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보내며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당신 안으로 들어가 당신을 들여다본다.
- 니체
아마도 니체의 말 중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가장 유명할 '괴물과 심연'.
작가 L은 월북한 아버지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L은 자신이 만든 '반공' 감옥에 스스로 갇혔고 L의 소설은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반공'을 '지역'으로 바꾸고 '소설'을 '인문학적 소양'으로 바꾸면 언론인 출신 작가 K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 K는 노는 물이 다르다 뿐, 방향성 면에서 ㅈ일보의 ㅈ와 도긴개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점점 도를 지나치고 눈 뜨고 볼 수 없는,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인가 싶게 지적퇴행적인 모습을 보여도 한줌 믿음을 가지고 참았는데 결국 며칠 전에 K를 향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다른 무엇보다 언론인 출신으로 자칭타칭 가장 정확한 국어를 구사한다던 그가 곡학아세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 심정이야 쫓아다니면서 계속 흰 눈을 뜨고 싶은데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이 아까워서 그냥 안궁안물 카테고리에 버렸다. 인정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향한 연민이다. K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 그나마 내 책장의 책은 읽을 수 있을 것이므로.
그 동안의 정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니체의 말에 간디의 말을 얹어 K에게 드린다.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된다.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된다.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