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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7056 bytes / 조회: 958 / ????.04.19 18:21
이러고 산다


1.

역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2. 

가장 좋은 건 역시 이다. 책을 살 때 여는 지갑이 가장 가볍고, 책 읽는 사람을 보면 눈길이 한번 더 가고, 도서관과 서점 냄새가 가장 좋고. 달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책을 좋아하니 나는 그냥 호모부커스인 것.

 

3.

이건 20대 총선 직전의 일.

동친은 사전투표대상자인데, 정치무관심자로서 이른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인 동친을 위해 오지라퍼인 내가 동친의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경력을 비교해봤다. 그리고 동친에게 들려준 얘기를 직접화법으로 옮겨보면 이렇다.

 

이번에 사전투표 방식이 굉장히 편해졌더라. 그래서 내가 너 이번에 꼭 사전투표 하라고, 너 귀찮지 않게 너 대신 너네 지역 후보들의 경력을 꼼꼼하게 대조해봤어. 다행히 후보도 1번, 2번, 무소속 뿐이더라. 그리고 꼼꼼한 대조 끝에 이런 결론을 얻었어.

1번 당은, 아무나 나가도 당선되니 아무나 내보냈고,

2번 당은, 누구가 나가도 낙선되니 아무나 내보냈더라.

너네 지역 유권자들 참 안 됐더라. 나라도 고민하겠더라. 누굴 찍을지 고민이 아니라, 투표를 할까 말까로.

그래도 2번 찍어. 왜냐고? 학벌을 봤을 때 금수저는 일단 아니라는 가정 하에, 1번은 공직경력이 구청장 세 번인데 서울과 부산 요지에 상가와 아파트 같은 부동산만 무려 10채더라. 등록한 재산만 그렇다는 거야. 게다가 군대는 현역-연기-3급보충역-연기-질병으로 5년 만에 면제받았더라. 그러니까 그냥 2번 찍어. 국회 가서 거수만 하더라도 1번보다 2번이 나으니까 그냥 2번 찍어.

 

투표가 끝나고, 유시민 작가도 거듭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던 선거 결과를 두고 내가 하도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니 보기가 딱했는지 (좀 과장하면)글은 세 줄 이상 안 읽고, 말은 세 마디 이상 안 하는 M이 어쩐 일로 몇 마디 해줬다. 3당 탄생의 정치공학적 의미와 향후 예상되는 3당의 방향 등등... 아, 은혜롭다... 이것도 일종의 인지부조화라는 건 알지만, 어쨌든 결론은 듣고 싶은 얘기를 확인해서 기분도 가벼워지고, 안정도 찾았다는 거. M은 이런 나를 좀 한심해하는 것 같지만, 난 그렇다. 상식은 상식, 비상식은 비상식이 인정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거. 바라는 건, 그거 하나.

 

3-1.

이번 문재인 前대표의 전남/전북 방문을 오마이TV로 봤는데, 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광주는 광역도시 아니었나. 그런데 광역도시의 번화가라는 곳이 어째 하루에 버스 몇 대 겨우 다니는 시골과 별반 차이가 없단 말인가. 호남 유권자가 호남 출신 야당 후보 찍는 거, 그걸 단순히 지역패권주의라고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 선거가 끝난 후, 즐겨가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는 게 힘이 든다. 당분간 발을 끊어야지 싶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 현대 역사는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

 

3-2.

MBC드라마 <미실>에서, 미실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킹메이커에 둔다. 그러다 덕만이가 여왕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마무시한 충격을 받는다. 종교계 전문용어로 일명 '개안'한 거다. 미실은 몰랐다. 왕이 아닌 여왕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킹메이커에서 스스로 킹이 되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고정관념이라는 건 그런 거다. 이게 무척이나 단단하고 완고해서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또, 너무 단단하면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한순간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굉장히 기껍다. 영남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거, 호남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거, 야권분열은 야권 필패 공식이 깨진 거, 제 3의 선택도 있다는 거. 이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선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지역구도 프레임이 깨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사실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무조건 희망적이다. 사실 M이 줄곧 얘기하긴 했다. 지금 노년 세대가 끝나면 지역구도 선거도 사라질 거라고. 희망사항이지, 싶었는데 이제 가능사항이 된 거다.

 

4. 최근 연이어 일본작가의 책을 사면서 문득 깨달은 건데 엔도 슈사큐와 오에 겐자부로를 계속 혼동하고 있었다는 거다. 둘을 헷갈려하는 게 아니라 무심코 오에는 오에, 엔도도 오에라고 말그대로 혼동한 거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엔도 슈샤쿠와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거의 비슷하게 읽었던 때문인 것 같다. 당시 읽었던 소설이 엔도 슈샤쿠는『깊은 강』, 오에 겐자부로는『개인적 체험』인데 이게 처음부터 혼동한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어느 시점부터 엔도를 오에를 덮어씌운 것이다. 계통 없이 읽으면 이런 어이 없는 일도 생긴다는 교훈.

 

5. <태양의 후예> 최종회는 "해도 너무 한다" 방언이 마구 터지는 신선한 경험의 연속이다. 흐미. 나한테 방언을 줬어.

ppl 도대체 어쩔...; 드라마를 이용해 대놓고 상업광고하는 그 뻔뻔함이라니, 평소 기피하는 표현이지만 '천민자본주의'가 절로 떠올랐다. 드라마도 그닥. 6,7회 까지는 그럭저럭 볼 만했던 것 같은데 13회 이후 재미도 없고, 몰입도 안 되고, 기대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15회는 보다가 무려 졸았다. 절체절명의 상황, 이거 앞에서 이미 여러 번 나온 거라 드라마가 종영을 앞둔 마당에 긴장감이 전혀 안 느껴진다. 내가 재미없다고 투덜투덜했더니 동친은 "대사 처리는 좋던데" 한다. 근데 그것도 난 별로 그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애들이 쓰는 말을 줍줍한 느낌이라, 그냥 개콘이 잘 하는 유행어 말장난 같다. 나 혹시 연애세포가 완전히 죽은 거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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