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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9810 bytes / 조회: 924 / ????.07.24 14:38
잡담


1. 김치찌개

갑자기 김치찌개에 꽂혀서 웹검색을 통해 두 곳을 고르고 동친을 부추겨 수요일, 토요일 이틀간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동친이 돼지고기와 신김치를 준비하면 끓여주겠다고 했으나(우왕~) 날씨도 덥고 장 보는 것도 귀찮고 둘이 먹을 거면 외식이 싸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맛집 검색으로 고른 식당은 한 곳은 돼지고기 전문 식당, 한 집은 김치찌개 전문점인데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고요.

첫번째 집은 원래 고깃집이라 돼지고기도 괜찮았고 통김치를 눈앞에서 잘라주니 잔반재활용 걱정 없고 밑반찬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어요. 문제는 두번째 집. 아, 정말 별로였어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바이럴 마케팅도 같이 주구장창 씹어주고.

근데 식당 김치찌개는 실패 확률이 낮은 메뉴 아니었던가요? 맛 없기가 더 힘들 듯.

동친은 돼지고기는 오래 됐고 김치는 맛이 없다고, 첫번째 집이 낫다고 했고요.

전 고기를 안 먹어서 고기 맛은 모르겠고, 찌개는 정말 맛이 없었어요.

곁들임 반찬도 별로였어요. 특히 깍두기는 신화당을 들이부었더군요. 놀랐어요. 최근 외식에서 이렇게 대놓고 신화당 맛이 나는 깍두기를 먹은 기억이 없거든요.

결론은 어느 정도로 맛이 없었는가 하면 한동안은 김치찌개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요.

 

 

2. 언어습관

제 경우 한 개인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언어습관'을 중요한 요소로 참고합니다.

개인이 다루는 언어는 대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개념의 괘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판단하는 비교적 합리적, 객관적, 공정한 잣대라고 믿는 편입니다. 이런 생각에 문득 의문이 든 건, MB정부 이후 막말이 사회현상을 넘어 일상이 된 것 같은 풍경을 보면서 개인이 작정하고 자신의 언어습관을 숨길 수 있느냐 없느냐 의심이 들면서인데요. 최근 일련의 막말 파문을 보면서 감기와 사랑처럼 자기언어도 숨기지 못하는구나 했어요. 요약하면, '바른 말 고운 말을 쓰자'는 '바른 생각 고운 생각을 하자'는 의미인 걸로.

 

 

3. 에어컨

에어컨 쓰는 거 안 좋아해요. 밀폐된 실내가 답답해서 가능하면 에어컨을 안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폭염도 열대야도 잘 견디다 결국 비오는 주말에 에어컨을 켰어요. 더위보다 습도를 견디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4. 요즘은 감정이 널을 뛰네요.

양극단을 오간다고 할까. 이를테면 적립금 유효기간이 임박한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데 보관함을 싹 비울까- 충동이 확 일었다가 다음 순간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가. 이러네요. 결국 자정 1시간 여를 남겨두고 주문. 네, 그렇습니다.

 

 

5. 4에 덧붙여

오후에 책을 주문하다 말고 도서관 홈피에 접속해 검색했더니 주문하려던 도서가 입고됐을 뿐 아니라 대출가능이지 않겠어요. 이거 신간이라 분명 신착코너에 있을 텐데...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카드랑 가방 챙겨서 도서관에 달려갔는데 가면서 나한테 책이란 뭘까, 조금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어 자전거를 놔두고 도서관까지 걸어서 갔거든요. 게다가 8월은 바쁠 예정이라 책을 읽기 힘든데 대출가능 권수인 7권을 꽉꽉 채워서 들고 왔다는 거. 가방 챙겨갈 때부터 이미 예상한 거지만 그래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돌아오면서 계속 '나 지금 뭐 하는 거임' 했다능;;;;

 

 

