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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2333 bytes / 조회: 872 / ????.02.29 01:36
필리버스터


어제 새벽은 최규성 의원이 잠을 못자게 하더니, 오늘은 홍종학 의원이 잠을 못자게 하는군요.

전 눈물도 웃음도 흔한데 유독 개그 프로를 보면서는 크게 웃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재미있어 하는 개콘, 코빅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어요. 한 손에 꼽을 정도? 그나마도 박장대소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제 새벽 최규성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보면서는 숨넘어가게 웃었어요. 도중에 물을 마시다 뿜을 뻔도 했고요. 사실 내용은 무척 비극적이고 슬픈 얘기였습니다. 공안시절 남산 중정에 끌려가서 발가벗긴 채 몇날며칠 폭행을 당한 개인의 아픈 역사인데 감히 웃어서는 안 되는 얘기였어요. 대학 3학년. 불과 22살. 일반인에겐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최규성 의원이 격앙된 목소리로 토해내는 얘기들이 옆집 아저씨의 입담마냥 걸쭉해서 그냥 빠져들어서 들었습니다. 개인이 겪었던 아픈 과거를 제가 이렇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어두운 시대를 제 몸을 살라서 밝히신 많은 분들의 희생 덕이겠지요.

최규성 의원의 경우 '국정원의 역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내용이 진행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중앙정보부의 수장들이었던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 김재규 같은..., 기록필름과 책에서나 보던 인물들이 등장하고 3공 시절 박정희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의 악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잠을 못 이기고 도중에 방송을 껐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그리고 지금, 홍종학 의원이 토론 중인데 원래 교수였던 분이고 또 제 전공과 겹치다 보니 전공 강연을 듣는 기분으로 듣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시간에도 방송시청자수가 3만이 훌쩍 넘네요. 복면가왕도 봐야 되고 읽어야 되는 책도 있는데 도저히 화면을 닫을 수가 없군요.ㅠㅠ

처음 필리버스터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우려가 있었는데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야당 의원들을 보며 정말 놀랍고 감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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