 뒤집어 쓰는 거다. 대개 이런 경우 거짓말을 하더라도 '제가 봤는데 실수였어요'라고 보조 PD를 옹호한다던가, '제가 봤는데 저절로 떨어졌어요' 한다던가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선 어쩐 일인지  아이가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것이 마치 선(善)인양 미덕인양 포장하는데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포맷을 짰는지 묻고 싶다. 더불어 일본 방송 표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표절이든 오마주든 과정에서 여과해야 될 문제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 없이 그대로 찍어 내보내는 제작진의 방송윤리가 의심스럽다. 평소 엄숙주의를 경계하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의 '선(善)'이데올로기 조장은 공감도 안 갈 뿐더러 일종의 폭력이라고 본다.

에휴. 내가 이걸 왜 봤는지, 이걸 본 내 눈이 죄다.

 

 

갑자기 일본소설

 

뜬금없이 일본소설이 읽고 싶어졌는데 이 충동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에서 시작해 마루야마 겐지로 이어졌다.

갑자기 웬... 했는데, 오거서에 글을 등록하면서 아- 하는 깨달음이 왔다.

그러니까 발단은 오스카 와일드였던 거다.

오스카 와일드, 가와바타 야스나리, 마루야마 겐지.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유미주의, 탐미주의 문학을 한다는 거고, 결국 내가 읽고 싶었던 건 그냥 일본소설이 아닌 유미주의 소설이었던 거지.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편지 어느 대목에서 부추김을 받았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갑자기'라고 생각했던 충동 이면에 알고 보니 그런 개연성이 있었다는 건데, 무의식의 의식이랄까 하여튼 이런 발로가 재미있다.

덕분에 놓쳤던 장정일과 정여울의 신간도 사고. 역시 책은 책으로 이어진다는 거.

한편 내가 문학을 소비할 때 가장 상위에 두는 건 역시 문체구나 새삼스럽다.

우리나라 문학이 작가든 독자든 유난히 문체에 집착한다는 기사를 어디서 읽었는데 나도 예외는 아닌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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