6. 페미니즘

아마 어디 가서 부전공이라고 농담을 해도 다들 진담으로 믿어줄 만큼의 깜냥은 있는 친숙한 분야가 여성학인데, 실제로 학부 과정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이 여성학 관련 책이었어요. * 다들 비슷한 것 같은데 저도 대학 입학 후 소설은 거의 끊다시피 하고 주로 문사철 계열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과사나 동아리방 구석에 틀어박혀 지금은 절판된 '껍데기를 벗고서' 시리즈부터 여튼 관련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던 것 같은데, 일단 내용이 참 재미있었어요. 여기서 재미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재미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개안'의 의미인데요. 언니 혹은 어머니 혹은 할머니들의 청산유수 걸쭉한 입담에 어머어머 까르르 하다 종래에는 가슴이 지끈해지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 분들이 아주 먼 옛날도 아니고 나랑 동시대를 살고 있는 분들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트와 관련하여 이름이 오르내리는『이갈리아의 딸들』도 이 시기에 읽었는데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라고 제2의 성을 부르짖던 보부아르의 일갈이 극단적이고 적나라한 설정을 거쳐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재가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제가 뚜렷한 목적지향적인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 역시 재미는 없었습니다만, 분명한 건 가해자는 여성 혹은 남성으로 지칭되는 성(性)역할을 주입받은 개인이 아니라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성性이데올로기'를 심는 국가 혹은 집단의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아들이 바느질을 하고, 딸이 장작을 패면 뭐가 달라질까요. 단지 차별의 대상이 바뀔 뿐이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사회에는 '여자가 말이야'만 있는 게 아니라 '남자라면 말이야'도 있다는 거예요.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 이면에 남자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 있습니다. 이것이 성(性)이 아니라 성(性)역할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성(性)역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생각해보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그림이 보이는데 결론은 피해자는 성(性)역할을 강요받는 모든 개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성(性)에 따른 고착화된 개념을 예로 들어보면.

대개의 문명화된 사회는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 옷을 입힙니다. 한 엄마가 남자아이에게 분홍색 옷을 입히고 모임에 나가면 어떤 대화가 오고갈까요. (대화는 상상하는대로...) 모임 이후, 십중 팔구의 엄마는 아마 남아에게 분홍 옷을 더이상 안 입히겠지요. 과연 여아는 분홍, 남아는 파랑이라는 공식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강제성도 없고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이 공식을 왜 모든 부모가 당연한 듯 지킬까요.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강요할까요.

 

개인적으로 강남역 묻지마 사건을 얘기할 때 '혐오'를 여성 혹은 남성에 붙이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광의로는 그런 개념 역시 사회 시스템이 개인에게 강요하는 성性이데올로기의 일부거든요. 문제는 이런 식의 성별 간 대립의 다음 단계는 성(性)을 헤게모니로 인식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대립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충돌은 적대적인 흑백논리를 낳게 된다는 거죠.

 

절친이었던 지인의 석사 전공은 여성학인데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동안 기지촌에 들락날락하던 지인이 어느날 저를 붙들고 '매춘은 정당한 육체노동'이라는 주장으로 저를 기함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어요. 뭔가 반박하고 싶었으나 논리 자체는 틀린 부분이 없어 어버버버 하고 말았는데 사실 반박을 했어도 어차피 감성논리에 기반했을 거라 차라리 어버버가 낫지- 싶긴 해요. 이날 대화는 제가 지인에게 "언니는 페미니스트야?" 묻고 지인이 신중한 고민 끝에 "페미니스트는 아닌 것 같아" 대답하면서 끝났습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페미니즘은 쉽지만 페미니스트는 어렵다는 거죠.

 

최근 티셔츠 한장으로 불거진 논란이 점점 들불처럼 커지는 양상인데 사실 처음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회이슈에 매우 둔감한 즐겨찾는 한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어? 싶었고, 뒤늦게 관련 게시물과 트윗 등을 찾아서 읽어봤어요. 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종착지는 결국 양성평등인데 제가 한참 여성학에 재미를 붙이던 학부시절에 비해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는 여전히 제자리구나 하고요. 한편 이런 논란이 놀라우면서도 당연하다 싶기도 했는데 아마도 성(性)이데올로기야말로 가장 오래되고 해묵은 인류의 숙제가 아닐까 싶거든요. 요즘은 어쩌면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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